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C
그런 의문 들 때 있지 않나요? ‘저 브랜드 참 멋지긴 한데, 저래서 과연 돈을 벌 수 있나?’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내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죠. 브랜딩은 성과를 수치화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저 최근 그 사례를 하나 발견한 것 같아요. 침대 브랜드 시몬스SIMMONS. 만년 2위였던 시몬스가 2023년 기준, 에이스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라섰대요. ASMR 광고를 만들고, 이천에 문화 복합공간을 세우고, 청담에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거든요. ‘멋지긴 한데, 그런다고 침대가 팔리겠어?’ 그런데 브랜딩으로 세일즈까지 끌어낸 거예요.
이 역전의 드라마에 일조한 사람이 있어요. 2015년에 시몬스에 합류한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 그를 직접 만났어요. 아, 그리고 오늘 노트에는 깜짝 이벤트 소식이 하나 있어요. 끝까지 읽고, 놓치지 마세요!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
“사람들이 제가 숫자는 모를 거라 생각하더라고요? 저 패션스쿨 나왔지만 경영 공부했어요. 저는 스스로를 마케터이자 브랜드 프로듀서라고 생각해요.”
김성준 부사장의 커리어는 여느 침대 회사 임원들과 좀 달라요. 뉴욕의 패션스쿨 파슨스Parsons에서 디자인 경영을 전공했어요. 2006년 이탈리아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제냐Zegna의 미국 지사에서 MD로 시작해, 2012년에는 CJ 오쇼핑에서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약했죠.
그런 김성준 부사장을 2015년 시몬스의 안정호 대표가 브랜드전략기획부문 책임자로 발탁했어요. 당시 안 대표는 이런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고 해요. “이제 브랜드 경험 없이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없다. 커뮤케이션부터 유통까지 브랜딩이 중요하다.”
중책이 맡겨졌다고는 하지만, 김성준 부사장도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브랜딩이 매출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말이에요. 그는 빙긋이 미소 지으며 답했어요. “물론”이라고.
“그럼요. 문화를 팔면 브랜드가 팔리고, 브랜드가 팔리면 제품이 팔리거든요. 그럼 문화를 팔려면 뭘 해야 할까요? 사회를 읽으면 됩니다.”
브랜딩과 매출을 위해 사회를 읽는다니, 무슨 말이죠? 더 자세히 들어봐야겠어요.
Chapter 1.
우리가 읽어야 할 건 트렌드가 아니다
“디자인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김성준 부사장이 쓴 대학 졸업 논문의 첫 문장이에요. 디자인을 경영하는 것과, 경영을 디자인하는 것이 뭐가 그리 다르다는 걸까요.
“디자인 경영이란, 디자인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경영하는 것을 말해요. 디자인을 단지 제품 만드는 수단이 아닌, 경영 전략적 판단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거죠. 나이키, 애플 같은 회사가 하는 게 디자인 경영이에요.
그런데 이 디자인 경영을 잘하려면, 디자인 부문만 성공적이어서는 안 돼요. 훌륭한 경영이 동반돼야 성공한 디자인 경영이라 할 수 있죠. 인사, 재무, 마케팅, 유통까지. 그건 리더의 몫이에요.”
그럼, 리더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요. 김성준 부사장은 ‘시류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아, 트렌드를 빠르게 읽으라는 것이군요. 그는 고개를 저었어요. 트렌드가 아니라 ‘소셜 비헤이비어social behavior’를 읽어야 한대요.
소셜 비헤이비어. 직역하면 ‘사회적 행동’이에요. 한 사람의 행동은, 개인의 특성은 물론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는 개념이죠. 본래는 사회학에서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마케팅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져요.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소비자의 사회적 행동을 의미하죠.
김성준 부사장이 브랜드 전략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소셜 비헤이비어예요.
“기업이 해야 할 것은 바로 그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설계하고 마침내 소비자가 우리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제품을 사고 매장을 찾게 하면, 기업의 수명 또한 늘어나게 된다.”
