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클레어스 : 당신의 민감함을 존중하는, 다정한 스킨케어 브랜드

이 노트는 디어,클레어스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 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롱블랙 프렌즈 K 

신사동 가로수길의 뒷골목을 걷다가 한 건물에 눈길이 멈췄어요. 잿빛 벽돌로 감싼 외벽이 심상치 않았거든요. 거친 재질과 바랜 색감이 마치 어느 고성을 보는 것 같았죠. 클레어스서울Klairs Seoul이라고 돋을새김 된 글씨. 클레어스, 제게는 낯선 브랜드였어요.

건물의 안은 바깥처럼 편안했습니다. 단정한 시멘트벽에 오래된 벽돌이 온기를 더했어요. 따뜻한 조명이 벽에 가득한 초록 식물을 비췄고요. 자갈과 작은 분수가 놓인 긴 타원형의 세면대를 지나, 낮은 계단을 다섯 개 내려가 나무 선반을 만났어요. 선반 위 병들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클레어스는 화장품 브랜드군요.

네 개 층의 이 건물에서 화장품을 만날 수 있는 건 이 공간이 유일합니다. 지하 1층은 ‘브릭북스’란 서점이, 2층엔 ‘맥파이앤타이거Magpie&Tiger 신사티룸’이 자리 잡았거든요. 모두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이었죠.

이런 공간을 만든 클레어스란 브랜드가 궁금해졌어요. 정식 이름은 ‘디어,클레어스Dear, Klairs’더군요. 클레어스에게.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의 다정한 첫인사 같아요.

클레어스가 누구길래 브랜드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디어,클레어스를 운영하는 위시컴퍼니의 박성호 대표와 브랜드 전략 최정호 수석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Chapter 1.
온라인 콘텐츠로 880만 명을 사로잡다

위시컴퍼니는 2010년 설립된 화장품 회사입니다. 민감성 스킨케어 브랜드 디어,클레어스 외에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인 바이위시트렌드By Wishtrend, 연구소 중심의 브랜드인 이엘엠티elmt를 운영하고 있어요. 웰니스 콘텐츠 브랜드 마인드눅Mind Nook도 선보였죠. 

2023년 매출은 720억원. 전년(555억원) 대비 29.6%, 5년 전(2018년 매출 226억원)과 비교하면 218.6%나 순성장한 수치예요.

더 놀라운 건, 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북미와 유럽, 동남아를 포함한 70여 개국의 1000여 개 채널에서 이 회사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거든요.

또 하나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2020년 문을 연 이 가로수길 스토어가 유일하다는 거예요. 매장도 없이 어떻게 한해 700억원어치가 넘는 화장품을 판매했을까요? 

답은 콘텐츠예요. 이 회사, 운영하는 온라인 콘텐츠 채널이 무려 100여 개에 달합니다. 채널 구독자를 모두 합치면 880만 명. 한때는 해외 구독자의 비중이 98%였을 정도로 글로벌한 채널들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회사의 대표 채널인 위시트렌드TV는 유튜브 구독자가 186만 명에 달합니다. 디어,클레어스 글로벌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2만 명, 국가별 채널을 모두 더하면 150만 명이 넘어요. 마인드눅의 틱톡 채널 팔로워는 210만 명을 돌파했죠.

한국 사람을 한국어로 설득하는 것도 너무 어렵지 않나요. 어떻게 이 많은 해외 소비자를 콘텐츠로 모은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들이 화장품까지 사게 만든 걸까요.

디어,클레어스 ‘미드나잇 블루 유스 액티베이팅 드롭’. 디어,클레어스는 70여개 국에 판매되고 있다. ⓒ디어,클레어스

Chapter 2.
질문하는 직장인, 해외 유통 전문가가 되다

“패션과 뷰티, 콘텐츠에 특히 관심이 많았어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에게 “어떻게 이런 사업을 시작했느냐”고 물었어요. 10대 시절부터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았대요. 지큐나 에스콰이어를 즐겨봤고요.

