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그거 알아? 대전광역시에 ‘노잼* 도시’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는 거. 오죽하면 이 밈meme을 분석한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라는 책이 있을 정도지.
*재미없다는 뜻의 ‘No 재미’를 압축한 단어. 재미있다는 뜻은 ‘유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근데 최근 3년 사이 대전의 기세가 달라졌어. 2030세대 사이에서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주목받고 있거든. 2024년 방문객은 2년 전에 비해 12% 늘어, 8400만 명을 넘었대. 2025년 8월에는 대전시가 9일간 연 ‘0시 축제’에 약 216만 명이 다녀갔지.
노잼 도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궁금함에 대전행 KTX에 올랐어. 지난 금요일 성심당을 포함한 핫플을 돌아보고, 대전관광공사와 도시 브랜딩·마케팅 전문가들과도 대화했지. 1박 2일간 얻은 인사이트, 지금부터 풀어볼게!
Chapter 1.
‘웨이팅의 도시’가 된 노잼 도시
2025년 8월 22일 오전 10시. 대전시 은행선화동에 있는 성심당 본점엔 사람이 바글바글했어. 가게 안에 온 손님 수는 40명에 달했지. 오후가 되자 가게 밖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어. 최고 기온은 35도의 더운 날씨였지만,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지.
성심당에만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어. 정오를 넘긴 시점, 성심당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독립 서점 ‘다다르다’에도 10여 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지.
지나가는 서점 직원을 붙잡고 물었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오냐”고. “평일에도 오후 2시부턴 서점 바깥에 웨이팅 줄이 늘어선다”고 답하더라고. 마감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줄이 끊이지 않는대!
‘웨이팅의 도시’라는 별명,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었어. 대전을 찾은 관광객 수는 2022년 7561만 명에서 2024년 8464만 명으로 증가했거든. 2년 만에 약 12%가 늘었지.
더 재밌는 건 도시가 온라인에서 얻은 관심이야. 2021년까지 100만 건 안팎이던 ‘대전광역시’의 SNS 언급량이, 2024년 245만 건을 찍었거든. 3년 새 2.2배나 증가한 셈이야*.
*관광객과 SNS 언급량 출처는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의 자료를 참고했다.
맛집과 기념품 가게를 찾아다니는 건 어떤 여행지든 같은 거잖아? 왜 대전이 요즘 더 주목받은 걸까?
‘가성비를 찾는 MZ세대의 여행 트렌드 변화가 인기를 이끌었다.’ SNS 데이터를 살피는 강승혜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 팀장의 분석이야. 그는 이렇게 말했어.
“요즘 여행의 트렌드가 ‘짧게, 가깝게, 세밀하게’ 가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요. 지금의 2030 세대는 일상을 지키면서 비일상을 자주 누리고 싶어 하거든요. ‘모든 걸 섭렵한다’는 마음으로 오래 여행하려면 힘도, 돈도 많이 들잖아요? 그럼 내 일상을 리듬에 맞게 유지하는 것도 힘들죠.
그래서 당일치기나 1박2일 여행을 선호하고 있어요. 주말마다 성수동 팝업을 도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그 점에서 대전은 딱 맞는 여행지였어요. 위치도, 교통도 편리한 곳이니까요.”
_강승혜 대홍기획 AP·데이터인사이트 팀장

Chapter 2.
시민의 ‘노잼 도시 고백’을 서사로 쌓아 올리다
대전이 가성비 좋은 여행지라는 건 이해했어. 그런데 이것만으로 2030세대가 대전까지 올 리는 없잖아? 찾아보니 그간 쌓은 서사가 있었어. 8년 전 ‘노잼 도시’라는 별명이 붙던 때로 거슬러 올라갔지.
계기는 2017년 SNS에 올라온 이미지 한 장. ‘지인이 노잼의 도시 대전에 온다! 어쩌면 좋아!’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어. 한 대전시민이 놀거리를 ‘Yes or No 테스트’로 정리한 내용이었지.
카페나 집, 어디서 만나든 결론은 딱 하나였어. 다음에 뭐 하지? → 성심당에 들른 다음, 집에 보낸다! 이때부터야. 사람들이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2019년, 이 밈은 한 번 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어. 대전시가 공식적으로 밈을 받아들였거든.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쓴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를 이렇게 설명해.
