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주말에 서울숲을 걷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봤어요. 두 커플이 각각 짝을 이뤄 탁구채 닮은 라켓을 들고 테니스 코트에서 공을 치는 모습. 구멍이 송송 난 플라스틱 공은 ‘탕탕’ 소리를 내며 코트를 날아다녔어요. 멀리선 테니스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배드민턴처럼 보였죠.
무슨 운동인지 물었어요. ‘피클볼Pickleball’이라고 하더군요. 이미 미국에선 2000만 명이 즐기는 스포츠래요. 뉴욕의 젊은이들은 피클볼을 치며 짝을 찾을 정도라고 했죠. 2024년엔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어요.
“데이팅 앱은 잊어라 : 뉴욕 피클볼 코트는 이제 싱글들의 만남 장소가 되고 있다Forget dating apps: NYC pickleball courts are the hot new singles scene”
*2024년 4월, 뉴욕포스트의 기사.
데이팅 앱을 꺾는 스포츠의 매력은 뭘까. 궁금해졌어요. 파헤치다 보니, 다른 종목들도 보이더군요. 하이록스Hyrox와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까지. 요즘 뜨는 스포츠들을 한 번 파헤쳐봤어요!
Chapter 1.
경쟁 대신 관리, Z세대가 빠진 ‘뉴 스포츠’
먼저 ‘뉴 스포츠New sports’의 특징부터 알아볼까요? 오늘 소개할 종목들의 공통점은 하나. ‘누구나 쉽고 건강하게 즐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목표를 가진 종목을 풀어서 표현하면, ‘레크레이션 스포츠Recreational Sport*’라 할 수 있어요. 규칙은 있지만, 참여하기 쉬운 스포츠를 뜻하죠. 나이·성별·실력 모두 가리지 않아요. 각 종목의 핵심에는 ‘재미와 건강’이 자리하고 있죠.
*누구나 정기적으로 즐기는 건강 증진 중심의 운동. 미국의 적잖은 스포츠 단체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스포츠를 레크레이션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분류하고 있다.
달리기도 대표 레크레이션 스포츠라 할 수 있어요. 러너 대부분은 최고의 기록보단, 자신의 건강과 루틴을 잡는 데 목적을 두니까요. 이들이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의 분위기도 축제에 가깝죠.
레크레이션 스포츠에는 공을 다루는 피클볼, 음악에 따라 춤추며 운동하는 줌바, 요가와 필라테스, 하이킹도 포함할 수 있어요. ‘즐기며 성장한다’는 목표가 앞서면 레크레이션 스포츠가 되는 거죠.
그럼 궁금해져요. 왜 이런 형태의 스포츠가 최근 주목받은 걸까요?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는 이들은 “젊은 세대가 스포츠를 인식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Z세대는 스포츠를 ‘자기 관리 루틴’으로 인식해요. 건강을 지키고, 노화를 막는 쪽에 시간을 더 쓰려 하죠.
그리고 미디어가 100세 시대를 강조했잖아요? 그걸 본 Z세대는 새 목표를 찾는 겁니다. 해로운 걸 먹거나 지나친 운동으로 몸을 상하게 하는 대신, 건강할 방법을 찾는 거예요. 더 현명해진 거죠.”
_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또 ‘보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을 중시하는 최근의 흐름도 한몫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경험이 더 소중해지면서 나타난 움직임이래요. 한동안 디지털에 빠져 있다가, 땀 흘리며 뛰는 기회를 찾아 나선 거죠. 이때 진입 장벽이 낮은 ‘쉬운 스포츠’들이 눈에 들어온 거고요.
“사람들은 이제 현실에서의 경험을 더 값지다고 생각해요. 에어비앤비가 ‘체험Experiences 서비스*’를 만든 것도 그런 흐름이죠. 여행지에서도 다들 현지 경험에 돈을 쓰잖아요? 스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람보단 참여, 못해도 괜찮으니 직접 해보는 걸 선호하는 거예요.”
