스우파 : 프로들의 서바이벌이 보여준 일의 의미와 리더십


롱블랙 프렌즈 L

나 모양 빠지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사회 생활 시작하고 남들 앞에서 울어본 적 없어. 그런 내가 지하철에서 예능 프로그램 보다가 울 줄이야! 그래 맞아, <스트릿 우먼 파이터Street Woman Fighter, 스우파>봤어. 정말 종영하는 순간까지도 내 눈물 빼더라. 

난 드라마 보면서는 안 울어.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한두 번 본 거 아니고. 왜 <스우파>에 울었을까, 생각해봤어. 내가 감동 받은 포인트를 짚어보니 <스우파>는 예능이 아니더라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페셔널의 직업 정신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던 거지.

나만 감동 받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스우파>가 지상파 합계 시청률 1위를 찍으면서 종영한 걸 보면 말이야. 롱블랙이 직접 최정남 엠넷Mnet PD를 인터뷰했어. 한번 들어봐. 사람들이 <스우파>에 감동한 진짜 포인트를 짚어줄게.


최정남 엠넷 PD 

2007년 엠넷에 입사한 14년차 음악예능 PD. 최정남 PD와 얘기를 나눠보고 알았어. 무대 위에는 춤에 미친 댄서들이 있었다면, 무대 뒤에는 춤에 미친 PD가 있었구나. 최 PD는 말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고. 자기 자랑을 늘어놓지도 못하고. 하지만 짤막짤막하게 꺼내는 이야기를 엮어보고 알았지. 이 사람, 정말 오랫동안 춤이라는 콘텐츠에 매달려왔다는 걸 말야. 

2009년 슈퍼스타K 조연출이 커리어의 시작이었어. 무명의 가수 지망생이 어떻게 스타가 되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지. 댄서들을 처음 ‘발견’한 건 2013년이야. 댄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의 조연출을 맡은 거지. 그때 생각했대. 댄서들이 너무 외로워보인다고. 

“춤은 격렬하게 몸을 쓰는 거잖아요. 사실상 운동이나 마찬가지에요. 경연 연습에 들어가면 하루 8~9시간 연습을 길게는 한달씩 하더라고요. 이렇게 치열한 것에 비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무대의 조명은 언제나 가수를 비추지, 댄서들을 비추지는 않으니까요.”

이건 멋진 언니들에 대한 이야기야. 춤이라는 장르를 놓지 않은 치열한 PD, 그리고 그 PD의 진정성을 믿고 프로의 세계를 보여준 기 센 댄서들 말이야.
 

Chapter 1.
좋아하는 일에 미친 프로들, 내가 띄워주고 싶었다

2013년 댄서들을 발견한 이후, 최정남 PD는 춤이라는 장르를 놓지 않았어. 2016년 첫 메인 연출작은 <힛더스테이지>. 아이돌과 댄서들이 팀을 이뤄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었지. 2018년엔 <썸바디>를 연출했어.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댄서들을 출연시킨 거야. 조연출까지 합치면 스우파가 최 PD의 네 번째 춤 예능인 셈이야. 그리고 드디어 터진 거지.

“댄서들에게 팬덤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댄서들과 함께 일하는 가수 그룹은 글로벌 팬덤이 있잖아요. 왜 그 팬덤이 댄서들에게는 오지 못할까? 그 팬덤의 반이라도 우리 댄서들한테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설득했어요.”

최정남 PD가 스우파 출연진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2021년 4월이었어. 전작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캡틴>은 시청률이 신통치 않았대. 종영하고 딱 한 달을 쉰 뒤, 3월에 다시 기획안을 제출했지.

“간절하던 상황이었어요. 전작의 부진 때문에 뭐라도 보여줘야 했거든요. 항상 간절하게 무대를 준비하던 댄서들이 떠올랐어요. 그 때 확신이 들더라고요. 제가 늘 댄서들을 보면 감동을 느꼈거든요. 실력과 태도를 모두 갖춘 프로의 모습에서요. 이 세계를 뚝 떼어서 보여주면 분명히 반응이 올 거라고 생각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