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오카 겐메이 : 물건과 오래 관계 맺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롱블랙 프렌즈 K 

누군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하면, 귀가 쫑긋해져요. 2년 전 B가 제게 한남동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이하 디앤디) 서울점을 소개했을 때 그랬어요. ‘재활용품 백화점’으로 소문난 곳. 업소용 맥주 유리컵에 새겨진 ‘d’ 로고와, 버려졌지만 깨끗한 종이봉투를 재활용하는 모습에 반했어요. 선물할 일이 생기면 한동안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 늘 궁금했습니다. 나가오카 겐메이長岡賢明. 2000년 도쿄에 디앤디 1호점을 열었죠. 지금도 이곳을 이끌고 있어요. 

그의 화두는 ‘롱 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이죠. 오래가는 물건에 대한 신념을 책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또 하나의 디자인』에도 담았습니다.



나가오카 겐메이 디앤디파트먼트 대표

일요일이던 8월 6일 아침 9시 50분. 나가오카 대표는 오픈 전 서울점을 둘러보고 있었어요. 짧은 흰머리에 흰 수염. 1965년생의 그는 일부러 염색을 하지 않은 듯했어요. 남색 셔츠에 흰 바지를 입고 매장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마치 손님 같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자, 장난기 어린 옅은 미소를 머금더군요. ‘맘껏 질문해 보세요’라는 표정이 읽혔습니다.

소탈한 인상과 달리, 그가 이끄는 브랜드의 무게감은 남다릅니다. 한·중·일에 위치한 매장 수는 14곳, 연 매출은 90억원(약 9억7000만 엔)에 달하죠. 사업 실적만으로는 존재감을 다 설명하기 어려워요. 

디앤디가 발행하는 여행 안내서 ‘d design travel’은 로컬 문화의 정수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매년 두 권씩 나오는 이 잡지는 일본 47개 도도부현*을 한 곳씩 소개하고 있어요. 취재진이 현지에서 두 달씩 살며, 6가지 카테고리(관광·식당·쇼핑·카페·숙박·인물)를 담고 있죠.
*일본의 행정구역 단위인 도都, 도道, 부府, 현県을 묶어 부르는 말. 일본에는 총 47개 행정구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