“2019년 대전시가 ‘대전방문의 해’를 선포하면서 이 밈이 확 떴어요. 사람들은 ‘노잼으로 알려져 있으면서 감히 관광하러 오라니!’라는 반응이었죠. SNS에서 놀림거리로 삼기 딱 좋았던 거예요.
재밌는 건, 대전시가 직접 그 밈을 활용했다는 거예요. ‘그럼 즐길 만한 곳을 시민들이 소개해 달라’는 이벤트를 열었죠. ‘노잼 도시=대전’이라는 밈을 외지인은 물론, 지역민들도 받아들인 거예요.”
_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당시 대전시는 공식 페이스북에 ‘대전 여행 알고리즘’을 올렸어. 또 시민들에게 ‘우리 도시의 여행을 설계해 달라’는 이벤트도 열었지. ‘우리는 간혹 노잼대전이란 말을 듣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말이야.
대전시가 밈을 인정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재미를 느꼈어. ‘대전시까지 노잼을 인증한다’, ‘이제 진짜 돌이킬 수 없는 노잼 도시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지. 그러면서 “대전에는 한밭수목원이 있다, 또 ‘대전의 명동’인 으느정이 거리도 있다”며 즐길 거리를 찾아냈고.

Chapter 3.
‘빵밖에 없다’는 밈, 멍석으로 삼아 놀다
사람들의 반응에서 감을 잡은 대전, ‘노잼’을 역이용하기 시작했어. 2021년 11월 빵 축제 기획이 대표적이야. ‘빵 밖에 없다’는 놀림을 행사로 키운 거였지.
대전관광공사는 성심당의 후원을 받아 대전의 빵집 34곳을 대전시 중구에 있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 모았어. 당시 팬데믹이 한창이었을 때도 10만 명 넘는 방문객을 모았지.
단순히 축제만 기획한 게 아니었어. 노잼과 빵을 결합해 SNS에서 돌 만한 콘텐츠도 만들었거든. ‘대전은 빵잼 도시’라는 키워드를 내세웠고, ‘노잼·꿀잼·유잼·핵잼’이라는 이름의 잼을 만들기도 했어. 자연스레 사람들은 ‘노잼 도시가 이제 빵의 도시가 됐다’는 반응을 남겼지.
지금의 빵 축제는 어떻게 됐냐고? 2024년에는 80여 개 빵집이 참가하고 14만 명이 찾아오는 행사로 발전했어. 지난해에는 축제 입장 대기줄을 서는 데만 2~3시간 걸릴 정도였대.
대전의 ‘노잼·빵잼’ 활용에서 배울 점이 있어.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는 지역이 되려면, 1초 만에 떠오르는 하나의 키워드를 붙잡아야 한다는 것. 도시 브랜딩 전문가인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가 준 조언이었지.
*황부영 대표는 2022~2024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디렉터로 일했다. 2024년부터 대전 도시마케팅위원을 맡고 있다.
“대전이 잘한 건, ‘성심당 말고 뭐 없다’는 인식에 ‘우리 볼 거 많아요’라고만 주장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대신 ‘그래, 우리 빵 말고 없다. 그런데 그 빵이라도 제대로 봤어?’라며 기존 인식을 비틀었죠. 만약 대전시가 밈을 부정했다면, 인기를 얻기 힘들었을 거예요.
비슷한 사례로 경상북도 김천이 있습니다. ‘김천’ 했을 때 특산물이 아니라 ‘김밥천국’이 생각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김밥 축제를 열었죠. 이게 SNS에 퍼져 10만 명이 몰렸습니다. 김천의 특산물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보다 지역을 알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죠.”
_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Chapter 4.
30년 묵은 캐릭터, ‘패밀리’로 부활시키다
여기까진 대전이 노잼 도시 밈을 역이용한 이야기. 이것만 있었다면 내가 굳이 대전까지 가지 않았을 거야. 이곳이 주목받은 이유는 하나 더 있었어. 바로 엑스포 캐릭터 ‘꿈돌이’ 때문!