대학 시절 이미 창업을 꿈꿨습니다. 열 곳이 넘는 회사에서 인턴십과 서포터즈, 패널 활동을 합니다. 야후코리아, 소담출판사, 잡지사, 방송제작사 등… 같이 인턴을 했던 동료들과 함께 잠시 창업도 경험했습니다. PDA용 e북 콘텐츠를 변환하는 사업이었죠. 비록 오래지 않아 접게 됐지만요.

“트래픽이 몰리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콘텐츠 서비스나 플랫폼 같은 것들에요. 사람이 모이는 곳에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고 봤거든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졸업 후 일단 취직을 합니다. 사회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국내 최대 패션 기업에서 1년 8개월,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에서 3년 8개월. 그는 무엇을 배웠을까요.

“질문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전 호기심이 많고, 일을 잘하고 싶었거든요.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만큼 빨리 배우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배우고 싶다는 진심을 담고 물어보면, 누구나 마음을 열고 가르쳐준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시장조사기관의 일도 결국은 질문이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부터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까지. 수십 개국의 낯선 소비자들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왜 제품을 사나요, 어디서 정보를 얻나요, 어떻게 쓰나요... 해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죠.

“결국 제품을 팔려면 길목을 잡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제품 정보를 만나게 되는 길목이요. 나라마다 그 길목이 다르고, 그 길목을 이해하는 회사가 마케팅에 성공한다는 걸 배웠죠.”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아이폰이 나오고 창업 붐이 불었습니다. 2010년, 박성호 대표는 회사를 나와 위시컴퍼니를 세웁니다. 서른 살 되던 해였죠.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박성호 대표. 그는 시장조사기관에서 ‘소비자에게 질문하는 법’을 배우며 해외 유통 전문가로 성장했다. ⓒ롱블랙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하다

처음에 위시컴퍼니는 해외 유통 에이전시였습니다. 한국의 뷰티, 패션 기업을 도와 그들의 제품을 해외에 판매했어요.

이때 온라인 콘텐츠 마케팅에 눈을 떴어요. 박 대표는 시장조사기관에서 하던 것처럼 질문했어요. “지금 고객들은 어디에서 제품 정보를 만나고 있지?”

그 답이 온라인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블로거들의 리뷰를 보며 화장품 정보를 얻고 있었거든요. 해외 뷰티 블로거들에게 콜드 메일을 보냈어요. 제품을 건네며 소개를 부탁했고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란 말도 없던 때였죠.

SNS 채널 운영도 시작합니다. 제품을 알리려면 이야기를 전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박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기로 결심합니다. 더 오래 가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죠. 마침 판매 대행을 맡던 화장품 브랜드 대표님이 사업을 접으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브랜드가 바로 클레어스였고요.

박성호 대표는 2012년 ‘클레어스’를 인수하며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반응이 좋은 브랜드였기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디어,클레어스

Chapter 3.
고객에게, 말을 거는 브랜드 

디어,클레어스. 이 이름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원래의 브랜드 이름에 ‘Dear’를 더했잖아요. 이 단어. 듣기만 해도 다정함이 느껴지죠?

2012년 클레어스란 브랜드를 인수하고 박 대표는 고심했대요.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까. 그는 화장품 전문가는 아니었잖아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었지만요. 그래서 방법을 정합니다. “일단 귀를 기울이자.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고 방향을 정하자.”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이 방향성도 귀를 기울여 감지한 겁니다. 팀원들과 안테나를 세우고,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고객 리뷰를 읽어나갔거든요.

“많은 고객들이 순한 저자극 화장품을 찾는다는 걸 리뷰를 통해서 알 수 있었어요. 화장품의 성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불안해한다는 것도 감지했죠.”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다정한 브랜드. 브랜딩의 키워드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클레어스가 디어,클레어스가 된 이유입니다.

