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팜 : 영월로 돌아간 디자이너, 1만 명이 기다리는 토마토 브랜드를 만들다


롱블랙 프렌즈 K 

블랙뷰티, 시칠리안 토게타, 럭키 타이거, 꾸오레 디 부에… 이게 다 뭐냐고요? 토마토 이름이래요.

흔히 아는 빨강 토마토랑은 달라요. 모양과 색이 제각각이거든요. 풋사과처럼 초록빛을 띤 것, 망고스틴처럼 검정보랏빛을 띤 것, 늙은 호박처럼 깊게 주름이 파인 것도 있죠. 와, 이 토마토들 뭐죠?

찾아보니 강원도 영월의 ‘그래도팜’에서 키우는 토마토래요. 호기심에 살까 했더니 두 달을 기다리래요! 컬리에서도, 신세계 푸드마켓에서도 자주 품절이고요. 결국 들끓는 폭염을 뚫고 영월의 산자락을 찾았어요. 토마토는 원래 여름이 제철이니까요.


원승현 그래도팜 대표 

‘그래도팜’은 에어룸heirloom 토마토를 재배합니다. 종자 회사 씨앗이 아닌, 직접 열매에서 받아낸 씨를 길러낸 토마토를 말해요. 영어로 에어룸은 가보家寶, 그러니까 ‘집안의 보물’이란 뜻이거든요. 유산heritage과 같은 뜻이죠. 

그래도팜을 운영하는 원승현 대표는 말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먹었던 토마토는, 토마토의 전부가 아니다. 맛과 향, 색깔이 모두 다른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요.


Chapter 1.
획일화된 토마토의 맛, 차별화가 필요하다

강원도 영월 주천면의 농가. 2200평 넓이의 토마토밭 옆으로 네모반듯한 흰색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50평 남짓한 공간엔 토마토 빛깔의 가구가 가득해요. 

연빨간색 벽과 주황색 책장, 토마토 꼭지가 생각나는 짙은 초록색 의자가 줄지어 놓였죠. 이곳은 브랜드관으로 쓰일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팜이란 브랜드를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요.

안으로 들어서자 토마토를 포장하던 원승현 대표가 부리나케 달려왔어요. 푹 젖은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쏘일 갤러리Soil Gallery’로 저를 안내했죠. 토양전시실이에요. 문을 열자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흙의 단면을 묘사한 교구와 그림들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