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 : 진정한 럭셔리 리조트의 비밀, 자연주의에서 찾다


롱블랙 프렌즈 L

사실 이 노트는 지난해 12월 초에 기획했어. 지난 연말에 발행된 롱블랙 홀리데이위크 기억하지? 그때 롱블랙팀은 고민했거든.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브랜드가 있을까. 아만Aman은 그때 내가 언급한 브랜드야!

아만은 럭셔리 위의 럭셔리로 불리는 리조트야. 아만 정키Aman Junkie라고 들어봤어? 아만 중독자란 얘기야. 아만 팬들이 자랑스럽게 자신을 그렇게 불러.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안젤리나 졸리, 킴 카다시안이 아만 정키로 알려져있지. 인스타그램에 #amanjunkie를 검색하면 3만개가 넘는 사진이 올라올 정도야.

난 2017년 여름에 모로코 마라케시에 있는 아만제나Amanjena를 가본 적이 있어. 며칠 묵지 못했지만, 왜 사람들이 “아만은 호텔 그 이상”(미국 경제지 포춘)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지. 이번 기회에 아만을 파고 들어봤어. 아만의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 롤랜드 파셀Roland Fasel을 서면 인터뷰하기도 했고 말이야!


롤랜드 파셀 아만 최고운영책임자

아만은 1988년 설립됐어. 태국 푸켓에 지은 아만푸리Amanpuri가 시초였어. 지금은 세계 20개국에 33개의 리조트와 호텔이 있어.

아만 이전에도 럭셔리 호텔들은 있었어. 그런데 “럭셔리 호텔은 아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게 호텔업계의 평가야.

일단 객실 요금도 입 벌어지게 비싸. 하룻밤 숙박료는 기본이 150만~200만원 선이야. 문화재급 독채 빌라는 하룻밤 체류비가 3000만원을 웃돈대.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비싸다고 럭셔리는 아니잖아.


Chapter 1.
에이드리언 제차, 새로운 개념의 호텔을 푸켓에 짓다

아만은 창업자 에이드리언 제차Adrian Zecha를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어. 제차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고, 미국 유학을 다녀왔어. 『뉴욕타임즈』통신원, 『TIME』 매거진 기자를 거쳐 자신의 미디어를 창간해. 1961년에 『Asia』 매거진, 1970년 홍콩 기반의 여행 잡지 『Orientations』를 세우지.

제차가 호텔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건 메리어트 호텔과의 인연 때문이야. 메리어트 호텔의 경영진이 “아시아에 호텔 부지를 사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제차에게 부탁했거든. 제차는 세 군데의 부지를 물색해줬지만, 석유 파동으로 거래가 진행되진 않았어. 그 과정에서 영감을 얻고, 자신이 직접 럭셔리 호텔 사업에 뛰어든 거지. 당시 이미 마흔 가까운 나이에 말이야. 제차는 1972년 리젠트 인터내셔널 호텔Regent International Hotels를 설립했어. 이후로도 전세계에 100채가 넘는 리조트와 호텔을 지었지.

그런 제차에게도 아만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호텔이었어. 첫 아만이 푸켓에서 세워졌다고 했지? 제차는 원래 자신의 별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대. 푸켓에서 정말 아름다운 야자수 숲을 발견한 거야. 제차는 여러 해에 걸쳐서 조금씩 부지를 사들였어. 그 과정에서 ‘별장 대신에 아주 특별한 호텔을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대.

1988년 1월에 완공된 아만푸리는 모든 객실이 다 독채로 지어졌어. 지금 유행하는 풀 빌라pool villa를 34년 전에 선보인 거야. 오픈할 때 객실은 겨우 40개. 당시로선 큰 액수였던 400만 달러(약 48억원)의 예산은 제차가 그동안 번 돈으로 쏟아부었어. 은행 대출이 나오지 않았대. 그때만 해도 누구도 객실 40개로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때였거든. 메가 리조트는 객실이 500개가 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식이었어. 

객실은 적지만 객실 당 직원 수는 리조트 업계 최고였어. 방 하나에 전담 직원이 네 명씩 붙는 버틀러butler·집사 서비스를 처음으로 적용했지. 아만에는 프론트 데스크가 없었어. 손님이 도착하면 직원들은 이름을 부르며 맞이했어. 방으로 안내한 뒤 체크인을 했고 말이야. 모두 기존엔 없던 서비스였어.

이런 리조트가 먹힐 거라곤 제차조차도 생각하지 않았대. 생각해 봐. 1980년대 후반이었어. 푸켓에서 가장 호화롭다는 요트 클럽도 75달러면 묵을 수 있던 시절에, 아만푸리의 숙박료는 250달러였거든. 제차는 인터뷰에서 “아만이 너무 특권층 타겟이어서 고객을 유치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I was very concerned that it might be too elitist and therefore not attract a bigger clientele)”고 말하기도 했어. 

제차는 자신을 선지자visionary라고 부르는 걸 싫어한대. 모든 건 비전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라 행운일 뿐이었다는 거야.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늘 그들의 ‘비전’에 대해 얘기해요. 모든 것이 위대한 전략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요. 그렇지만 제가 이룬 성공 대부분은 운이었어요.”
_에이드리안 제차, 2008년 『롭 리포트』 인터뷰에서

과연 그럴까? 행운이라 부르기엔, 이후의 아만은 분명한 원칙 아래에서 움직이거든. 

아만의 창립자 에이드리언 제차Adrian Zecha. 언론인 출신인 그는 1972년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Naru Development

Chapter 2.
독보적인 입지, 자연의 힘을 일찍 깨달은 눈 

아만의 최대 경쟁력은 화려한 건축이 아니야. 압도적인 자연 풍광,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장소에 자리 잡은 입지 전략이야. 아만이 세계 33곳에 있다고 했지. 그 중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지야. 예를 들어볼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라오스 루아프라방에 위치한 아만타카Amantaka, 8세기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사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인도네시아의 아만지워Amanjiwo, 스리랑카의 갈 구시가지 안에 위치한 아만갈라Amangalla.

그 외에도 인도 라자스탄의 왕실 호랑이 사냥터에 들어선 아만바그Amanbagh, 알프스 산맥의 스키 휴양지 쿠셰벨Courchevel에 위치한 아만 르 메레장Aman Le Melezin, 부탄의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 지역에 5곳에 나뉘어 12년 동안 지어진 아만코라Amankora….  

어때, 입지만 들었는데도 왠지 웅장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아? 아만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란 뜻이래. 제차는 아만 리조트의 입지를 고민할 때부터, 휴식이란 영혼의 충전이라는 철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 

입지에 대한 엄청난 안목. 이건 창업자 제차의 경쟁력이었어. 그는 대규모 차茶 농장을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부호 집안에서 태어났고, 정말 좋은 곳을 여행다녀봤거든. 아만의 한 초기 멤버는 이렇게 말할 정도였어. 

“제차는 세계 곳곳을 여행을 통해 경험해봤고, 좋은 입지를 거의 다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좋은 입지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어요. 좋은 입지가 우리를 끌어당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