_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2016년 출시된 뒤, 2025년 5월 리브랜딩된 에어비앤비의 서비스. ‘현지인이 호스팅하는 체험 플랫폼’이다. 현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투어나 시음,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이 포함된다.
변화하고 있는 스포츠의 흐름,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럼 뜨는 종목들은 각각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요? 피클볼과 하이록스, 플래그 풋볼을 차례로 알아볼게요!

Chapter 2.
피클볼 : 탁구와 테니스 사이, 아빠가 만든 ‘순한 스포츠’
피클볼은 13살 아들과 놀거리를 찾던 한 아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어요.
시작은 1965년. 미국 시애틀에 살던 조엘 프리처드Joel Pritchard라는 인물이 피클볼을 만들었어요. 창고에서 탁구채와 플라스틱 공을 찾아 아들과 논 게 계기였죠.
조엘은 집 앞 공터의 배드민턴 코트에서 아들과 공을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이후 이웃들과도 놀이를 하면서 피클볼은 ‘새로운 라켓 스포츠’로 불리기 시작했죠. 11년 뒤인 1976년엔, 미국 워싱턴주에서 최초의 대회가 열리기까지 했어요.

피클볼을 하는 방법은 탁구와 비슷해요. 코트 가운데 세운 네트를 중심으로, 공을 라켓으로 치고받으면 되죠. 제대로 공을 치지 못하면 점수를 내주고, 11점을 먼저 얻는 쪽이 이기는 식이에요. 보통 네 명이 복식으로 플레이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패들이라는 탁구채보다 조금 큰 라켓을 쓴다는 것. 무게는 200g 정도에요. 공을 치고받는 코트 크기도 테니스 코트의 4분의 1 수준. 네트 양쪽으로 2미터 안에서 게임이 이뤄져요.
치는 공의 종류도 달라요. 탁구공보단 크고 테니스공보단 가벼운, 구멍 뚫린 플라스틱 공을 치죠. 특징이 있다면, 공의 속도가 다른 라켓 스포츠의 공보다 느리다는 거예요. 피클볼 공이 움직이는 속도는 평균 40~60km/h. 테니스 공의 속도인 평균 80~130km/h와 비교하면 느립니다.
공격 방식도 다른 종목보다 순한 편이에요. 예를 들면 피클볼에서 서브는 무조건 허리 아래에서 올려주는 언더 암Under Arm 방식으로 쳐야 해요. 테니스에서 볼 수 있는 강력한 서브는 넣을 수 없죠.
이런 차이 덕에 사람들은 ‘헐떡이지 않고’ 피클볼을 즐길 수 있어요. 공을 받을 때도 웃으며 칠 수 있고, 서브를 주고받을 때도 긴장하는 대신 즐기는 마음으로 받죠. 통통 튀는 공을 치는 타격감은 덤이고요.
“피클볼은 처음 와도 20분이면 바로 게임할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라켓 스포츠 특유의 경쾌한 타격감도 느낄 수 있죠.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어서 한 번 해본 분들이 ‘유산소 운동을 이렇게 재밌게 한다’며 또 오세요.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뛰었다가 여가 시간으로 즐기기도 하시죠.”_박광호 피클볼동서울클럽 클럽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피클볼의 기세가 테니스보다 더 좋다고 해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피클볼을 즐기는 인구는 223% 늘었다고 해요. 같은 기간 테니스는 10% 증가하는 데 그쳤죠. 2024년 피클볼 인구 숫자는 1980만 명*. 같은 기준 2570만 명**인 테니스 인구수를 턱끝까지 따라잡았어요!
*출처 : Sports and Fitness Industry Association(미국 스포츠 및 피트니스 산업 협회)
**출처 : USTA(미국 테니스 협회)
여기서 궁금해져요. 피클볼은 미국에서 왜 급성장한 걸까요? 여기엔 ‘오픈 플레이’라는 문화가 한몫했어요. 피클볼에는 새로운 사람과 즉석에서 공을 치는 문화가 있거든요.
