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 한없이 무거운 세계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로



롱블랙 프렌즈 B 

‘밀란 쿤데라 타계.’ 거장이 떠났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됐고, 서점엔 그의 책들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제 책장에도 그의 책이 한 권 있어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몇 장 안 보고 닫았던 기억이 납니다. 

쿤데라를 추모하는 열기 속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님이 생각났어요. 민음사 대표 시절 쿤데라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국내에 쿤데라 전집을 출판 번역했거든요. 대표님께 쿤데라의 세계에 대한 가이드를 부탁드렸습니다. 대표님은 오래전 저자와 편집자로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흔쾌히, 은둔의 거장을 위한 오비츄어리obituary를 보내왔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23년 7월 11일,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세상을 떠났어요. 쿤데라보다 한국문학에 큰 영향을 준 외국 작가는 드물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와 비교할 수 있을 뿐이죠. 그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쿤데라의 시대’를 살아온 거예요.

저하곤 사적인 인연도 있어요. 1994년 소설 『느림』을 계약하기 위해, 그한테 무작정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모자란 외국어로 끙끙대면서, 편집자로서 쿤데라 작품을 읽은 솔직한 소견을 써 보냈어요.

얼마 후, 쿤데라의 아내 베라에게 답장이 왔죠. 은둔 중인 쿤데라를 대신해서 모든 공식 업무를 처리하거든요. 제 편지에 “쿤데라의 문장이 음악적 품격(lyrical elegance)을 갖추었다”고 써 보낸 부분이 있는데, 쿤데라가 무척 기뻐했다면서 번역 출판권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짜릿한 느낌과 뿌듯한 기분에 밤새 잠을 설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