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꽂힌 책을 모아보면, 관심사와 취향, 사고방식까지 유추할 수 있다는 뜻이죠. 즉, 한 사람이 읽는 책들이 정체성을 보여 준다는 겁니다.
책장의 책들이 사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공간의 정체성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긴 이가 있습니다. 하바 요시타카幅 允孝. 일본의 21년 차 ‘북 큐레이터’죠. 그는 2005년 북 큐레이션 전문 기업 바하BACH를 세워 지금까지 운영 중입니다.
하바는 자신을 “책이 아닌, 책장을 편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서점과 도서관은 물론, 카페와 병원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그는 책을 큐레이션 합니다. 공간이 가진 의미를 ‘책장’으로 더하고 있죠.
그가 하는 일이 궁금했던 찰나, 한국에 강연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를 만나러 서울 중구의 페럼타워로 향했어요.

하바 요시타카 바하BACH 대표
하바는 지난 9월 25일 ‘2025 책, 풀, 톱 컨퍼런스’*에 참석했습니다. ‘어린이가 만나는 책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북 큐레이션 이야기를 나눴죠. 그의 대표작으로 2020년 문을 연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의 숲’**의 책장들이 있거든요.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기획 및 운영하는 컨퍼런스. 어린이를 둘러싼 공간, 경험,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짓고 오사카시에 기증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하바가 12개 테마로 북 큐레이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