오픈 플레이를 하는 법은 간단해요. 코트 옆에 패들을 세워두면, 순서대로 처음 보는 사람과 팀을 이뤄 게임을 하는 거예요. 실력이 부족해도 누구도 지적하지 않아, 초보자도 편히 참석할 수 있죠.
이 문화가 미국 Z세대의 눈길을 끌었어요. 이들이 피클볼 코트를 만남의 기회로 활용한 거예요. 심지어 피클볼 만남을 돕는 앱, ‘DUPR dating’도 2025년 4월에 나올 정도였죠.
*피클볼 순위를 기록하는 플랫폼 DUPR과 데이팅 앱 범블Bumble이 함께 만든 데이팅 앱.
“예전에는 술 마시는 바비큐 파티에서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만남의 장으로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어요. Z세대가 건강과 재미를 다 잡을 방법을 찾다 보니, 피클볼처럼 쉬운 스포츠를 기존의 파티처럼 활용하는 거예요.”
_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3.
하이록스 : 외로운 헬스는 끝, 격려하는 근력 운동 레이스
피클볼이 온 세대를 품는 구기 스포츠라면, 근력 운동을 다 같이 즐기게 한 스포츠도 있어요.
주인공은 하이록스. 2017년 독일에서 시작됐어요. 올림픽 메달리스트 모리츠 퓌르스테Moritz Fürste*와 스포츠 이벤트 기획자 크리스티안 퇴츠케Christian Toetzke가 만들었죠.
*독일의 필드하키 선수. 2008년과 2012년 올림픽 남성 필드하키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10년도 안 된 신생 종목이지만, 대세감은 확실해요. 2025년만 해도 21개국에서 83개 행사가 열릴 예정이거든요. 관련 티켓 매출만 8450만 유로(약 1230억원). 한국에도 플레이어들이 꽤 있어요. 2025년 5월에 열린 경기엔 4000여 명이 참가했죠.
하이록스는 한마디로 ‘근력 운동 레이스’에요. 흔히 헬스장에서 하는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합친 종목이라고 할 수 있죠.
운영 방식을 잠깐 볼까요. 먼저 하이록스 참가자들은 체육관에 마련된 총 8개 거점을 통과하는 게 목표에요. 각 거점에선 50m 썰매 당기기, 80m 버피 멀리뛰기(버피 1회 후 멀리뛰기를 반복해 전진하는 것) 같은 걸 해내야 하죠. 각 거점을 넘어갈 때는 1km씩 달려야 하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총 8km의 달리기와 8가지 근력 운동을 끝내는 기준이에요. 하이록스가 정한 기준은 오로지 ‘완주’예요. “2시간 만에 모든 걸 끝내라” 같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죠.
기록 경쟁이 없어서 완주율은 높은 편이에요. 하이록스 대회의 평균 완주율은 98%. 기록도 다양한 편이에요. 평균 완주 기록은 1시간 30분이지만, 4시간을 넘게 달려도 괜찮다고 해요.
그럼 궁금해져요.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섞은 것뿐인 하이록스가 왜 주목받는 걸까요? 이유는 종목을 만든 창립자들의 질문에서 찾을 수 있어요. “헬스를 왜 다 같이 즐길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하이록스가 나왔거든요.
2017년 하이록스를 만든 모리츠와 크리스티안. 체육인이자 기획자였던 두 사람은 운동을 하다가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헬스장에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아우르는 스포츠는 없었어요. 우리는 서로 물었죠. ‘다들 열심히 운동하는데 그걸 같이 하는 종목은 왜 없지?’라고. 그렇게 대화하다가, ‘러닝과 피트니스를 합친 스포츠’를 만들기로 했습니다.”_모리츠 퓌르스테 하이록스 공동창립자, 2025년 Business of Sport 인터뷰에서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새로운 종목을 기획했어요. 핵심은 낮은 강도의 근력 운동과 적절한 거리의 달리기를 더하는 것. 하이록스라는 이름도 이때 지었어요. ‘혼합형 훈련Hybrid’과 ‘스타 선수Rockstar’를 합친 단어였죠.