꿈돌이는 1993년 대전 엑스포를 기념하며 만들어진 캐릭터야. ‘우주에서 지구로 온 아기 요정’이라는 컨셉을 갖고 있지. 지금의 40대에게는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어.
재밌는 건, 꿈돌이가 20대 사이에서 힙한 캐릭터로 다시 자리 잡았다는 거야. 관광객들은 대전 여행을 ‘티 내기 위해’ 도시 곳곳에 자리한 꿈돌이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어. 꿈돌이가 그려진 맨홀 뚜껑부터 공원에 세워진 조형물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지.

흠, 32년 전 캐릭터잖아? 왜 다시 소환된 거지? 그 이유를 찾아 대전관광공사에 연락했어. 이들은 “2020년 카카오TV에서 만든 웹 예능 「내 꿈은 라이언*」에 나온 게 계기였다”고 했지.
*기회가 부족해 없어질 위기에 처한 마스코트들을 모아 순위를 가리고, 인기 부활의 기회를 주는 서바이벌 예능. ‘마스코트 예술 종합학교(마예종)’라는 컨셉을 내세웠다.
“당시 꿈돌이는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어 서바이벌에서 최종 우승을 했어요. 카카오 이모티콘을 내놓고, 카카오 프렌즈 샵에서 꿈돌이 굿즈를 파는 기회를 얻었죠. 지금도 꿈돌이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발견한 계기기도 했습니다. 이게 ‘꿈돌이 리뉴얼’ 결정까지 이어졌어요.”
_김영준 대전관광공사 홍보마케팅팀 대리
Z세대 시선에 꿈돌이는 ‘귀엽고 신선한데 서사까지 있는 캐릭터’였던 거야. 이걸 아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는 계기였고. 기세를 몰아 대전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전략’을 택했어. 대전관광공사와 손을 잡고, 꿈돌이를 다시 키우기로 한 거야.
이들이 꿈돌이를 되살릴 때 주력한 건 ‘이야기’였어. 서른 살이 된 캐릭터의 인생을 다시 그렸지.
예를 들면 이런 거야. 1993년생 꿈돌이가 짝꿍인 꿈순이와 결혼했다는 설정을 더했어. 심지어 부부가 네 명의 자녀(꿈빛이·꿈결이·꿈별이·꿈달이)를 키우는 다둥이 가족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넣었고. 대전시가 ‘결혼해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걸 은연중에 보이려는 의도였지.
2023년 12월, 대전시는 꿈돌이의 가족 서사를 담아 ‘꿈씨패밀리’라는 세계관을 공개했어. 다둥이 가족 캐릭터는 물론 친구와 반려견 캐릭터까지 선보였지. 2025년에는 꿈돌이 부모님인 ‘금돌이’와 ‘은순이’까지 선보였고.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 이게 서른 살 꿈돌이를 부활시켰어. 도시 브랜딩을 연구하는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이 전략이 지자체 캐릭터를 일상에 다가가게 했다”고 분석했지.
*박상희 교수는 2015~2016년 국가브랜드개발추진단 사무국장으로, 2019~2020년 인천광역시 브랜드전략팀장으로 일했다. 2023년엔 『도시x리브랜딩』을 공동저자로 펴냈다.
“꿈돌이는 가족을 꾸리면서 하나의 마스코트에서 ‘도시형 IP’로 진화했습니다. 지역 상징에 그치는 게 아닌, ‘일상을 함께 사는 존재’로 성장한 거죠.
이처럼 세계관을 확장해 캐릭터 간 관계를 만드는 건 힘이 있습니다. 가령 뽀로로도, 하나의 캐릭터일 때보다 ‘뽀로로와 친구들’일 때 더 큰 시너지를 얻죠.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이 풍부해지고 더 친근하게 와닿게 되니까요. 라인과 카카오가 ‘프렌즈’를 만드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_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Chapter 5.
세계를 넓혔다면, 다시 ‘찾는 재미’를 심어야 한다
사실 꿈돌이가 가족을 꾸린 것보다 더 재밌는 게 있었어. 바로 도시 곳곳에 심겨진 꿈씨패밀리를 발견하는 경험. “여기에도?”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곳곳에서 꿈돌이 가족을 만날 수 있었어.
