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조 : 색이 없던 삶, 자투리 비누에서 나만의 색을 찾다


롱블랙 프렌즈 C 

선물로 비누를 받았어요. 오동나무 박스에 정갈하게 담겨왔죠. 모양이 독특해요. 동그란 흰색 비누 안에 조각 비누들이 박혔어요. 노랑, 분홍, 주황, 민트. 아! 테라조Terrazzo 디자인의 비누네요. 다양한 돌 조각을 모아 여러 색감의 대리석을 만드는 디자인 기법을, 비누에 쓴 거예요.  

누가 만든 걸까? 궁금해서 박스에 새겨진 한아조hanahzo란 이름을 검색해봤어요. 성수동 LCDC에도 입점한 브랜드인 거예요! 마침 김혜원 not a but b 대표님이 한아조의 오랜 팬이라고 해서, 함께 찾아가봤어요! <뉴센세이셔널 위크> 다섯번째 이야기예요.


김혜원 not a but b 대표

2015년 여름, 한남동이었습니다. 우연히 골목길에서 욕실을 봤어요. 통유리창 안에 2평~3평 남짓의 하얀색 욕실이 있더라고요.

가운데에는 욕조가 있고, 유리창에는 큼지막하게 ‘Pause Your Life’라고 쓰여 있었어요. ‘너의 삶을 잠깐 멈춰 봐’. 그 문구를 보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그 시기, 저는 사는 게 피곤했어요. 일만 하고 살았죠.

그 곳은 수제비누 브랜드 한아조의 쇼룸이었습니다.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이 퇴사하고 만든 브랜드인가 보다, 상상했어요. 한아조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공동대표이자 부부인 조한아, 김상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Chapter 1.
색이 없어 직장을 떠난 조한아

조한아 대표는 응석받이 둘째였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건강만 해라” 말씀하셨어요. 그래서일까요. 어린 시절 큰 꿈이 없었습니다. 장래희망에 ‘디자이너’라고 적었던 건 그냥 미술시간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는 “미대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고3 때 집안이 어려워졌거든요. 실기 시험 없이 갈 수 있는 디자인학과를 찾았어요. 의상디자인학과가 있었죠.

졸업 후, 1년 반 동안 국내 작은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그 때까지도 큰 뜻이 있지는 않았어요. 막연하게 힐 신고 또각또각 걷는 패션 업계 커리어우먼을 꿈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