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정 : 창의성은 터치(touch)에서 나온다, ‘내 것’을 만드는 힘


<요리인류>라는 다큐멘터리 보셨나요? 이 다큐멘터리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눈 쌓인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 타마라 할머니가 주름진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폅니다. 그런 다음 가장자리를 돌돌 말아요. 군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 이고리가 가장 좋아했던 빵 ‘쇼트임파푸’를 만드는 겁니다. 화덕에서 빵이 알맞게 익어 나오고, 할머니는 갓 구운 빵을 발효유와 먹기 좋아했던 아들을 생각합니다. 홀로 부엌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서요. 

이욱정 PD의 음식 다큐에는 요리에 대한 열정 뿐 아니라, 인간을 향한 애정이 녹아 있어 좋아합니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PD가 ‘한국형 푸드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생각해요. 

이 PD는 식문화 다큐멘터리로 일가를 이뤘습니다. 2004년 <추적 60분-학교 급식이 위험하다>, 2006년 <문화의 질주-맛있는 나라의 유혹>, 2009년 <주방의 철학자들>, 2012년 <셰프의 탄생>을 제작했죠.

특히 2008년 12월부터 2009년 3월 방영된 <누들로드>로 ‘음식으로 보는 인류 문명사’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연 그는 ‘다큐멘터리의 퓰리처상’이라 알려진 피버디peabody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PD는 콘텐츠에서 쌓은 영향력을 <요리인류>라는 브랜드로 만들어, 이제 골목으로 나섰습니다. 낙후된 골목상권 식당들의 음식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고, 기업의 후원으로 노숙자에게 전달하고 있죠. ‘음식을 통한 도시재생’입니다. 회현동 옛 방직공장을 개조한 그의 스튜디오 ‘검벽돌집’에서 이 PD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