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관하여 : 강해지려 하지 말고, 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라


롱블랙 

때로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없을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오늘이 많은 분들께 그런 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롱블랙은 준비했던 노트를 잠시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 필요할지 고민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충격,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두려움을 잊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지금도 매년 4월이면 슬픔에 빠지곤 하는 많은 이들처럼 말입니다.

슬픔 속에서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한동안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입니다. 『상실 수업On Grief and Grieving』. 영어 원제 그대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느끼는 ‘슬픔과 슬퍼함’에 대한 책입니다. 죽음 혹은 애도의 전문가로 불린 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가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와 함께 쓴, 고인의 유작遺作입니다.
*1926~2004.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 시한부 환자 500명을 인터뷰한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 죽음 앞에서 발견한 인생의 지혜를 담은 『인생수업』을 썼다.


Chapter 1.
부정과 분노의 아래에 고통이 숨어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은 다섯 단계로 우리를 찾아온다고들 합니다. 부정과 분노, 타협과 절망 그리고 수용. 

부정否定의 단계에서 우리는 충격으로 정신이 멍해집니다.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엘리자베스 로스는 이 감정이 우리의 영혼을 감싸주는 장치라고 설명합니다. 심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반대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이럴 수는 없다고,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이때 자신에게 발생한 충격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하는 것, 믿을 수 없어 거듭 질문을 던지는 것은 정신적 충격을 줄여준다고 해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겪은 상실에 대해 얘기하고 또 얘기하는데, 그것은 마음이 정신적 충격을 다루는 방법이다. 또한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