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얼마 전 틱톡에서 화제였던 영상이 있어요. 프랑스 파리의 센 강 둔치에서, 부스스한 새집 머리의 남자가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끄고 출근하러 떠나는 장면이 포착됐죠.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주인공이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에요. 럭셔리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죠. 이전엔 로에베Loewe의 디렉터로 12년간 일하고, 자신의 브랜드 JW앤더슨도 이끄는 패션계의 잔뼈 굵은 베테랑이에요.
그런데 그의 별명은 다름아닌 ‘근면성실한 직장인’이에요. 흔히 상상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는 다른 소탈한 차림, “월말에 동료들 월급 주는 게 나의 가장 큰 책임”이라는 평소 언행 때문이죠.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는 것도 바로 ‘평범함의 힘’이에요.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로 일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조나단의 이야기를 통해 밝혀볼게요.
Chapter 1.
백화점 마네킹으로 패션을 배우다
누구나 하나쯤 이룰 수 없는 판타지를 갖고 있지 않나요?
조나단 앤더슨에게 그 판타지는 ‘패션’이었어요. 1984년 북아일랜드의 시골 마을 더 루프The Loup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집 앞 농장을 뛰노는 게 일과의 전부이자 따분한 일상이었거든요.
유일한 즐거움은 패션 잡지를 읽는 일. 매주 일요일마다 배달되는 잡지엔, 조나단의 일상과 180도 다른 세상이 펼쳐졌거든요. 밤하늘 사이로 반짝이는 파리 에펠탑 앞에서 펼쳐지는 런웨이에 마음을 뺏겼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조나단에게 패션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거든요.
“선데이 타임즈 부록을 펼치면 패션쇼 사진이 나와요. 무슨 파티가 열리는지, 도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담겨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살던 곳에선 그런 세계가 완전히 낯설었죠.”
_조나단 앤더슨, 2025년 This Culture Life 팟캐스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