_김성준, 『소셜 비헤이비어』 23p
그의 이런 생각,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디자인 스쿨 첫날, 애플과 마르크스를 배우다
어린 시절 그는 고고학자를 꿈꿨어요. 역사를 좋아했거든요. 커서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대요. 많은 역사 중 패션의 역사가 가장 재밌었다고요.
보스턴에서 대학에 다니다, 삼성디자인교육원 패션디자인과에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보기 좋게 떨어졌죠. 디자이너로서는 재능이 없단 걸 빠르게 깨달았어요. 대신 파슨스에서 디자인 경영 전공을 택했어요. 그런데, 첫 수업에서 배운 것이 다름 아닌 사회학.
“파슨스가 디자인으로 정말 유명한 학교거든요. 그런데 첫 시간부터 디자인, 미술 수업이 아니라 사회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거예요. 마르크시즘까지 공부했어요. 황당했죠.”
한 수업에서는 교수가 강의 내내 ‘지금 당장 등록금을 환불받아 애플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대요. 애플이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팔아서라고요.
“2000년대 초반 애플이 아이튠즈를 무료로 배포했어요. 누구나 음악을 다운받고 CD를 구울 수 있었죠. 그리고 얼마 후 아이팟이 등장했어요. 아이튠즈 쓰던 사람들이 다 뭘 했을까요? 아이팟 샀죠. 아이튠즈에 있던 그 음악 넣으려고. 아이튠즈로 나만의 음악을 듣는 행동, 즉 하나의 소셜 비헤이비어를 창조해 낸 거예요. 그때 알았죠. ‘문화를 만들면 브랜드가 팔리고, 브랜드가 팔리면 제품이 팔린다.’”
Chapter 2.
품질 너머, 커뮤니케이션의 세 점을 찍다
2015년 김성준 부사장이 시몬스에서 와서 한 일 역시, 그 문화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시몬스 침대의 품질은 그때도 지금도 1등이라고 생각해요. 품질 좋고, 브랜드 역사가 있으며, 고급스럽고.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김성준 부사장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세 가지로 나눴어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비주얼 콘텐츠(광고)와 공간(팝업&매장)까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 끌어온 거예요. 이를 주도할 인력들을 뽑아 2016년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었죠.
① 비주얼 : 좋은 기분이 답이다
수영장에 한가로이 발을 담그고 쉬는 여성, 투명한 컵에 담긴 색색깔의 몰캉한 젤리들, 잔디밭 위로 시원하게 돌아가는 스프링클러. 시몬스가 2022년 1월 선보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예요. 침대는 어디에 있냐고요? 2분 동안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공개 한 달 만에 조회수가 2000만 회를 넘었어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힐링 광고로 인기를 끌었죠.
“이 광고의 목적은 메시지 전달이 아니었어요. 하루에 접하는 광고가 너무 많다 보니 짜증 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대신 느낌을 전달하기로 했죠. 넘쳐나는 광고들 속에서, 시몬스 광고만 보면 유독 기분이 좋아지는 그 느낌을.”
어찌 보면 무의미한 영상을 반복하는 콘텐츠인데, 이게 통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시류를 읽었기 때문이에요. 시몬스가 이 광고를 기획한 2022년은 팬데믹이 절정에 다다랐을 시기. 모두가 끝을 알 수 없는 피로와 불안을 호소했죠.
사람들의 이런 심리와 소셜 비헤이비어를 읽은 김성준 부사장. ‘멘탈 헬스mental health(정신 건강)’라는 키워드를 짚었어요. 그의 머릿속에서 2022년 팬데믹과 1960년대 말 미국의 시대상이 묘하게 겹쳤거든요.
당시 미국 사회는 불안했어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고, 베트남 전쟁은 계속되었죠.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청년들은 히피 문화에 빠져들었어요.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 했던 거예요.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과, 힘든 사회에서 평화를 외치던 미국 청년들. 그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둘 다 같은 범주의 시류에 처해 있던 거예요. 이렇게 시대정신을 읽을 줄 알면 내 기획의 파급력이 세지죠. 밀려드는 파도처럼요. 마케터라면 역사를 공부하고 시대정신을 읽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Chapter 3.
