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고딘 : 마케팅을 재정의한 경영 구루, 마음을 얻는 감각을 말하다



롱블랙 프렌즈 L 

『보랏빛 소가 온다』, 마케터라면 알 거야. 2003년 출간된 이 책은 35개국에서 300만 부 이상 팔리며, 저자인 세스 고딘Seth Godin을 마케팅 구루guru로 만들었어. 그리고 나를 기획자로 이끌었지. 감각의 설계자 그 세 번째 주인공은, 세스 고딘이야.

세스 고딘의 감각이 늘 궁금했어.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대에, 20년 넘게 유효한 마케팅 전략을 고안한 사람이니까. 롱블랙 <감각의 설계자들 3> 라인업에 그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야. 

임 모니카Monica Lim 노션 컨설턴트와 함께 뉴욕의 세스 고딘을 화상으로 만났어. 서울은 밤 11시 뉴욕은 아침 10시였지.

스크린에 노란 뿔테 안경을 쓴 세스 고딘이 등장한 순간, 나도 모르게 고백했어. “세스, 어릴 때 제 꿈은 당신처럼 되는 거였어요!”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더라. “그럼 머리부터 밀어야겠군요.” 흠, 그건 곤란하지.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어.



임 모니카 노션 컨설턴트

세스 고딘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1984년 스탠퍼드에서 MBA를 마치고, 1995년 온라인 프로모션 기업 요요다인Yoyodyne을 창업했죠. 3년 뒤 야후Yahoo!에 3000만 달러(398억원)에 매각하고, 야후의 마케팅 부사장이 됐어요. 2018년엔 미국마케팅협회 명예의 전당에 그의 이름이 올랐습니다.

작가로도 활약했어요. 비즈니스 철학을 담은 21권의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펴냈죠. 20년 넘게 1일 1포스팅을 지키는 블로거이기도 해요. 타임지와 포브스에서 최고의 블로그로 뽑혔어요.

2021년 세스 고딘은 블로그에 ‘아보카도 타임Avocado Time’이란 글을 썼습니다. 아보카도가 맛있는 순간은 찰나죠. 내내 단단하다 한순간 물러지니까요. 그는 ‘만남’을 아보카도에 비유해요. 잘 익은 아보카도를 음미하듯, 이따금 주어지는 ‘양질의 대화’에 집중하잔 거예요.

용기 내어 세스 고딘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아보카도 타임’을 청했고, 놀랍게도 그가 응했습니다. 자, 함께 맛볼까요?

Chapter 1.
내 감각의 기원은, 내가 선택해야 한다

1990년대에 사람들은 광고가 곧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스 고딘은 그 너머를 봤어요. 마케팅이란 ‘브랜드와 사람의 교감’이라 여겼죠. 

이 통찰력과 감각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의 감각의 기원orgin이 궁금해, 물었습니다. “어릴 때 어떤 아이였나요?” 어린 시절 가족의 영향으로 감각을 기른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는 빙긋 웃었어요.

“운이 좋았어요. 복권 당첨 수준으로 멋진 부모님을 만났죠. 하지만 그 시절이 지금의 저를 만들진 않았습니다.”

그는 슈퍼 히어로를 언급하더군요.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나요? 피터 파커Peter Parker*가 방사능 거미에게 물리며 시작되죠. 피터를 길러준 삼촌은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남기고 죽었어요. 그때 피터는 결심합니다. 이웃을 돕는 스파이더맨이 되기로요. 힘들 때마다 그 다짐을 새기죠. 이처럼 내가 선택한 마음가짐이, 감각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감각은 남에게서 받는 게 아니라, 나의 결심에서 비롯된다는 겁니다. 그럼 스파이더맨이 초심을 새기듯, 세스 고딘이 되새기는 건 뭘까요?

“20년간 제 동기는 한결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롱블랙엔 배움을 즐기는 분들이 많겠죠? 그래서 지금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세스 고딘. 포브스와 포춘지는 그를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구루’, ‘백만장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소개한다. ⓒDarius Bashar and Archangel

Chapter 2.
우리 모두는 마케터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을 기업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아요. 

1995년 설립한 회사, 요요다인만 봐도 그래요. 인터넷이 낯설던 90년대에 온라인 마케팅 기업을 만들었죠. 요요다인의 특징은 고객이 동의한 상품의 광고만 보여주는 것. 고객의 허락을 구하는 ‘허가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의 탄생이었어요. 

