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생각하는 동물로 산다는 것


롱블랙 프렌즈 B 

연말이 되면 항상 두 가지 마음이 싸웁니다. 올 한 해도 무사히 잘 마쳤다는 마음과,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흘러버렸다는 마음.

제 이야기를 듣더니, 장은수 대표님이 책 한 권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세계적인 신경학자이자 작가였던 故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한 해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거라고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어느새 2022년도 시간의 강물 속으로 흘러갔습니다. 둘은 사랑의 숫자죠. 하나로 태어나 둘을 이룩하며 성장하는 일, 이것이 인생 아닐까요. 2022년은 둘이 세 번이나 겹친 해였으니, 우리 사랑도 그만큼 간절하고 강렬했으리라 믿어요. 

영국의 의사이자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우리의 삶이 기억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죠.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야만 우리 삶을 구성하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 이성과 감정, 심지어 우리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마음에 간직한 기억이 곧 우리 자신이에요. 올 한 해, 어떤 기억을 남기셨나요. 세월이 흘러 인생을 돌이킬 때, 오늘 이 순간은 과연 기억에 남을까요. 어린 시절이 몇몇 에피소드 말고는 더는 기억나지 않듯이, 올해 있던 수많은 일도 스르르 흩어져 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