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한국 핸드크림 시장을 장악하다


롱블랙 프렌즈 L 

생일 맞은 친구가 그러더라. 카카오톡 선물로 한 브랜드의 핸드크림만 세 개 받았다고. 어딘지 감이 오지?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이야. 이솝의 핸드크림은 수년째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판매 순위 최상위권에 오르고 있어. 

실제로 국내 성장세가 무척 가팔라. 연매출이 2019년 264억원에서 2020년 54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고, 2021년에도 914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성장했어. 2022년 연매출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돼.

라이프스타일 업계 전문가인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는 “국내 핸드크림 시장은 이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해.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

저는 국내 핸드크림 시장은 2005년 이솝이 등장한 뒤 바뀌었다고 봐요. 이제는 75ml 짜리 핸드크림을 3만원 넘게 주고 사는 게 이상하지 않죠. 예전엔 핸드크림하면 보습력을 따졌잖아요. 이솝은 그런 핸드크림을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감성재’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약병을 닮은 둥근 갈색병, 이름과 성분만 간결하게 적힌 흑백 라벨, 흔한 광고가 없는 매장. 모두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예요. 

이솝은 어떻게 매스미디어 광고나 화려한 패키징 없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을까요. 한국 소비자는 왜 이솝을 찾을까요. 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을 만나 그 전략을 들었습니다.


Chapter 1.
시작 : 이솝 우화의 철학을 가진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의 작은 미용실에서 출발했어요. 미용사였던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가 독한 화학 성분에 회의를 느껴, 에센셜 오일을 넣은 헤어 제품을 만든 게 시작이었어요.
*이솝은 2012년 브라질의 화장품 기업 나투라앤코Natura & Co에 인수됐다. 나투라앤코는 글로벌 4위 뷰티 그룹사로 이솝과 더불어 미국의 에이본, 영국의 더바디샵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솝이란 브랜드 이름은 이솝 우화로 유명한 그리스의 작가 이름에서 따왔어요. 도덕과 지혜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름을 스킨케어 브랜드 이름으로 짓다니. 저는 이때부터 이솝이 나아갈 바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봐요. 과장 섞인 문구로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철학을 드러낸 거예요. 

약병 같은 느낌의 갈색 유리병만 봐도 그 철학이 전해집니다. 자외선을 막고자 갈색 병을 쓰는데, 그마저도 흰색 라벨에 제품명과 제품 설명이 검은색 글씨로 적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이게 이솝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각인 됐어요. 화사하고 화려한 여느 브랜드들과 다른 느낌을 줬거든요. 

이솝은 따로 광고를 하지 않지만 매장과 인테리어가 마케팅 수단이 돼 입소문이 났어요. 전 세계 27개국 약 200여개 이솝 매장 중 인테리어가 같은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일본 삿포로 매장엔 흰 눈과 회갈색 대지가 섞인 듯한 삿포로 암석을 사용했어요. 한국의 가로수길 매장엔 화강석을 카운터와 싱크대에 사용했죠. 석굴암이나 숭례문 같은 석재 문화재나 생활 도구에 쓰이는 재료예요. 

이렇게 매장 마다 그 지역 사회의 특징을 담아냅니다. 금융가와 젊은 고객이 많은 동네는 공기부터 다를 테니까요. 매장이 그 동네의 일부가 될 때, 비로소 고객이 편안한 기분으로 이솝 제품을 온전히 느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솝은 전 세계 모든 매장의 인테리어가 다르다. 갈색 유리병은 이솝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대표 이미지. ⓒ이솝코리아

Chapter 2.
호텔·미쉐린 레스토랑의 세면대를 장식하다

이솝이 한국에 처음 진출한 건 2005년이에요. 쇼핑몰, 뷰티숍에 일부 유통했지만 반응은 미미했어요. 핸드크림과 바디 제품이 1개당 3만~7만원대로 비싼 편에, 인지도도 낮았거든요. 호주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일부 화장품 마니아만 아는 니치 브랜드였죠.

이솝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서였어요. 한국 화장품 소비자의 쇼핑에 변화가 감지됐거든요. 미백이나 주름개선 같은 화장품 기능뿐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따지기 시작한 거예요. 제품 디자인이나 향, 매장에서 받는 환대 등. 

2013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솝은 고급 어메니티*로 포지셔닝 하는 전략을 펼쳤어요. 시작은 5성급 호텔 파크하얏트 서울이었어요. 원래는 르 라보를 글로벌 어메니티로 사용하던 파크하얏트가, 서울 지점엔 이례적으로 이솝을 선택했습니다. 투숙객을 중심으로 이솝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손님의 편의, 격조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무료로 준비한 각종 소모품 및 서비스 용품. 