② 스페이스 : 비수도권, 코로나도 뚫은 소셜 비헤이비어
롱블랙 피플이라면 아마 잘 알 거예요. 2018년 경기도 이천시에 개장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지금까지도 웰메이드 팝업스토어로 꼽히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성수)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해운대, 청담).
이 공간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침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반응은 성공적이었죠. 최근에 핫도그로 입소문이 난 그로서리 스토어는, 한 달 동안 매출 9000만원을 달성했어요.
신기하죠. 시몬스 테라스는 경기도 외곽 지역에 있고, 팝업스토어는 코로나 시기에 열렸거든요. 악조건인 셈인데, 김성준 부사장은 오히려 여기서 기회를 보았어요.
시몬스 테라스 : 오프라인은, 위치가 아닌 경험이다
먼저 시몬스 테라스. 이천시는 그때나 지금이나 문화 공간이 많은 지역이 아니에요. 하지만 김성준 부사장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그가 본 소셜 비헤이비어가 있었냐고요? 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격차였어요.
“이제는 모두가 온라인에서의 활동에 더 익숙해요. 그래서 희귀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무료거나 저렴하죠. 반대로 오프라인 경험은 값지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오프라인에 돈 쓰는 경험에 주저하지 않게 되었죠. 핫플이냐 아니냐,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성수동 연무장길이 아니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사람들은 이곳에서의 경험이 오히려 유니크하다고 느꼈어요.”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 로컬이 소중해지는 순간
2021년 6월 시몬스는 부산 해운대에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여행도 제한되었을 시기에, 왜 해운대까지 찾아간 걸까요?
“별거 없어요. 여름에 바닷가 가면 기분 좋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여행을 못 가니까, 로컬의 소중함을 더 크게 인식하더라고요. SNS 보면서 느꼈어요. 일본보다 더 일본처럼 꾸민 료칸 컨셉의 호텔이 뜨고 있었죠.”
김 부사장과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팀원들은 여름 내내 부산에 내려가 살면서 동네 맵을 만들었어요. 해운대의 로컬 식당과 카페는 물론, 카센터, 세탁소, 심지어 점집까지 넣었죠.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오픈런까지 벌어지며 대성공을 거뒀어요.
우리는 이미 소셜 비헤이비어를 알고 있다
시몬스의 행보 중 눈에 띄는 게 있어요. 지역 상인들과 활발하게 협업한다는 점! 대형 브랜드와 지역 주민들의 갈등,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제잖아요.
하지만 시몬스 테라스는 달라요. ‘파머스 마켓’을 열어, 지역 상인들의 물건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열기도 했죠.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얻은 걸까요?
“어려울 거 없어요. ‘너희가 와서 동네 장사가 잘되고, 사람들이 우리 동네 멋있다고 하니까 좋다.’ 이런 느낌만 드리면 돼요.”
엄청난 전략이 필요한 건 아니었대요. 해운대에서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할 때는, 제휴 상가의 노후화된 화장실을 수리해 줬어요.
시몬스 테라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길거리에 있는 붕어빵과 어묵 노점을 내쫓는 대신 안으로 들어오게 했죠. 결과적으로 고객 수는 물론이고, 시몬스 테라스의 매출도 증가했어요. 이 역시 ‘소셜 비헤이비어’를 활용한 결과라고, 김성준 부사장은 말해요.
“아주 기본적인 거예요. 옛날 주택 골목길 살 때, 눈 오면 우리 집 앞만 치웠을까요? 아니죠. 다 같이 골목 전체에 쌓인 눈을 치웠잖아요. 이사 오면 떡 돌리고. 그런 게 소셜 비헤이비어예요. 변하지 않는 가치죠.”
Chapter 4.