“많이 듣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어요. 화장품 시장에 필요한 건 그런 브랜드라고 생각했어요. 효능이 좋은 화장품은 이미 너무 많았고, 어떻게 말을 거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마케팅 메시지도 말을 걸 듯 기획한다. ‘일루미네이팅 서플 블레미쉬크림’의 패키지엔 “당신은 당신 그대로 아름다워요.”라는 문구가 있다. ⓒ디어,클레어스

다정하게 제품을 만든다는 것

다정함이란 키워드는 제품 기획에도 적용됩니다. 많이 듣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우선 성분을 줄여나가기 시작했어요. 자극을 없애기 위해서죠. 향료와 색소부터 뺐죠.

“향과 색소를 뺀다는 건 굉장히 큰 실험이에요. 화장품을 바르는 경험이 밋밋해져서 선명한 기억을 남기기 어렵거든요. 그럼에도 순한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인증도 받았어요. 모두 고객이 먼저 요청한 것들입니다. 호찌민부터 뉴욕, 런던, 파리 등의 고객을 직접 만나면서 들었다고 해요. 고객의 이야기를 꾸준히 제품과 브랜드에 녹이고 있죠.

“해외 소비자들을 만나다 보니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어요. 고객들이 먼저 물어보시곤 했어요. ‘동물 실험을 하나요?’ ‘비건프렌들리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해선 안 되는 일not to do’을 하나씩 정할 수 있었어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디어,클레어스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사진은 2023년 6월 프랑스에서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디어,클레어스

베스트셀러를 세 번 리뉴얼하다

잘 팔리는 제품도 ‘귀를 기울여’ 계속 리뉴얼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플 프레퍼레이션 언센티드 토너Supple Preparation Unscented Toner’예요. 2018년 출시돼 지금까지 500만 병이 넘게 팔렸죠.

이 제품은 베트남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대요. 용량을 늘려달라는 의견에 150ml 용량을 180ml로 늘렸습니다. 점도를 높여달라는 의견에 또 한 번, 향을 없애달라는 의견에 향료를 제거해 또 한 번, 새 제품을 출시했죠. 지금은 베트남의 토너 시장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어요. 

고객 목소리를 듣다 보면, 때로 트렌드를 거꾸로 가는 제품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예가 ‘프레쉴리 쥬스드 비타민 드롭’입니다. 이 제품은 ‘저함량 비타민 C 세럼’이에요. 2015년 출시 당시 시장의 유행은 ‘고함량 비타민 C’ 제품이었죠.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면 효능이 더 강해질 순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자극적이죠. 피부가 민감하신 분들은 그래서 비타민 C 제품을 잘 쓰지 않았어요.”
_최정호 위시컴퍼니 수석매니저 

이 제품은 순수 비타민 C를 5%만 넣었어요. 식물성 오일로 제품의 제형도 부드럽게 바꿨고요. 결과는? 지금까지 300만 병이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트렌드라는 건 늘 일시적이거든요. 쫓아가면서 신제품을 내다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이 뾰족하게 살지 않아요. 기존 고객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게 훨씬 더 뾰족한 기획이 나오는 비결이에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프레쉴리 쥬스드 비타민 드롭’. 고함량 비타민 트렌드를 따르는 대신, 민감성 피부를 위해 비타민 함량을 줄인 제품이다. ⓒ디어,클레어스

Chapter 4.
콘텐츠로 고객의 시간과 신뢰를 얻다 

브랜드 콘텐츠 회사. 위시컴퍼니는 2015년부터 회사를 이렇게 정의하기 시작합니다. 화장품 회사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는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의 직원 100명 중 콘텐츠를 만드는 인원은 20여 명에 달합니다. 