2017년 11월, 두 사람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첫 하이록스 대회를 열었어요. 신생 종목인데도 650명이 참가했죠. 이후 대회를 열 때마다 참가자가 두 배로 늘었어요.
사람들이 몰린 이유, ‘같이 즐겁게 성장하자’는 메시지 덕분이에요. ‘당신의 페이스대로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와, 완주만 해도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원동력이 됐죠.
“(하이록스 같은 스포츠는) 1등이 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에서도 경쟁이 많으니까요. 앞으로도 등수에 집착하지 않고, ‘같이 성장하자’는 스포츠가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합니다.”_최지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동 저자, 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4.
플래그 풋볼 : 헬멧 대신 깃발, 안전한 두뇌 게임이 뜬다
기존 경쟁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은, 기존의 격렬한 스포츠를 바꾸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미식축구의 변화를 꼽을 수 있어요.
바로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 미식축구의 ‘격한 충돌’은 제외하되, ‘같이 시합하는 재미’에 중점을 두는 신생 종목이죠.
경기 방식부터 살펴볼까요. 플래그 풋볼도 미식축구처럼 양 팀이 맞붙는 형태예요. 타원형의 미식축구 공을 들고 달리거나 패스하면서, 상대편 골라인까지 가는 걸 목표로 하죠.
가장 큰 차이는 ‘신체 접촉을 금지한다’는 것. 미식축구하면 떠오르는 태클을, 플래그 풋볼에선 해선 안 돼요. 그래서 선수들은 헬멧과 보호대를 하지 않습니다.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도 뛸 수 있죠.
부딪치지 않고 공을 어떻게 빼앗냐고요? 수비하는 선수는 날아가는 공을 중도에 끊어내거나, 공을 가진 선수 허리춤에 달린 깃발을 뽑으면 돼요. 깃발 뽑기로 공격권을 가져오는 식이죠.
그럼 왜 안전한 미식축구가 뜬 걸까요? 이유는 단순해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시작은 2차 세계대전 시기인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미국 군인들이 다치지 않으며 운동할 방법을 찾다 만든 게 플래그 풋볼이었죠. 전쟁이 끝난 뒤, 플래그 풋볼은 미국의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가볍게 즐기는 놀이로 자리 잡았어요.
2000년대 들어 플래그 풋볼은 기존 미식축구의 대안으로 뜨기 시작했어요. 머리를 격하게 부딪치는 미식축구가 선수들의 뇌진탕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제기됐거든요*.
*2021년 미국의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태클 방식의 풋볼을 하는 아이들이 플래그 풋볼하는 아이들보다 15배 더 자주 ‘머리 충격Head Impact’을 받는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점점 플래그 풋볼과 미식축구의 인기가 교차하기 시작했어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기존 미식축구 참여율*은 29% 떨어졌고, 플래그 풋볼 참여율은 15% 늘었죠.
*출처 : 프로젝트 플레이Project Play
격렬함은 줄었지만, 이 방식도 “충분히 재밌다”는 게 선수와 코치들의 설명이에요. 오히려 게임 속도가 빨라졌고, 선수들의 두뇌 플레이가 늘었다고 했죠.
“머리를 잘 쓰는 사람들이 플래그 풋볼도 잘합니다. 순간적인 판단력을 발휘해 상대의 약점을 찾는 재미가 있거든요. 내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어도, 좋은 패스를 던진다면 핵심 공격수가 될 수도 있는 게 이 종목의 매력입니다.”_바비 베흐자디 Bobby Behzadi 고등학교 플래그 풋볼 코치, 2024년 더 가디언 인터뷰에서
플래그 풋볼을 선호하는 움직임은 더 커지는 추세예요. 2023년 기준, 미국의 청소년 플래그 풋볼 선수 숫자는 230만 명*에 달하죠. 흥미로운 건 여성 선수의 비율이 24%라는 것. 2022년 기준 18% 수준이던 여성 선수 비율이 점점 늘고 있어요.
