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 자연을 동경한 음악가, 덜어냄을 통해 영원을 연주하다


롱블랙 프렌즈 B 

19일 아침, 남산의 전시 공간 피크닉은 여름의 초록색으로 가득했습니다. 본관 뒷편의 별관, 아담한 산호빛 건물에선 익숙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어두운 스크린 속에서 천천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백발의 남성. 2023년 3월 28일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입니다. 5년 전인 2018년, 이 곳 피크닉에서 직접 연주하던 모습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그의 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그를 추모하는 전시회에서 듣자니 그 곡조가 더욱 애틋했습니다.

향년 71세. 그가 세상을 떠나고 유족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남들의 세 배는 살았어.” 실제로 그처럼 폭넓은 세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 예술가는 드뭅니다. 

그는 세계적 음악가였습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작업으로 아시아 최초의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어요. 뿐만 아닙니다. 일렉트로닉 팝 밴드의 멤버로 큰 인기를 얻었고, 배우로 여러 영화에 출연했으며, 사회 운동가로서 묵직한 화두를 전세계에 던졌습니다.


Chapter 1.
책과 음악에 파묻혀 자라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이름 난 출판 편집자였고, 어머니는 모자 디자이너였어요. 그의 어머니는 영화와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어린 사카모토를 데리고 뮤지컬과 콘서트를 다니곤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