2005년에는 스퀴두SQUIDOO를 창업했어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커뮤니티인데, 조회수가 높은 글에 광고가 붙어요. 네이버 인기 블로그처럼, 작성자가 수익을 얻는 구조를 일찍이 설계한 거예요. 하루에 무려 200만 명이 스퀴두에 방문했고, 스퀴두로 돈 버는 법을 소개하는 책들까지 나왔죠.

선구자로 불리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10년, 마케팅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가 진지해지더군요.

“앞으로 마케터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신뢰를 회복하는 겁니다. 지금 사람들은 마케팅을 의심해요. 스팸 문자를 보내고 자신들을 속이는 일로 여기죠. 그간 너무나 관심을 빼앗고, 감시했던 결과예요.”

그는 마케팅의 양극화를 예상합니다. 고객의 정체성을 살려주는 브랜드와, 할인하는 브랜드로 나뉠 거라고 해요.

“사람들에게 뾰족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부족tribe 같은 브랜드가 되세요.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물론 시간이 걸리겠죠. 부족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 싫다면? 저렴한 브랜드가 되는 수밖에요. 하지만 싸게 팔기 위한 경쟁도 끝이 없습니다. 아실 거예요.”

‘최저가’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한 마케터의 종착지라는 겁니다.

세스 고딘의 책 『Permission Marketing』. 1999년 출간된 이 도서는 고객에게 동의를 구하는 ‘허가 마케팅’을 소개한다. ⓒSimon & Schuster

Chapter 3.
마케팅은 포장이 아닌 ‘진실한 이야기’

부족 같은 브랜드. 멋지지만 잘 와닿지 않아요. 세스 고딘의 기준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마트에 가면 초콜릿이 많죠. 평범하고 값싼 대기업 상품들. 대부분 아프리카의 위험한 환경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딴 카카오 콩으로 만듭니다. 아이들은 가혹한 노동의 대가로 적은 급여를 받아요.”

그는 반대 사례를 소개했어요. 20년간 유능한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6년 딸과 함께 초콜릿 기업을 만든 숀 애스키노시Shawn Askinosie*. 숀은 카카오 콩의 조달부터 초콜릿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빈투바Bean-to-Bar 공정무역을 택했어요. 농부들에게 매년 5회 대금을 지불하고, 농장에 직접 방문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애스키노시 초콜릿’을 경영하고 있다.

“숀은 탄자니아에 학교를 세웠어요. 카카오 농부들의 자녀를 배려했죠. 필리핀에선 지역 아이들에게 점심 급식을 제공합니다. 이 모든 게 숀의 브랜드를 특별하게 해요. 이제 초콜릿은 단순히 깨물어 먹는 게 다가 아닙니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무엇을 상징하나… 숀에게 공감하는 사람은 돈을 더 내더라도 그의 초콜릿을 사겠죠. 정체성이 뚜렷하니까요.”

세스 고딘은 숀이 진짜 마케터라고 봅니다.

“여러분이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것들, 특히 포장에 집중하는 건 안타깝습니다. 마케팅은 포장이 아니에요. 당신이 전하는 이야기, 삶의 방식, 당신이 대변하는 것, 영향력, 정체성, 연결, 효과, 이 모든 것입니다. 대기업 마케팅팀이 로고 작업에만 신경 쓴다면 해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스키노시 초콜릿’을 경영하는 CEO 숀과, CMO로 일하는 그의 딸 로렌. 이들은 카카오 농부들과 함께 성장 중이다. ⓒAskinosie Chocolate

Chapter 4.
이야기를 잘하는 두 가지 팁

세스 고딘은 대화 내내 ‘소비자consumer’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사람people’이란 표현만 100번 넘게 썼죠. 사람이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소비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소통이 중요한 건 알겠어요. 그런데 이 기술은 어떻게 연마할까요? 세스 고딘은 두 가지를 꼽아요. 글쓰기, 그리고 바이럴의 조건을 이해할 것.

글쓰기 : 자신감의 비결

제품이나 서비스를 명료히 소개하고 싶은 이들에게, 세스 고딘은 ‘글쓰기’를 권해요.

“비즈니스 업계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제가 다녔던 경영대학원에선, 비즈니스를 하지 않고 이론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반대로 성공한 비즈니스맨들 중엔, 비즈니스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죠. 

제가 깨달은 건, 두 가지를 다 하는 사람이야말로 둘 다 점점 잘하게 된다는 겁니다. 자신의 기술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만큼, 자신감을 얻어요. 의사결정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일에 대해 끄적이면, 업무 이해도와 표현력이 높아진다는 거예요.

