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2017년, 프랑스의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다음엔 누가 위대한 파티시에가 될 것인가(Qui Sera Le Prochain Grand Pâtissier?)’ 시즌4에서 한국인 셰프가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비유럽권 셰프가 파이널에 오른 건, 전 시즌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죠.
시간이 흘러 2022년 6월, 뉴욕타임스는 맨해튼에 이제 막 오픈한 디저트 가게를 조명했어요. “한국·프랑스·뉴욕을 동시에 반영하는, 페이스트리 셰프의 꿈을 이루는 공간”이 탄생했다면서요. 메밀·현미 등 한국 재료로 만든 디저트인데 뉴요커들이 오픈 첫날부터 줄을 섰죠.
뉴욕 디저트의 풍경을 새로 그리고 있다고 평가 받는 이곳은 ‘리제Lysée’. 프랑스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바로 그 한국인, 이은지 셰프가 리제의 주인장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뉴욕에서 비로소 ‘나만의 것’을 완성해가고 있는 이은지 셰프의 이야기를 지금 들려드릴게요.

차승희 신세계까사 콘텐츠개발팀장
강수진, 보아, 김연아…. 이들의 공통점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죠? 어린 나이에 자신의 전문성을 굳히고, 글로벌 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여성들입니다. 저는 저 이름들 뒤에 ‘이은지’를 더하고 싶어요. 국내에 ‘파티시에’라는 직업이 낯설었던 시절 훌쩍 해외로 떠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요.
화상으로 만난 이은지 셰프는 제가 상상한 모습 그대로였어요. 그의 환한 미소에서 그가 디저트에 담아내는 창의적인 에너지, 배짱과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Chapter 1.
리제 : 뉴욕에 열린 ‘이은지 뮤지엄’
리제는 2022년 6월,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인 플랫아이언 지구Flatiron district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지인들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어요. 하루 250~300명에 달하는 손님이 리제를 찾아요. 시그니처 메뉴들은 오후 1시가 지나면 대부분 매진이어서, 주말이면 ‘오픈런’이 필수이죠. 케이크 한 조각에 17달러(약 2만1000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 아닌데도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