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 죽음을 기억할 때 삶은 농밀해진다


롱블랙 프렌즈 B 

이어령 선생이 2022년 2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냈고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로 활동하며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던 분입니다.

달변가였던 선생은, 또한 성실한 작가였습니다. 암투병 중에도 2021년 10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출간했고, 2022년 1월 신간 『메멘토 모리』를 냈지요. ‘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좌우명 삼았던 이어령 선생. 유언 없이 눈 감았다는 선생의 마지막 말들은, 어쩌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오늘은 롱블랙 피플과 그 말들을 곱씹어 보고자 합니다.


Chapter 1.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스물 네 가지 질문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1987년 10월, 죽음을 앞두고 이병철 회장*은 물었습니다. 이 회장은 2년째 암 투병 중이었습니다. A4 용지 다섯 장에 적힌 스물네 개의 질문은 정의채 몬시뇰 신부에게 전해졌습니다. 몬시뇰 신부는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채 이 회장은 타계합니다.
*삼성의 창업자이자 초대 회장. 1938년 대구에서 세운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제일제당·제일모직·삼성전자 등을 통해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1987년 11월 19일 별세했다.

32년이 흘렀습니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이 이병철 회장의 ‘빅 퀘스천’을 받아듭니다. 언론사 월간조선의 제안이었습니다. “종교인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작가로서 답해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이어령 선생은 87세의 나이로 병마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이어령은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쓴 사람입니다. 책에는 무신론자였던 그가 종교에 귀의하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그의 고통과 그의 지성과 그의 영성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어령 선생이 여러 차례 강조한 말입니다. 2007년에 출간한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