이솝은 동시에 국내 3대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나갔어요. 2014년엔 가로수길에 첫 국내 단독 매장을 열었죠. 사람들이 호텔과 레스토랑을 나서면 이솝 제품을 사러 백화점과 가로수길을 찾도록 말예요. 

이어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 갤러리아 백화점 식품관 고메이494, 스테이폴리오 인기 숙소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이솝 제품을 비치했어요.

자연히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화장실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화장실에서 발견한 이솝 핸드워시와 로션을 찍은 인증 사진이 늘어갔죠. “여태껏 쓰던 비누나 세정제와는 향이 다르다”면서요.

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은 이러한 이솝의 초창기 행보가 ‘터치 포인트touch point’ 전략이었다고 말해요.

“한남동, 압구정동, 청담동엔 미식가나 커피 애호가들로 북적여요. 대개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죠. 이들이 닿는 카페와 레스토랑 화장실, 호텔 객실에 이솝을 비치해 ‘터치 포인트’를 늘리려고 했어요. 이솝을 알아봐 줄 잠재 고객을 확보하려고요.”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이솝은 한국 진출 첫 해인 2005년부터 파크하얏트 서울에 어메니티를 납품했다. 이후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스테이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Whitewateralodge

취향을 드러낼 뷰티 브랜드가 필요하다

이솝은 한국 진출 3년 만에 백화점과 면세점에 20여곳의 매장을 냈어요. 뷰티 업계가 이솝에 주목하는 사이, 2017년 김문주 지사장이 합류했죠. 김 지사장은 에스티로더Estee Lauder, 조 말론Jo Malone London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거친 브랜딩 전문가예요.

김 지사장은 이솝의 독창적인 향에 끌렸다고 해요. 은은한 파슬리 씨와 천연 아로마오일 향이 인상 깊었다는군요. 김 지사장은 고기능의 비싼 화장품으로도 충족할 수 없던 어떤 감성을 이솝이 건드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뷰티 시장은 기능을 강조한 제품이 많았어요. 하지만 SNS에서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괜찮은 취향을 가졌다’고 드러낼 만한 브랜드가 필요해졌죠.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점점 강해진 겁니다.”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김문주 지사장은 공동 창업자 수잔 산토스Suzanne Santos를 만나고, 자신이 느낀 이솝의 ‘감성적인 면’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말해요. 지사장 부임 직후, 수잔은 김 지사장을 멜버른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어요. 둘의 대화에는 ‘일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가고싶은 여행지 같은 소소한 대화가 오갔어요.

“수잔의 이 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네가 알고 있던 뷰티에 대한 모든 걸 잊어라. 내게 이솝이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즐기는 대화다. 바로 지금처럼.’”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여러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거친 그는, 초기 이솝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기존의 뷰티 브랜드들이 기능을 강조했다면, 이젠 감성을 자극할 브랜드가 필요했어요. 마침 이솝이 보였죠.” ⓒ롱블랙

Chapter 3.
이솝이 고객과 대화하는 법

창립자로부터 ‘대화의 중요성’을 직접 듣고 온 김 지사장. 그는 고객의 매장 경험에 대화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설계했어요.

이솝의 매장 직원은 고객 한 사람과 평균 10~20분간 대화해요. 보통의 화장품 매장보다 오래 대화하는 편이죠. 고객의 피부 고민을 파악한 뒤 싱크대로 자리를 옮겨요. 직원은 고객이 손을 씻고, 제품들을 발라보도록 도우며 또 한 번 대화를 나눠요.*
*싱크대를 중심으로 한 제품 체험은 일부 단독 매장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천천히 대화하라.” 김 지사장이 이솝 직원에게 강조하는 대화의 원칙이에요. 또한 직원은 고객에게 단정 지어 말하지 않아야 해요. “미백에 좋아요” “건조한 피부 개선에 효과적이에요” 같은 단어는 금기죠. 그 대신 직원이 고객의 생활 습관과 고민을 퍼즐 맞추듯이 대화를 전개해요.

“어느 분이 쓰려 하시나요?”로 시작해, “평소 스킨케어 제품은 몇 단계로 바르시나요?” “어떤 피부 고민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으로 꼬리를 물며, 고객의 니즈에 다가가죠.

그렇다면 외향적인 직원이 많을까요? 김 지사장은 꼭 그렇진 않다고 말해요. 외향, 내향적인 사람 각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환대’가 있을 테니까요. 직원의 말투를 하나하나 교정하기보단 “머릿속으로 고객이 기분 좋게 머물다가는 장면을 그려보라”고 말하죠.