글쓰기의 힘을 강조하는 세스 고딘은 20년 넘게 1일 1포스팅을 지키고 있다. 블로그 이름은 ‘Seth’s Blog’. ⓒSeth Godin

바이럴의 조건 : 지위와 유대감

모든 이야기가 사랑받을 순 없어요. 스스로 퍼져나가는 생명력을 지닌 콘텐츠는 뭐가 다를까요? 

“조건은 두 가지뿐입니다. ‘지위status’와 ‘소속감affiliation’. 사람들은 왜 뉴스레터를 공유할까요? 자신이 이걸 봤다는 사실만으로 지위가 올라가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롱블랙 노트를 공유할 때, 우리는 친구보다 감각적인 사람이 돼요. 이게 바로 지위예요.

“친구에게 보내는 건 내가 당신보다 낫다고 말하는 겁니다. 먼저 봤다는 증거니까요. 그다음엔 소속감이 생겨요. 같은 취향으로 묶이죠. 지위와 소속감이 반복되면? 그게 바이럴입니다.”

세스 고딘은 모두가 이걸 바란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지위를 얻어 위로 올라가길 원하고, 소속되길 원해요. 다보스포럼Davos Forum*에 다녀온 사람들은 꼭 다보스 얘기를 하거든요. 초대받았다고 자랑하는 거예요.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의 통칭. 

다보스에 다녀온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른 이들도 다보스에 가려 하죠. 다보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집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퍼뜨리고 싶나요? 공유하는 사람의 지위를 높여줄 가치로운 콘텐츠부터 만드세요.”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공유할까? 세스 고딘은 지위를 올려주고 소속감을 주는 콘텐츠가 바이럴된다고 말한다. ⓒUnsplash

Chapter 5.
시도와 생산성은 비례한다

그렇다면 세스 고딘은 글쓰기와 바이럴의 조건을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네, 그는 무려 21권의 베스트셀러를 써냈어요. 『린치핀』, 『마케팅이다』, 『더 프랙티스』, 『트라이브즈』… 한국어로 번역된 책도 수두룩해요. 

이토록 다양한 영감은 어디서 구할까요? 이 질문에 그는 미소 지으며 되물었어요.

“밤새 놀다가 숙취에 시달리며 깨어난 아침. 상사에게 오늘은 일을 못 하겠다고 말하나요?” 

숙연히 고개를 저었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직업이니 무조건 합니다. 세스 고딘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영감은, 열심히 일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변명이에요. 그냥 책상에 앉아 충분히 일하다 보면, 거칠던 일감이 매끈해집니다.”

롱블랙과 화상 인터뷰 중인 세스 고딘. 그는 영감을 찾기보다, 책상으로 가서 진득하게 일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Seth Godin

생산성 높이기 : 계속하면 ‘때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세스 고딘은 생산성을 높이는 마법은 없다고 단언해요. 매일 실천하는 수밖에요. 일러스트레이터라면 하루에 그림 한 장, 작가라면 하루에 글 한 편씩. 하지만 우리는 미숙한 걸 보이기 부끄럽고, 막막합니다. 세스 고딘은 어차피 정답이 없으니 용기를 내라고 하네요.

“틀리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문제예요. 교통체증은 영원하지 않아요. 저도 늘 체증을 겪지만 인내하며 기다리면 다 흘러갑니다. ‘작가의 장벽writer’s block’*이란 말이 있죠? 도망치고 싶은 작가들이 숨기 위해 발명한 표현 같아요.”
*작가가 글을 쓸 때 창작 둔화가 발생하는 상태.

좋고 나쁜 것을 미리 재단할 필요도 없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를 보여주세요. 나쁜 아이디어를 50개쯤 내놓으면, 30번째에 좋은 게 나올 수 있어요. 제 글도 어떤 건 널리 퍼지고, 어떤 건 잠잠하더군요. 뭐가 통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일단 공개하세요.”

우리는 일을 하기 전 ‘이게 맞을까’ 고민한다. 세스 고딘은 어차피 정답이 없으니 일단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Unsplash

‘보랏빛 소’도 시도 중 하나였다

세스 고딘의 대표작 『보랏빛 소가 온다』는 마케터와 기획자의 고전이에요. 그런데 20여 년 전 처음 썼을 땐, 아무도 출판해 주지 않았답니다. 세스 고딘이 사비로 1만 부를 펴낸 뒤에야 뜻이 맞는 출판사를 찾았죠. 이 책은 서두가 인상적이에요. 함께 볼까요?

