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채 : 죽음을 사유하는 것은, 삶을 사유하는 것이다


롱블랙 프렌즈 B 

어느덧 <사유, 한 주> 네 번째 노트입니다. 한 달 전, 롱블랙은 다섯 가지의 사유 주제를 꼽으며 죽음을 빼놓을 순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니까요. 

공교롭게도 지난 일주일 사이, 죽음을 말하기 조심스러운 세상이 됐습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떠난 분들을 추념하며 오늘의 노트를 엽니다.    


정현채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제주도 중산간 지역, 야트막한 오름 아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자 붉은 지붕이 나타났어요. 꽃이 피기 전인 배롱나무와 잎이 우거진 녹나무가, 나무집을 둘러싸고 있었죠. 짙은 초록의 수풀이 창을 꽉 채운 거실에서, 정현채 교수와 마주 앉았어요. 그는 따뜻한 캐모마일 차를 한 잔 건넸죠.

소화기내과 의사로 서울대학병원에서 40년을 일했던 정 교수. 아내와 함께 제주로 내려온 건 2019년, 암 수술을 받은 뒤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암에 걸린 뒤, 죽음에 관심을 둔 것이라 오해해요. 그가 죽음학* 강의를 시작한 건 2007년. 훨씬 전의 일입니다. 벌써 17년째 죽음을 주제로 700회 넘게 강연했어요.
*죽음학은 인간의 죽음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타나톨로지Thanatology’라고 한다. 인류학, 의학, 철학 등 여러 학문이 혼재된 학문으로 아직도 연구가 한창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직업이었던 그가, 왜 죽음을 사유하고 이야기할까요? 정 교수는 말합니다. “살아 있는 우리 모두, 죽음을 사유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