피드백을 받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마케팅은 정의하는 것이고, 브랜딩은 정의당하는 것이다.”
_김성준, 『소셜 비헤이비어』에서
‘#청담핫플’, ‘#침대바꾸고싶다’. 시몬스가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버거샵을 SNS에서 검색하면 따라붙는 말들이에요. 시몬스가 MZ세대 사이에서 패셔너블한 브랜드로 각인된 것을 보여주죠.
김성준 부사장은 브랜드라면 이처럼 소비자로부터 ‘정의 당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이게 마음대로 될까요? 브랜드 역시 시장에서 의도하고 싶은 이미지와 포지셔닝이 있을 텐데요. 원래 브랜딩이란 그걸 해내는 일, 아닌가요?
“브랜드가 30% 정도는 어필 가능하죠. ‘나는 이런 브랜드야’ 하고. 그런데 나머지 70%는 소비자가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소비자와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돼요. 내가 맞다고 우기고 기싸움하지 말고요.”
지금 가장 강력한 브랜드 피드백, ESG
물론 이 피드백 역시, 시류와 소셜 비헤이비어 안에서 이뤄지죠. 특정 시대에 유독 활발한 피드백이 있기 마련이란 뜻이에요.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려면 그 피드백을 향해 레이더를 세우고 있어야겠죠.
최근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ESG* 브랜딩 기업’으로 독립한 이유예요. 시몬스에서의 브랜딩 경험을 살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의 공간 컨설팅도 준비 중이죠.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에 대한 비재무적 평가 기준이 되는 환경, 사회, 지배 구조 관련 요소이다.
김성준 부사장은 ESG가 필수인 시대로 변해가는 소셜 비헤이비어들을 읽어냈어요. 이제 상장사라면 ESG 리포트를 내야 하고, 모든 회사가 PR 예산은 줄여도 ESG 예산은 늘리고 있거든요.
“지금의 브랜드는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까요? 가격이나 리뷰 수? 상대가 될까요? 알리, 테무라는 괴물이 등장했는데. 이제는 가격으로 경쟁할 순 없어요. 소비자에게 정의 당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에요. 그러려면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브랜딩에 녹아 있어야 해요. 저는 그게 ‘나의 소비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라고 생각해요. 그게 ESG가 될 수도 있고, 다른 게 될 수도 있죠.”
ESG라고 하면 꼭 뒤에 따라붙는 단어가 있어요. 바로 MZ와 잘파*. ‘MZ와 잘파를 잡으려면 ESG를 해야 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죠. 그런데 김성준 부사장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나왔어요. “ESG 한다고 다 사줄까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를 합친 신조어.
“MZ와 잘파가 갑자기 착해져서 ESG를 외치는 걸까요? 그들에게 소비는 하나의 과정이에요. 내가 기업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이들에게 중요한 건 ‘나의 선택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예요. 즉 영향력이죠.
파타고니아나 프라이탁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가격순으로 정렬했는데 파타고니아가 제일 싸서 살까요? 아니죠. 이들 머릿속에 확실하게 정의되어 있어서예요. ‘파타고니아 =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고. 그래서 검색창에 ‘옷’, ‘가방’이 아니라, 확실하게 ‘파타고니아’, ‘프라이탁’이라고 치는 거죠. 소비자에게 선택받는다는 건 그런 거예요.”
Chapter 5.
요즘 애들, MZ와 잘 일하는 법
시몬스는 평균 나이가 젊은 기업이에요. 임직원 평균 연령은 34세(2022년 기준). 김성준 부사장의 작품이죠. 합류 이후 젊은 직원들을 대거 뽑았거든요. SNS에서 입소문이 난 콘텐츠 대부분이 이 ‘MZ 직원’들의 작품이래요.
MZ에 대한 여러 말이 오가는 요즘,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MZ와 잘 일할 수 있을까요?’