“몇 년 전 가족과 프랑스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우리는 소 떼 수백 마리가 고속도로 바로 옆 그림 같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들은 외면당했다. 새로 나타난 소들은 아까 본 소들과 다를 바 없었고, 한때는 경이롭던 것들이 평범해 보였다. (…) 그런데 만약 ‘보랏빛 소’라면… 이제는 흥미가 당기는가? 퍼플 카우의 핵심은 ‘리마커블remarkable’이다. 사실 리마커블이 P*로 시작했다면, 굳이 소 떼 타령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_『보랏빛 소가 온다』 16p
*마케팅의 핵심 요소인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대신 색다른 P를 제안하려는 의도다. P를 살리기 위해 원제를 『Purple Cow』로 지었다.

‘놀라운remarkable 무언가’를 보랏빛 소에 비유한 거예요. 왜 리마커블해야 하는지, 무엇이 리마커블한지, 어떻게 하면 리마커블해지는지 알려주는 책이죠. 그런데 반전이 있어요. 독자들의 머릿속에 소를 한 마리씩 남긴 이 서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요. 글을 시작하기에 좋은 소재였을 뿐이라네요.

그럼 책을 쓴 진짜 동기가 뭘까요? 세스 고딘은 “친구를 위해서”라고 말해요.

“프랑스 파리에 ‘푸알란Poilâne’이라는 빵집이 있어요. 빵 맛으로 명성을 떨쳤죠. 그곳의 사장 리오넬Lionel과 우연히 친구가 됐습니다. 파리에 강연을 갈 때마다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그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린 두 딸을 남겼어요. 저는 리오넬을 기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밀가루와 물, 소금, 효모의 네 가지 재료만으로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을 만들었는지 기록하기로 했죠.”

제빵사 친구가 일하던 방식과 그 영향력이 리마커블하다고 여긴 겁니다. 친구를 추모하며, 그 리마커블함을 책으로 엮은 게 『보랏빛 소가 온다』예요. 

그런데 사람의 생각은 바뀌기도 해요. 혹시 세스 고딘이 다듬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운 좋게도 제 출판사는 제가 원하면 수정하게 해주더군요. 하지만 다시 쓴다면… 글쎄요. 전체를 고쳐야 할까봐 걱정입니다.”

그는 진솔한 마음을 들려줬어요.

“제가 보지 못했던 사람들. 카스트, 인종, 여성 혐오 문제와 그것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치는지, 충분히 명확히 쓰지 않았음을 후회합니다. 명백히 잘못됐거나, 불쾌감을 주는 내용은 수정하려 노력했어요.”

『보랏빛 소가 온다』 20주년 기념 에디션. 리마커블한 사람, 리마커블한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에게 고전이 되었다. ⓒ쌤앤파커스

Chapter 6.
미래가 두렵다면? 행동하라

다시 현재로 돌아와, 근황을 물었어요. 그는 허드슨강에서 카누를 타거나, 취미로 스테레오 스피커를 만든대요. 비영리단체의 모금 활동도 돕죠. 동시에 미래를 공부하고 있어요. 주로 ‘AI’와 ‘환경’을요.

“오늘도 AI와 대화했어요. 저는 파이썬python*으로 코딩하는 법을 모르지만 AI는 아니까요. 함께 작업했더니 버그가 가득해서 수정해달라고 했어요. 곧 해결하더군요. 근사하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귀도 반 로섬이 1991년 발표한 프로그래밍 언어다.

뭐든 뚝딱 만드는 AI가 두려운 사람도 많아요. AI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돋보일 수 있을까요?

“예전엔 자메이카 폴카jamaica polka 음악을 작곡하고 싶어도 저 혼자 할 수 없었어요. 이젠 가능해요. AI가 진화할수록 우리는 더 정교하게 주문할 수 있고, 독창적인 걸 만들 거예요. 내가 있기에, 오직 나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겁니다. AI 혼자선 못하니까요.”

의욕적인 창작자에겐 AI가 훌륭한 어시스턴트라는 겁니다.