화장품 회사에서 콘텐츠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결국 소비재 회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로든 고객의 시간을 점유해야 하는 거죠. 과거 유통 대기업은 커다란 쇼핑몰을 만들어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한 거잖아요. 지금은 온라인의 콘텐츠가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기업의 유튜브 채널이 200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모으는 것. 쉽지 않죠. 제품만 강조해 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볼까요. 그동안 위시트렌드TV에서 크게 사랑받은 콘텐츠들. 모두 정보를 전달하는 ‘하우투how to 콘텐츠’입니다. ‘데일리 스킨케어 루틴을 위한 완벽한 페이셜 클렌징 비법(325만 회)’ ‘자신의 피부톤 쉽게 찾는 법(302만 회)’ ‘스킨케어 비기너를 위한 루틴 만들기(163만 회)’ 같은 주제예요.

동영상 속에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강조하지 않아요. 어떻게 클렌징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인지, 기초적인 스킨케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죠.

“누군가 저희 콘텐츠를 ‘수비형 콘텐츠’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콘텐츠의 목적이 공격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요. 판매보다 관계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정보로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었죠.”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위시트렌드TV는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로 18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위시트렌드TV

1000만 명이 모였다면, 이야기를 시작하라 

‘수비형 콘텐츠’로 880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또 다른 비결. 늘 한발 앞서 플랫폼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2011년에 인스타그램 운영을, 2013년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어요. 2018년엔 틱톡도 발 빠르게 들어갔죠. 콘텐츠가 포화되기 전에 신선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거예요.

“사람들이 어디서 시간을 보내고 어디서 대화를 나누는지 늘 민감하게 보고 있어요. 커다란 길목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거기에서 우리 이야기도 풀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새로운 플랫폼에 진입하는 절호의 타이밍은 어떻게 잡을까요? 

“1000만 명을 신호라고 생각해요. MAU 1000만 명을 돌파했다면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특히 나이키, 세포라 같은 카테고리 대표 브랜드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이들 브랜드가 특정 플랫폼에서 계정을 연다는 건 어느 정도 커뮤니티가 무르익었다는 증거예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콘텐츠 마케팅으로 성장해 온 이 회사. 소비자를 사로잡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노하우가 탄탄하겠죠? 이 회사의 콘텐츠 제작 매뉴얼을 슬쩍 엿봤어요. ‘하지 말라는 것not to do’만 빼곡히 적혀있네요. 

세일즈 목적 콘텐츠 외에는 자사 제품을 강조하는 콘텐츠 만들지 않기.
과도한 포토샵 지양하기. 데스크 리서치보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하기.
피부색과 관련해 차별이 느껴지는 표현 사용하지 않기…

‘다정한 콘텐츠’라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잘 될 콘텐츠를 만드는 매뉴얼은 없나요? 

“터지는 콘텐츠에 법칙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잖아요. 꾸준하게 만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꾸준히 만들고, 콘텐츠마다 반응을 읽고 다음 콘텐츠에 더 확률을 높여나가는 거죠.”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2013년 2만 명이었던 위시트렌드TV 구독자 수는, 2019년 5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롱블랙

공간은 왜 미디어가 되는가

클레어스서울. 제가 찾아간 신사동의 오프라인 플래그쉽 스토어예요. 위시컴퍼니는 이 공간 역시 하나의 미디어라고 정의합니다. 분기마다 티룸, 도서 큐레이션, 전시회 등으로 콘텐츠를 바꿔가고 있죠.

최근 열린 ‘블루, 콤마’ 이벤트를 살펴볼까요? 클레어스서울을 ‘휴식의 공간’으로 바꿨어요. 2층 티룸에선 티 코스와 함께 차분하게 계절의 향을 느낄 수 있죠. 파란 커튼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빛이 고요함을 더해요. 

3층 라운지에선 소리 명상인 사운드배스Sound Bath를 체험할 수 있어요. 푸른빛 조명 사이 커다란 빈백에 누워 싱잉볼*의 울림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거예요. 지친 일상 속 ‘쉼표’라는 주제를 오감 콘텐츠로 만든 거죠.
*티베트, 네팔 등에서 명상을 위해 사용한 전통 악기. 막대로 표면을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독특한 공명음이 발생한다. 