가장 먼저 꿈돌이를 볼 수 있었던 곳은 대전역의 관광 안내소. 인형과 키링, 볼펜과 수첩 같은 굿즈들이 보였지. 굿즈샵을 겸한 이곳은 이름부터 ‘꿈돌이와 대전여행’이었어.
다음은 택시. 2024년 9월, 대전시는 ‘꿈돌이 택시’를 만들었어. 지역 택시 약 2000대에 꿈씨패밀리 캐릭터 4종을 활용한 갓등*을 단 거야. 차에 손님이 없을 땐 택시 지붕에 달린 갓등도 빛나게 만들었어. 이걸 인증하고 싶어 일부러 택시를 타는 관광객도 나타났지.
*천장에 다는 조명등.

2025년 6월에는 ‘꿈돌이 라면’이 나왔어. 대전의 스프 제조업체와 협력해 만든 제품이었지. 꿈돌이가 새겨진 쇠고기 맛, 꿈순이가 그려진 해물짬뽕 맛 2종이 출시됐어. 포장지에만 그린 게 아냐. 건조 플레이크에도 꿈돌이 얼굴 모양을 넣어 디테일을 살렸지.
중요한 건 대전시가 꿈돌이 라면을 판매한 방식이야. 이들은 라면을 다른 지역에 보내지 않고 오직 대전에 와야만 살 수 있게 했어. 지난 6월 9일부터 7월 26일까지, 대전 동구 소제동에서 ‘꿈돌이네 라면가게’라는 이름의 팝업을 여는 식이었지.
반응은 어땠을까? 꿈돌이 라면은 출시 2주 만에 30만 개가 팔렸어.
“오프라인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꿈돌이 라면을 대전 안에서만 살 수 있게 제한을 둔 건, 대전으로 ‘올 수밖에 없는 동기’를 만든 거예요. 이때 라면은 식품이라기보다 SNS에 인증해야 하는 굿즈이자 기념품인 거죠.”
_강승혜 대홍기획 AP·데이터인사이트 팀장
대전에서만 살 수 있는 굿즈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2025년 7월엔 ‘꿈돌이 막걸리’와 ‘꿈돌이 호두과자’가 출시됐어. 이 역시 대전 내 편의점과 축제에서만 살 수 있지.
사실 여기까진 예상 가능한 행보야. 지역 캐릭터가 뜨면 특산품 곳곳에 등장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의외의 포인트를 하나 더 발견했어. 바로 대전시가 지역 가게에 ‘꿈돌이 IP’를 활용하게 만든 거였어.
무슨 말이냐고? 대전 소재 가게들이 원하면 저작권료를 내고 캐릭터 IP를 쓸 수 있게 한 거야. 카페나 소품샵이 꿈돌이 모양 케이크나 스티커, 티셔츠 등을 만들어 팔 수 있게 한 거지.
대표적으로 대전 은행선화동에 자리한 소품숍 프렐류드가 있어. 이들은 꿈돌이 IP를 자체적으로 소화했지. 대전의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히는 곳이야.
이들은 ‘무해함’을 강조한 꿈돌이를 조각 스티커·키링·티셔츠에 담았어. 예를 들어 꿈돌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멜론 빵을 먹고 있거나, 뭉게구름 위에서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표현했지. 소품숍만의 결을 담은 굿즈를 만들어 이곳도 ‘웨이팅의 성지’가 됐고.
지자체가 IP를 독점하지 않고, 지역민과 나누는 전략. 영리하다고 생각했어.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도 이 방식이 꿈돌이를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지.
“지자체 캐릭터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인지할 기회가 없으면 영혼을 얻지 못해요. 실제로 대부분은 365일 중 360일 창고에 갇혀 있어요. 탈인형을 써도 명절 때 나오는 게 전부죠.
꿈돌이는 지역 내 기업과 가게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정한 ‘도시의 홍보 대사’가 됐어요. IP 관리를 영리하게 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_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Chapter 6.
