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베 : 칼국수에서 내추럴 와인까지, 모든 감각은 이어져있다


롱블랙 프렌즈 B

2, 3년 되었을까요. 와인을 마시게 되면 꼭 내추럴 와인을 고릅니다. 다음날 머리 아픈 것이 덜하기도 하지만, 향이 훨씬 풍성하다고 느낍니다. 언제부터인가 와인 병에 종종 독특한 스티커가 붙어있더군요. 굵은 고딕체로 V라고 적혀있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습니다.

차승희 팀장에게 물었습니다. F&B 업계의 마당발답게, 역시나 그 스티커를 알고 있더군요. 국내 내추럴 와인 시장을 개척한 수입사, 뱅베Vin V의 표식이라고요. 궁금해져서 뱅베의 김은성 대표를 만났습니다.


차승희 신세계까사 콘텐츠개발팀장 

김은성 뱅베 대표를 알고 지낸 지가 벌써 4년입니다. 덩치가 크고 무뚝뚝하게 생겼는데, 테이블에 앉으면 다정한 수다꾼입니다. 보면 볼수록 내추럴 와인 같은 사람입니다. 

내추럴 와인이 뭔지 아시나요. 와인을 숙성시킬 땐 보통 살균·방부제 역할을 하는 이산화황을 넣습니다. 빠르게 발효시키려고 배양 효모를 넣기도 하고요. 이런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 게 내추럴 와인이에요. 최신 와인 숙성 기술이 발명되기 전의, 옛날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죠.

내추럴 와인은 향이 좀더 입체적이에요. 다양한 균이 섞여 발효됐거든요. 김은성 대표도 뭐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전주 맛집으로 소문난 베테랑 칼국수집 아들로 태어났어요. 주식 트레이더로 8년 간 일했고요. 칼국수집을 이어받아 빠르게 확장하다, 좋아하던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지난해에만 10만병의 내추럴 와인을 판매한, 국내 대표 수입업자예요.

칼국수와 내추럴 와인,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죠. 그런데 김은성 대표에겐 또 둘 다 잘 어울려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결국 감각이라는 건 다 이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Chapter 1.
전주 교동의 열평 한옥에서 시작된 베테랑

날 때부터 금수저는 아니었습니다. 베테랑 칼국수의 출발은 1976년, 전주 교동의 열 평 한옥이었어요. 갓 결혼한 부부는 가진 게 하나도 없었대요. 궁리 끝에 살림집을 열어 식당을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칼국수를 팔진 않았어요. 집 앞 여고 학생들에게 라면과 떡볶이, 쫄면을 팔았죠. 이곳에서 이듬해에 김은성 대표가 태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