*출처 : NSGA미국 국가 스포츠용품협회
프로 리그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미국의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은 2022년 플래그 풋볼을 “미식축구의 미래”라고 선언했어요. 2023년에는 시즌 마지막 쇼케이스 경기를 플래그 풋볼로 운영하기도 했어요. 심지어 플래그 풋볼은 2028년 LA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죠.
“인기 스포츠에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 건 당연한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이 큰 만큼, 관련 비즈니스의 주목을 받으니까요. 사실 리그나 경기 포맷을 살짝 바꾸기만 해도 비즈니스는 커집니다. 대신 방향은 스포츠를 더 쉽게 만드는 쪽이 되는 거죠. 더 많은 사람들을 고객으로 두기 위해서요.”
_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5.
벽 자체를 없앤, ‘모두를 위한 스포츠’가 온다
피클볼과 하이록스, 플래그 풋볼이 가리키는 시사점은 하나로 모아져요. ‘요즘의 스포츠는 모두에게 문을 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즉, 벽을 낮추는 걸 넘어 아예 없애는 분위기로 가는 거죠.
사실 이 원칙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 for All. 1896년 근대 올림픽을 만든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남작이 꺼낸 말이죠.
피에르 남작의 제안은 최근 더 빠르게 현실에 적용되고 있어요. 2028년 LA 올림픽이 돼서야 처음으로 모든 팀 종목에 남녀 팀 숫자가 동일하게 편성되는 식이죠. 여성 복싱 부문에도 체급을 더해, 남성과 같은 숫자의 메달을 놓고 경쟁할 수 있게 했어요.
올림픽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성별 구분은 사라지고 있어요. 스포츠 기록 앱 스트라바Strava는 2024년 요가하는 남성이 전년 대비 15% 늘었다고 발표했어요*. 또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여성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한다고도 했죠. 기록 수가 전년 대비 25% 늘었거든요.
*스트라바 트렌드 리포트 2024. 2023년 9월 1일부터 2024년 8월 30일까지 스트라바에 업로드된 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1억 3500만 명의 사용자와 일반인 표본을 포함한 총 5068명의 설문 응답도 반영됐다.
스포츠용품 브랜드도 제품의 라인업과 슬로건을 바꾸고 있어요. 룰루레몬Lululemon의 CEO, 캘빈 맥도날드Calvin McDonald는 2025년 1월, 회사의 슬로건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녀를 위한 브랜드brand for her’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브랜드dual gender offer’가 되겠다고 했죠.
이제 스포츠는 점점 ‘승패를 가리는 무대’에서 벗어나고 있어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실력과 무관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종목이 뜨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이제 우리가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할 때 집중할 것은 재미와 성장 아닐까요?
“지금의 우리에게 중요한 건 ‘취향’입니다. 성별이나 나이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죠. 이에 따라 남녀 또는 특정 연령을 중심으로 한, 기존 스포츠가 바뀌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스포츠를 즐길 당사자들이 판을 바꾸고 있는 거예요. ‘나, 또는 우리’가 진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을 찾아 그 활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스포츠를 띄우는 거죠.”
_최지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동 저자, 롱블랙 인터뷰에서


롱블랙 프렌즈 K
이름도 규칙도 낯선 운동을 알아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무작정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연락을 보내보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스포츠의 변화를 파고들며 느낀 게 있어요. 지금의 변화는 오래전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외친 노력이 반영된 거라는 것. 앞으로 우리의 운동이 더 즐거움을 향할 거란 확신도 함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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