지역의 자부심은 ‘올리브영 10곳’보다 힘이 세다
8년 전 ‘노잼 도시’로 불리던 곳이 ‘웨이팅의 도시’가 되기까지. 대전은 자신들의 서사를 차근히 쌓아 올려 ‘유잼 도시’로 거듭났어.
대전의 기세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전문가들에게 물었어. 그들은 “갑자기 서울처럼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지.
“로컬을 ‘핫플’로 만들기 위해 서울을 모방하다 보면, 지역만의 독특함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자꾸 ‘재미있음’의 기준을 서울로 삼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 성수동에 뜬 브랜드들이 대전에 모이거나, 올리브영이 10곳씩 들어온다면 좋을까요? 대전만의 매력만 사라질 겁니다.
소위 ‘핫플’로 소비되는 곳 외에 로컬이 품은 정체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지자체도, 여행객도 모두 한 번쯤 생각할 만한 지점이죠.”
_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런 점에서 대전의 여전한 핵심 요소인 성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들도 있었어. 지역의 대표 자랑거리가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킬 때, 다른 이들도 힘을 받을 거라는 뜻이었지.
“이제 성심당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에요. 대전에서 도시 브랜딩을 견인하는 상징이죠. 대전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또 그런 이야기들은 지역의 자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게 사람들의 웃음을 터뜨리는 밈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_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실제로 성심당은 지금도 ‘대전 최고 빵집’의 역할을 다하고 있어. 딸기시루와 망고시루, 생귤시루와 같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오픈런이 일어날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지. “2.3kg 딸기시루라는데 사서 보니 2.5kg였더라”는 식이야. 과거나 지금이나 ‘아낌없이 퍼준다’는 이미지를 지키는 중.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설계해야 한다. 이게 곧 도시 브랜딩이자 로컬 브랜딩이라고 황부영 대표는 설명했어.
“로고나 슬로건 작업으로 도시 브랜딩을 끝내선 안 돼요. ‘경험’을 설계해야 하죠. 지자체는 지역에 있는 요소들을 살피며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존재가 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지역에 오래 살게 하면서 관광객 같은 생활인구*를 효과적으로 모아야 하죠.”
*지역에 살지는 않지만,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 등의 목적으로 지역에 머무는 사람을 뜻한다.
_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어. 자신이 품은 가치를 당당하게 여기는 마음이잖아? 어쩌면 대전이 8년에 걸쳐 유잼 도시로 반등한 힘도 여기서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어.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지.
‘우리의 자부심을 지키고 늘려나갈 때, 사람들은 주목한다.’


롱블랙 프렌즈 L
1박2일 간 대전에서 취재하며, ‘다음엔 더 여유 있게 대전에서 머무르고 싶다’고 생각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알려졌지만, 의외로 콘텐츠가 많아 1박2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곳곳에 숨어 있는 꿈돌이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대기에 바빴지.
롱블랙 피플, 오늘은 특별히 내가 대전에서 찍은 사진들을 갤러리에 담아봤어. 어딘가 떠나고 싶은 수요일, 눈으로 여행을 즐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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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 대전광역시에 ‘노잼* 도시’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는 거. 오죽하면 이 밈meme을 분석한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라는 책이 있을 정도지.
*재미없다는 뜻의 ‘No 재미’를 압축한 단어. 재미있다는 뜻은 ‘유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근데 최근 3년 사이 대전의 기세가 달라졌어. 2030세대 사이에서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주목받고 있거든. 2024년 방문객은 2년 전에 비해 12% 늘어, 8400만 명을 넘었대. 2025년 8월에는 대전시가 9일간 연 ‘0시 축제’에 약 216만 명이 다녀갔지.
노잼 도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궁금함에 대전행 KTX에 올랐어. 지난 금요일 성심당을 포함한 핫플을 돌아보고, 대전관광공사와 도시 브랜딩·마케팅 전문가들과도 대화했지. 1박 2일간 얻은 인사이트, 지금부터 풀어볼게!
Chapter 1.
‘웨이팅의 도시’가 된 노잼 도시
2025년 8월 22일 오전 10시. 대전시 은행선화동에 있는 성심당 본점엔 사람이 바글바글했어. 가게 안에 온 손님 수는 40명에 달했지. 오후가 되자 가게 밖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어. 최고 기온은 35도의 더운 날씨였지만,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지.
