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춘 : 극장주가 된 디자이너, 메시지를 파는 법을 이야기하다


롱블랙 프렌즈 B 

북적이는 성수동 골목에 극장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연무장길 초입, 베이커리 카페와 피자집 사이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타나요. 나무판자로 마감한 벽과 천장, 주황빛의 은은한 조명, 벽에 붙은 종이 포스터와 상영 시간표. 마치 90년대 미국 극장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아요. 

극장 이름은 무비랜드. 2024년 2월 29일에 문을 열었어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3월 영화는 대부분 매진. 매달 왓챠의 오프라인 행사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첫 달에만 6개 기업이 영화 시작 전 광고를 넣었죠. 

화제의 극장을 만든 사람은 디자이너 모춘입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모빌스그룹의 대표이기도 하죠. 왜 디자이너인 그가 극장을 열었을까요? 브랜드들이 론칭하자마자 무비랜드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무비랜드 2층 라운지에서 모춘 대표를 만났습니다.


모춘 모빌스그룹 대표 

2019년 출발한 모베러웍스는 조금 독특한 브랜드입니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예요. 옷이나 모자, 문구류 같은 제품에 메시지를 담아 판매합니다.  

대표적인 메시지는 “As Slow As Possible”. ‘가능한 한 빨리’라는 뜻의 “ASAP(As Soon As Possible)”를 비튼 문장입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뜻의 “Small Work Big Money”, 아젠다 없는 삶을 꿈꾸는 “No Agenda”같은 문구로 노동자들에게 농담과 위로를 건넵니다. ‘노동절 팝업스토어’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하죠. 

가장 독특한 점은, 자신들의 일하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든다는 겁니다. 유튜브 채널 모티비MoTV를 통해서요. 이를 보고 자연스럽게 모베러웍스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광고 한번 없이 6만8000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2024년 3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