“직원에게 말할 때는 큰 아젠다만 이야기해요. ‘고객을 내 집에 온 사람처럼 대하라’ 같이요. 세부적인 지시를 너무 많이 주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환대가 아닌 억지 환대를 하게 될 수 있거든요. 그 대신 이솝이 고객에게 궁극적으로 주고자 하는 경험을, 명확한 지시문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직원이 자신만의 대화법으로 그 목적을 소화해요.”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이솝은 직원과 고객이 싱크대 앞에서 대화 나누는 문화를 지향한다. 손을 씻어가며, 제품을 편하게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솝

브랜딩의 기본은 내부 브랜딩 

이렇게 직원이 브랜드의 철학과 정서를 잘 대변하려면, 먼저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브랜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공통의 정서와 상이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 이솝엔 클린 데스크Clean Desk 정책이 있어요. 책상 위에 한 톨의 쓰레기도 용납하지 않아요. 외투는 의자가 아닌 옷걸이에 걸어놓아야 하죠. 사무실에 매장과 똑같은 음악이 흐르고, 똑같은 향이 나게 합니다. 전 세계 지사와 사무실이 모두 이 규칙을 따른다고 해요.

비품도 아무 거나 쓰지 않아요. ‘색깔이 튀는 도구’는 금지입니다. 볼펜과 형광펜은 무조건 검은색과 노란색만 써야 해요. 만약 초록색 딱풀을 써야 하면 검정 천이나 종이로 도구 몸통을 덮는 대요.

매장 운영 원칙도 엄격합니다. 이 역시 전 세계 247개 매장이 똑같이 지켜요. 이솝 스토어에서는 오일 버너에 오일 버너 블렌드를 증발시켜 향을 냅니다. 고객에게는 계절에 따라 차갑거나 따뜻한 스팀 물수건을 대접하죠. ‘웰컴 티tea’로는 생분해가 가능한 종이컵에 민트와 루이보스를 블렌딩한 이솝 티를 따라줍니다.

“처음엔 ‘뭘 이렇게까지 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업무 틈틈이 사소한 행동을 반복, 누적하다 보면 내 라이프스타일이 돼요. 단정함을 중요시하는 ‘이솝다움’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김 지사장은 그래서 직원을 채용할 때 ‘이해하려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겨요. “예전에 일하던 뷰티 매장에선 안 이랬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직원은, 이솝에서 오래 일하지 못한다고 말하죠.

이솝 매장에 들어선 뒤 숨을 고를 때쯤, 따뜻한 스팀 타올을 받았다.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고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서다. ⓒ롱블랙

Chapter 4.
카카오 선물하기, 브랜드를 디지털로 확장하다

이솝코리아가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한 데엔 2019년 ‘카카오 선물하기’ 입점이 큰 변곡점이 됐습니다. 3만원 대의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밤’이 선물용으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죠. 

핸드크림 시장에서 이솝은 눈에 띄는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카밀Kamill이나 록시땅L'occitane, 뉴트로지나Neutrogena 같은 브랜드가 유명했죠. 그런데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는 이솝이 이 브랜드들을 제치고, 4년 연속 최상위권에 들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김문주 지사장은 ‘선물의 본질’을 이해하면 이유가 보인다고 말해요. “선물이 주는 사람의 취향과 안목을 드러내는 행위가 돼 가고 있다”는 거예요.

“선물은 브랜딩과 떼어놓을 수 없어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 수록, 선물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올라가니까요. 이솝이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생각한 게 2019년이에요.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죠.”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처음엔 이솝의 선물 포장에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도 많았다고 해요. “명색이 선물인데 누런 재생 종이로 둘둘 말아, 종이 상자에 넣고 끝이냐”는 후기가 빈번히 달렸죠.

김 지사장은 이러한 관심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해요. “환경을 생각하는 포장 방식이다” “아무리 그래도 선물인데” 라며 충돌한 덕에, 이솝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었단 거죠.

“이솝은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킬 브랜드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브랜드의 방향을 이해하는 소수의 팬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 왔죠. 그러다 보면 이솝의 철학을 따라주는 소비자가 하나둘 늘기 시작해요. 브랜드가 조금씩 소비자를 이끄는 거예요.”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이솝이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파는 제품은 종류가 많지 않아요. 다른 스킨케어 브랜드가 30~40가지일 때, 이솝은 13가지*입니다. 제품군을 늘릴 만도 하지만, “선물하기에 가장 적합한 제품만 팔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제품 유형 기준

이솝은 제품의 모든 패키지를 재활용된 원료로 만든다. 100% 재활용 파이버보드로 만든 박스 속,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헝겊 파우치가 포함돼 있다. ⓒ이솝

Chapter 5.
매장 준비만 최대 3년, 공들여 만드는 이유

이솝코리아는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확장세는 느린 편입니다. 17년간 전국에 41개 매장을 냈고, 단독 매장은 약 13곳뿐이에요. 

김문주 지사장은 “이유가 있다”고 말해요. 입지 선정부터 공간 디자인, 시공까지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까지 걸리거든요. 다른 뷰티 브랜드의 백화점 스토어나 로드샵보다 몇 배 많은 돈을 들입니다.