다른 관심사는 환경이에요. 세스 고딘은 2022년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 비영리단체를 조직했어요. 바로 ‘탄소 연감 네트워크The Carbon Almanac Network’. 90개국 300여 명의 봉사자들과 만화, 그래프, 200편의 글로 기후 변화 정보를 담은 책*을 냈어요.
*책의 원제는 『The Carbon Almanac: It's Not Too Late』. 한국에선 『우리에게 보통의 용기가 있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한국에서도 출간되어 정말 기쁩니다. 1년 넘게 매일 10시간씩 일하며 기후 위기를 공부했어요. 우리가 얼마나 엉망인지도요.”

140년 전 산업혁명 이후 탄소 배출량이 늘면서 지구 표면 온도가 약 1도 올랐어요. 작은 숫자 같지만, 거대한 지구에 열이 축적된 겁니다. 세스 고딘은 교육자들을 위해 기후 위기 자료를 무료 배포 중이에요.

“두 가지를 주장하고 싶어요. 첫째로, ‘나는 그저 내 일을 할 뿐’이라는 정직한 말을 의심해야 해요. ‘저는 외과 의사입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게 제 일이에요’ ‘저는 카페에서 일해요, 커피를 만드는 게 제 일이죠’ 글쎄요. 바다에서 고래가 잔인하게 사냥되고 멸종돼도 ‘나는 내 일을 한다’는 핑계로 외면하는 건 옳지 않아요.

둘째로, 당신도 가만있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내 일을 할 뿐’이라는 사람들을 고치지 않으면,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오늘 마신 캔을 재활용했나요? 그렇지 않으면 탄소 발자국을 남길 겁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모두가 위선자라는 뜻이에요. 이 문제에서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그는 행동하겠다고 합니다. 

세스 고딘은 최근 기후 위기를 알리고 있다. 글로벌 봉사자들과 책을 내고, 60쪽 분량의 교육 자료를 무료 배포한다. ⓒThe Carbon Almanac

Chapter 7.
마치며 :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교육보다 배움

세스 고딘은 가르침에 열정적이에요. 온라인 워크숍*을 설립하고, 학습 플랫폼 유데미Udemy에서 약 8만 명의 수강생을 두고 있죠. 그의 교육 철학은 뭘까요?
*2015년부터 시작된 온라인 리더십 워크숍인 ‘altMBA’로, 31일간 진행된다.

그는 교육education보다 배움learning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한국 교육시스템이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는 증거는 아주 많아요. 시험에 맞춰 가르치고, 생산적이고, 순응하는 열정적인 노동자를 만들었죠. 하지만 그건 배움은 아닙니다. 교육은 관리와 비슷해요. 상명하복top-down이죠. 배움은 자발적으로 알아가려는 태도입니다.”

순응하는 똑똑함은 인공지능과 유사해요.

“그런데 세상이 인공지능을 필요로 할까요? 아니요. 그건 이미 있어요. 인간에게 요구되는 건 리더, 크리에이터, 혁신자, 연결자입니다. 한국에선 그런 걸 가르치나요? 미국 학교에선 가르치지 않지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과 배움이 다르듯, 리더leader와 관리자manager도 다릅니다. 2023년 5월 출시된 그의 최신작 『The Song of Significance』*에 그 차이가 담겼어요.
*제목은 ‘의미의 노래’로 해석 가능하다. 한국에는 출간되지 않았다.

“관리는, 어제 했던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하도록 이끄는 고단한 작업입니다. 관리자에게 권한을 주는 계층 구조가 필요하죠. 반면 리더십은 자발적입니다. 전에 없던 일을 상상하고, 그 여정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작업이에요.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리더십이 아니라 관리일 뿐입니다.”
_『The song of significance』 165p

세스 고딘은 배움에 적극적인 리더들이 미래를 주도할 거라고 봐요.

“한국은 제 생애 동안,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어요. 헌신 덕분이죠. 이제 산업화 세대가 정점을 찍었고, 스펙만으론 성장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세스 고딘은 한국의 관리 능력은 최고지만, 리더십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리더와 관리자를 동일시하는 문화권에선, 둘의 차이를 강조하는 게 중요해요. 이 차이를 배울 때 리더들이 탄생하겠죠. 그때를 기다리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리더가 되세요. 매일 시도하다 보면, 끝내 탁월해질 겁니다.”

세스 고딘의 최신작 『The Song of Significance』. 이 책을 통해 자발적인 리더들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Portfolio


롱블랙 프렌즈 L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가 마케터라니. 왜 사람들이 세스 고딘이 마케팅을 재정의했다고 말하는지 알겠어. 그럼 세스 고딘은 생애 전반에 걸쳐, 무엇을 마케팅했을까?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어.

“가능성possibility. 저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마케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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