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재순 : 아흔살 작가의 애플 펜슬 드로잉, 삶의 여백을 채색하다


롱블랙 프렌즈 K 

인스타그램에서 그림 하나를 봤어요. 노을을 배경으로 집 한 채와 나무 여러 그루가 서 있었죠. 쓸쓸한 감정이 들 법도 한 그림인데, 이상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어요. 석양이 한낮의 햇살보다 밝아 보였죠.  

작가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띄었어요. 고운 겨자색 가디건을 입은 백발의 할머니가 미소 짓고 있었죠. 그 밑에 적힌 소개 글은 ‘아이패드 드로잉 작가’. 할머니와 아이패드라니, 생각 못 한 조합이었죠. 지금까지 인스타에 올린 그림만 900개가 넘어요.

이 꾸준함과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어요. 그림에 댓글을 남겼죠. “작가님의 그림이 좋아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다음날,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답글이 달렸어요. “고마웡” 그렇게 여유재순 작가를 만날 수 있었죠.


여유재순 작가 

여유재순 작가는 1934년생, 올해 아흔이에요. 본명은 유재순. SNS 계정을 만들 때, ‘성’에 성별인 ‘여’를, ‘이름’에 ‘유재순’을 넣어버렸어요. ‘여유재순’의 탄생이었죠.

2020년, 아이패드로 그림을 시작했어요.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죠. 팔로워는 1만7000명. 게시물마다 ‘좋아요’가 1000개를 넘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