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김 : 관종력과 실험 정신으로, 파리 패션계를 사로잡다


롱블랙 프렌즈 B 

한국보다 파리에서 먼저 주목받은 패션 브랜드가 있어요. 김해김KIMHEKIM. 네, 맞습니다. 김해 김씨란 뜻이에요. 디자이너 김인태가 그의 본관과 성씨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구찌오 구찌, 가브리엘 샤넬처럼요.

김인태 디자이너는 2019년 파리의상협회 회원이 됐습니다. 한국인 최연소 기록이에요. 파리 패션위크에 샤넬, 루이비통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디자이너가 된 거죠. 그가 만든 옷을 지지 하디드, 카다시안 가족, 블랙핑크의 리사와 로제가 입습니다.

파리와 글로벌 스타를 사로잡은 김해김을 함께 만나 보겠습니다.


김인태 디자이너

김해김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누군가의 소박한 이층집 같습니다. 으리으리한 외벽 조명이나 화려한 로고 장식은 없어요. 붉은색과 다갈색 벽돌로 단단히 짜인 직사각형 건물이 다입니다. 그 위를 살포시 덮은 세 개의 흰색 천막 차양이 깨끗하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유리문을 밀어 매장에 들어서자, 장미향이 먼저 반깁니다. 오간자*, 리본, 데님, 진주… 화이트톤의 쇼룸은 마치 김인태 디자이너의 실험실 같았죠.
*아주 낮은 밀도로 짜여 투명하고 얇은 원단. 빳빳하면서도 가벼운 질감으로 한복 원단으로도 사용된다.

김인태 디자이너는 두 시간 반 내내 두 눈을 빛냈어요. 발렌시아가Balenciaga에서 모델에 피팅하던 때를 떠올리는 대목에선 몸이 점점 앞으로 나오더군요. 그를 보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패션이란, 꽉 찬 긍지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