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한국에서 킥보드로 연 329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위스 브랜드가 있어요. 이름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스템즈Micro Mobility Systems, 이하 마이크로. 한국에선 ‘마이크로 킥보드’로도 불리죠.
*마이크로 공식 수입사 아른arrnn이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2024년 모빌리티 기기 부문 수익.
하나에 10만~20만원씩 하는 이 킥보드,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선 ‘국민템’으로 통해요. 어린이집 앞을 지나면 로고가 새겨진 킥보드들이 주차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심지어 창업자인 빔 오우보터Wim Ouboter가 2025년 한 팟캐스트에서 “한국은 가장 큰 고객”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죠.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어요. 바로 마이크로는 어른의 킥보드로 시작됐다는 것! 1990년 빔이 ‘걷기 귀찮아서’ 만든 킥보드가 지금의 회사로 발전했죠. 대체 마이크로는 35년간 어떤 여정을 거친 걸까요? 발명가이자 혁신가로 불리는 빔의 이야기를 파헤쳐 봤어요!
Chapter 1.
소시지 사러 가는 길이 귀찮아, 킥보드를 만들다
마이크로의 창업자 빔 오우보터는 1960년생의 네덜란드계 스위스인이에요. 그는 어린 시절을 ‘지루했다’고 회상해요. 공장을 경영했던 아버지의 뜻을 따라 경영·경제를 주로 공부했거든요. 그의 커리어도 은행원, 섬유 공장 경영인 정도로만 채워져 있었어요.
사실 빔의 마음에는 늘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어요. 틈만 나면 일을 벌일 궁리를 했다고 해요. 그러다 만 서른이 된 1990년, 영감을 얻어요. ‘그의 게으른 생각’이 계기였죠.
하루는 취리히의 아파트에 누워 쉬던 빔,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단골 소시지 가게를 떠올렸어요. 거기서만 파는 브라트부르스트*를 먹은 다음, 술집으로 넘어가 술 한잔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스위스 동북부 장크트갈렌주에서 만드는 전통 소시지. 주로 송아지 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