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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 : 그 카페는 왜 별로였을까? 20개 종로 골목가게 기획자의 생존법


롱블랙 프렌즈 B 

유명하다는 맛집이나 카페, 전시를 찾아다니는 일을 흔히 ‘도장 깨기’에 빗대죠. SNS엔 지역마다 ‘꼭 가봐야 할 장소’ 추천 글로 가득해요. 화려한 음식 비주얼,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죠.

‘지금 가야 할 곳’을 메모장에 쌓는 사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을 담아두는 데엔 서툴러진 것 같습니다. 언제 가도 편한 단골집이 하나쯤 있으면 좋잖아요.

C가 그런 저를 데리고 한 골목 가게에 갔습니다. 서울 충무로와 을지로3가 사이 골목길, 오래된 여관방과 식당이 들어선 곳에 위치한 위스키 바 ‘필로소피라운지’였어요. 고동색 나무 벽과 올리브색 소파, 은은한 밝기의 주황색 조명이 어우러지는 곳이었죠.

인상적인 건 바텐더나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단 거예요. 벨을 눌러야 모습을 보였고, 주문이나 서빙을 마치면 다시 사라졌죠. 좌석엔 혼자 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위스키에 간단한 디저트를 곁들이며, 노트북을 켜고 일하기도 했죠. 핫플레이스 대신 ‘홀로 숨어들 공간’을 찾았단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알고 보니 서울 종로 일대의 ‘골목 가게 기획자’가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F&B 서비스 회사 ‘현현’의 하덕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었죠.



하덕현 현현 대표

현현이 만든 공간은 20개가 넘습니다. 중세 유럽 수도원을 그대로 옮긴 듯한 혜화 술집 ‘수도원’, 헌법재판소 앞 버번 위스키 바 ‘법원’, 창덕궁 전경을 품은 카페 ‘텅’까지. 2012년에 시작해 1년에 1곳 꼴로 부지런히 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