성심당에만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어. 정오를 넘긴 시점, 성심당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독립 서점 ‘다다르다’에도 10여 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지.
지나가는 서점 직원을 붙잡고 물었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오냐”고. “평일에도 오후 2시부턴 서점 바깥에 웨이팅 줄이 늘어선다”고 답하더라고. 마감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줄이 끊이지 않는대!
‘웨이팅의 도시’라는 별명,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었어. 대전을 찾은 관광객 수는 2022년 7561만 명에서 2024년 8464만 명으로 증가했거든. 2년 만에 약 12%가 늘었지.
더 재밌는 건 도시가 온라인에서 얻은 관심이야. 2021년까지 100만 건 안팎이던 ‘대전광역시’의 SNS 언급량이, 2024년 245만 건을 찍었거든. 3년 새 2.2배나 증가한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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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에 찍은 대전역의 모습. 대전역은 군인들이 전역 후 인증샷을 찍는 포토스팟으로 바이럴이 되기도 했다. 머리로 ‘대’자를 가리고 서면, 얼굴 옆으로 ‘전역’이라는 글자가 나오도록 찍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롱블랙
금요일 오전 10시, 평일이었음에도 성심당 본점엔 사람이 가득했다. 빵을 구매하고 나오자 가게 앞으로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롱블랙
성심당 케익부띠끄에 진열된 시루 케이크들의 모습.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생귤시루였다. 생귤시루를 구매해 보냉백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중앙로역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였다. ⓒ롱블랙
성심당 본점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독립 서점 다다르다에도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턴 웨이팅이 시작된다고. ⓒ롱블랙
꿈돌이 공식 라이선스 소품숍인 프렐류드에서 판매하고 있던 꿈돌이 조각 스티커들. ⓒ롱블랙
마찬가지로 프렐류드에서 팔고 있던 꿈돌이 티셔츠. ⓒ롱블랙
대전관광공사 건물 외벽은 거대한 꿈돌이가 장식하고 있었다. ⓒ롱블랙
대전관광공사 1층 내부의 모습. 여행을 가는 듯 선글라스를 낀 꿈돌이가 캐리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롱블랙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는 1993년에 태어난 꿈돌이에게 2023년 꿈씨패밀리라는 세계관을 부여해, 캐릭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사진은 대전관광공사 내부에 전시되어 있던 꿈씨패밀리 인형들. ⓒ롱블랙
대전 당일치기나 1박2일 여행의 대표적인 코스 중 하나는 두부 두루치기 식당이다.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들 중 한 군데인 진로집에서 주문한 두부 두루치기 1인분. ⓒ롱블랙
‘노잼 도시 대전’이라는 밈의 시초가 된 사진. 대전의 즐길거리가 모두 성심당으로 귀결되는 Yes or No 테스트다. ⓒSNS 캡쳐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는 대전이 노잼 도시라는 별명을 얻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책이다. ⓒ북저널리즘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를 펴낸 주혜진 대종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는 지역이 서울을 모방하지 않고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함을 강조했다. ⓒ롱블랙
대전은 노잼 도시라는 밈을 활용해, 빵잼 도시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2021년부터 빵 축제를 열고 있다. 대전 빵 축제는 14만 명을 모으는 행사가 됐다. 사진은 2024년 대전 빵 축제 포스터. ⓒ대전관광공사
대전은 꿈돌이 IP를 다양한 기업과 컬래버하고 있다. 사진은 꿈돌이 택시 위 달려 있는 꿈씨패밀리 캐릭터 갓등 모습. ⓒ대전광역시
꿈돌이 막걸리. 대전시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포장지엔 꿈돌이들이 직접 양조하는 그림이 담겨 있다. ⓒ대전광역시 블로그
지난 6월 출시한 꿈돌이 라면은 출시 2주 만에 30만 개를 판매하며 대전 여행의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광역시
대전 여행이 흥하게 된 비결은 결국 대전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했다는 것에 있다. 지역이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갈 때, 오래 가는 브랜드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전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