“지역에 스며드는 매장을 추구하다 보니, 디자이너와 오랜 기간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매장이 들어설 지역의 기후와 환경부터 고객의 동선, 선반 개수, 싱크대 위치까지 협의하죠.”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이때 디자이너에게 구체적으로 주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지역적 특성을 살려달라”고 말하기보다, 지역의 풍경과 색채, 분위기 등을 조사해 전달합니다. 

이솝 부산은 진열대를 버려진 청기와로 만들었어요. 푸른빛이 부산 바다를 떠오르게 하죠. 이솝 제주는 해녀의 잠수복을 재활용해 창틀을 만들고, 낚시 장갑으로 벤치 커버를 만들었어요.

김 지사장은 ‘고객 맞춤형 디자인’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족이 모여 사는 동네 매장엔 유모차 배치할 공간을, 쇼핑몰과 인접한 매장엔 쇼핑백을 둘 만한 장소를 미리 설계하죠. 심지어 오픈 한 달 뒤엔 매장에 가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시공하기도 해요.

“보통 글로벌 뷰티 브랜드는 본사가 매장 콘셉트를 정한 뒤, 지사에 디자인을 전달해요. 반면 이솝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지사한테 주도권을 맡깁니다. 그러니 매장 한 곳당 완성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려고 모두가 노력해요.”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위치한 이솝 부산. 한국의 전통 건축 재료인 기와에, 해안을 연상케하는 청록색을 입혔다. 약 300개의 기와를 한국의 사찰, 주택, 관공서 건물에서 수거해 가공했다. ⓒ이솝코리아

Chapter 6.
고객 충성도는 ‘꾸준한 목소리’에서 나온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데, 이솝은 프로모션이나 확장이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전시나 디자이너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데 집중합니다. 

2022년 선보인 ‘이솝 키클로스Aesop Kyklos’ 전시 캠페인이 대표적이에요. ‘지속 가능한 삶’을 주제로 이솝의 스토어 디자인, 원료, 패키징 과정을 전시했죠. 

삼청 스토어에선 동네 이웃이 모은 폐비닐을, 김지선 작가와 협업해 화병으로 만들었어요. 가로수길 스토어에서는 강남구 일대에서 수집한 나뭇가지로 둥지모양 설치물을 전시했죠. 방문객을 위해 준비한 케이터링으론 상업성이 없는 B급 피칸으로 파이를 굽고, 쥬스숍에서 만들고 남은 오렌지 껍질을 검정깨와 섞어 크리스피 튀일*을 만들었어요.
*밀가루, 설탕, 버터, 달걀 흰자 등을 섞어서 만든 묽은 반죽을 오븐에 구워낸 뒤 곡선 모양으로 굳힌 프랑스식 과자

김 지사장은 이솝이 인지도를 얻을수록, 약속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고객 충성도를 꾸준히 얻을 수 있는 몇 없는 방법 중 하나라면서요.

“이솝다운 삶이란 ‘지속 가능한 일상’을 지키는 삶이에요. 저부터도 이솝의 가치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차를 타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할 땐 텀블러를 사용해야 하죠.

이런 말이 있어요. ‘네가 하는 일이 너를 보여준다.’ 직원들은 ‘브랜드’라는 무형 자산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브랜드 가치를 실천하는 나를 통해 배우겠죠.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다른 길로 빠지면, 회사의 방향도 그 길로 가는 거예요.”
_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스스로 ‘브랜드 가치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L

이제 뷰티 시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사고파는 시대로 접어들었어. 이솝이 선두에 있지. 후발주자가 많던데, 이솝은 앞으로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까? 계속 지켜봐야겠어.

이솝 이야기, 메모할 만한 내용 적어볼게.

1. 한국에 진출한 이솝은 고급 어메니티 전략을 펼쳤어. 5성급 호텔, 미쉐린 레스토랑, 스페셜티 카페에 핸드 워시나 로션을 뒀지.
2. 김문주 이솝코리아 지사장은 이솝의 성공을 점쳤어. 뷰티 시장 트렌드가 기능 중심에서 ‘취향을 드러낼 브랜드’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3. 이솝은 고객과의 대화법부터 매장 운영 원칙까지 엄격히 규정해. 브랜드 철학을 직원에게 먼저 이해시키기 위해서야.
4. 카카오 선물하기 입점은 이솝코리아 성장의 변곡점이 됐어. 사람들은 이솝을 ‘선물하기 좋은 브랜드’로 인식한 거야. 김 지사장이 이를 발 빠르게 캐치해, 2~3만원대의 핸드크림을 앞세웠지.

왠지 롱블랙 피플은 스킨 케어 제품도 평범한 건 안 쓸 것 같아. 어떤 브랜드를 선호해? 슬랙에서 이야기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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