“고객의 살아있는 감각으로 콘텐츠를 직접 경험했으면 했어요. ‘블루, 콤마’ 이벤트가 진정과 휴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 것처럼요. 경험을 통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장이 가장 입체적인 미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Chapter 5.
민감함을 재정의하다

지난해는 위시컴퍼니에 특별한 해였습니다. 클레어스가 디어,클레어스로 새롭게 탄생한 지 꼭 10년이 됐거든요. 위시컴퍼니는 디어,클레어스를 더 깊이 있게 파고들고 있다고 합니다. 핵심은 ‘민감함에 대한 재정의’예요. 

디어,클레어스팀은 “민감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해요. 10여 년 전에 민감함은 ‘문제성 피부’의 다른 말이었죠.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쉽게 붉어지거나 트러블이 나는 피부 말이에요.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는 달라졌대요.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내 피부는 민감하다”고 답했다는 거예요.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만큼 자신의 피부 상태에 관심이 높은 분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이라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변화도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거죠.”
_최정호 위시컴퍼니 수석매니저

지난 10년 사이 일어난 또 다른 변화. 똑똑해진 소비자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화장품을 검색할 땐 ‘효능’이 주요 키워드였대요. ‘미백’, ‘주름 개선’과 같은 키워드로 화장품을 찾았죠. 지금은요? ‘비타민 C’, ‘바쿠치올’ 같이 구체적인 성분명을 검색한다고들 해요.

더욱 섬세해지고, 똑똑해진 화장품 소비자. 도대체 어떤 민감성 브랜드가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모든 소비자에게 맞는 민감성 화장품이란 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소비자가 자기 피부는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니까요. 대신 민감함에 대한 고민을 더 잘 들어주는 브랜드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피부 상태를 고민할 때 그 이유를 같이 찾아주고, 다양한 옵션을 제안해 주는 브랜드 말이에요.”
_최정호 위시컴퍼니 수석매니저

디어,클레어스가 민감성 스튜디오Sensitivity Studio를 시작한 이유예요. 웹페이지에서 민감한 피부를 위한 스킨케어 아티클을 발행하죠. 한국 소비자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정보 콘텐츠예요.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최정호 수석매니저. 그는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제품 론칭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롱블랙

당신의 민감함을 존중해요

민감성 피부의 소비자에게 정보보다 더 필요한 게 있다고 합니다. 바로 민감함에 대한 포용이에요. ‘민감한 피부’는 흔히 ‘문제’로 인식되죠.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들은 ‘솔루션’이 되고요.

“‘민감함’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요. 문제가 있거나 까다롭단 인상을 주죠. 민감함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민감함을 나쁘거나 고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그만큼 섬세하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잖아요. 그 민감함을 존중해 주는 게 새로운 캠페인의 방향성입니다.”
_최정호 위시컴퍼니 수석매니저

3월 30일 성수동에서 시작되는 팝업 스토어의 주제는 ‘열어봐, 너의 민감함’이에요. ‘민감함’이란 상자(함)에 각자의 ‘민감함’에 얽힌 사연을 담는 거예요. 각 고객이 어떤 민감함으로 고민하는지 듣는 캠페인이죠. 다른 이들의 민감함에 공감하며 이해를 나누기도 하고요.

위시컴퍼니 최정호 수석매니저(왼쪽)와 박성호 대표(오른쪽). 이들은 디어,클레어스를 “민감함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정의하고, 고객의 민감함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K 

디어,클레어스는 고객들에게 말해요. 민감함은 ‘감각이 뛰어난 것’이라고.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각자의 섬세함을 잘 살펴주자고요. 다정하게 묻고, 귀 기울이고, 답하며 고객과 함께 답을 찾고 있죠.

“디어,클레어스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한 브랜드예요. 올해는 한국 고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워보려 해요. 이 소통이 또 한 번의 진화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고 있죠.”
_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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