“저희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 있어요. ‘위계가 아니라 기능으로 구분한다.’ 직급별로 올라가면서 컨펌, 컨펌, 컨펌…. 이게 아니에요. 영역을 확실히 구분해서 일해요. 너는 인스타, 너는 팝업, 너는 굿즈. 그럼 자기 영역이니까 프로답게 자존심을 걸고 일해요. ‘우리 다 같이 잘해보자?’ 이건 안 돼요. 네가 맡은 일에 대해, 책임도 지지만 성과도 확실하게 보상한다는 걸 인지시켜야 하죠.”
말은 쉽지만, 막상 피부로 느끼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까요?
“보통 이렇게 말하잖아요. ‘회사를 위해서.’ 뻥치고 있네. 자기를 위해서 일하지, 누가 회사를 위해서 일해요? 그런데 이걸 외면하지 말고, 구성원에게 계속 상기시켜야 해요. ‘너는 지금 네 일을 하고 있고, 네 일이 잘되면 네 커리어도 발전한다. 그렇게 되면 회사에도 이득이 생기고, 너에게도 그 이득을 나눠 줄 거야.’ 그게 동기부여예요. 정말 중요하죠.”
Chapter 6.
AI 시대,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소셜 비헤이비어라는 게 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그럼 김성준 부사장은 어떻게 소셜 비헤이비어를 파악할까요? SNS나 디자인 트렌드를 많이 보는 걸까요?
“제가 디자인 트렌드를 정말 안 봐요. 답습하기 싫어서. 봐도 ‘요즘엔 이런 걸 많이 하는구나.’ 하고 넘기죠. 오히려 기사를 많이 봐요. 롱블랙 같은. (웃음) 왜 미디어에서 자꾸 이런 걸 이야기할까, 그 의도를 생각해요.”
이렇게 질문하고 분석하는 것,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는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했죠. 바로 인문학이요. 평소에도 철학, 심리학,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요.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니까요.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은 강력한 힘으로 명령하는 게 아니에요. ‘이걸 하고 싶다’는 동기를 만들어 주는 거죠. 거기에 인문학이 분명 도움을 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AI 시대잖아요. 사람보다 AI와 소통할 일이 더 많아질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인문학이 유효할까요?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더 중요해졌죠.”
“AI 시대의 미래는 두 가지예요. AI에게 지배당하거나, AI를 부려 먹거나. 그런데 잘 부려 먹으려면, 잘 질문해야 해요. 사고할 줄 알아야 하죠. 그 방법은 AI도 못 가르칠 거예요. 답은 인문학에 있죠. 인문학을 공부하면, 나만의 생각법이 생겨요. 자기만의 이론이 만들어지죠. 내가 내 인생을 사는데, 주도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면 얼마나 별로겠어요.”
롱블랙 프렌즈 C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제가 물었죠.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말이 있나요?” 순간, 김성준 부사장의 표정이 미묘해졌어요.
“저는 조언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우선 예의에 어긋나요. 남의 인생에 대고 ‘이렇게 하면 잘될 거야’라고 확언하는 건 굉장히 무례한 거죠. 그리고 자꾸 남 얘기를 들으면 헷갈려요. 내가 이 사람 말을 안 들어서, 이 사람처럼 안 해서 잘못되는 것 같고. 결국 내가 생각하고 결정해야죠.
저도 대학생 때, 취업이 너무 걱정돼서 교수님을 찾아갔었어요. ‘저는 외국인인데 여기서 취업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이 딱 한마디 하셨어요. ‘고 크리에이트 원Go create one.’ 네가 직접 만들라고. 정해진 틀에서만 생각하면 세상은 원하는 결과를 주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얻고 싶은 건, 내가 직접 만들어내야 해요. 거기에 소셜 비헤이비어가 도움을 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벤트 : 롱블랙 나잇톡]
오늘 노트 어떠셨나요? 김성준 부사장과 직접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오늘 저녁 8시부터 1시간 동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보이스 채팅'을 열 거예요. 하단의 배너를 누르면 신청할 수 있어요. 그럼 김성준 부사장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