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갤러리 : 내 거실이 갤러리, 미술 시장의 빈틈을 파고든 원화 구독 서비스


롱블랙 프렌즈 L

얼마 전 B네 집에 놀러 갔는데, 거실에 못 보던 그림이 걸려있더라. 물감 결이 살아있는 걸 보니 원화原畵였어.

내가 프리즈 서울에 다녀와 봐서 알잖아. 그림이 좀 비싼 게 아니란 거.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B가 말해주더라. 그림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래. 회사 이름은 오픈갤러리.

원화를 구독한다니. 처음 듣는 비즈니스 모델이잖아?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를 만나 속속들이 물어봤어.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

오픈갤러리는 2013년에 론칭했어. 프린트 제품이 아닌 원화만 취급해. 메인 서비스는 그림 렌털. 월 3만9000원으로 그림을 집에 걸 수 있어. 3개월 주기로 그림을 바꿀 수도 있고.

오픈갤러리. 이름 그대로 폐쇄적이었던 미술 시장을 열어 젖히겠다는 뜻이야. 소수의 유명 작가가 아닌, 다수의 뛰어난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지향해.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그림 시장이 생겼다고 자부해. 오픈갤러리 고객의 80%가, 갤러리에 가 본 적이 없는 고객이거든. 2023년 11월 현재 오픈갤러리의 고객 수는 15만 명 이상. 보유 작품 수는 5만3000점으로 국내 최대 규모야.

매출도 성장세야. 2022년 연 매출은 2020년 대비 180%를 기록했지.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거야. 새로운 시장을 만든 브랜드라, 이야기가 궁금한데?

Chapter 1.
미술은 몰라도 사업은 안다 

“아트 회사 대표라고 하면,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을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박의규 대표는 미술과 거리가 멀었어. 전주에서 태어나, 공무원 아버지 밑에서 부족하진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게 자랐지. 갤러리는 구경할 일도 없었어.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어. 집에서는 박 대표가 공무원이 되길 바랐지만, 그는 보다 도전적인 일을 좋아했지. 경영 컨설턴트로 5년여간 일했어. 대기업의 신사업 전략이나 M&A(인수합병) 전략을 세우는 일을 했지. 

“실행가능한 사업 계획 세우는 법을 배웠어요. 예를 들어, ‘파리에서 몽마르트 언덕에 간다’는 막연한 계획이에요. 그 언덕에 가려면 어디에서, 몇 시 기차를 타고, 얼마짜리 티켓을 끊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게 실행 계획이죠.”

남의 사업 계획만 짜다 보니 언젠가부터 갈증이 나더래. 내 전략이 시장에 통하는지 직접 보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잖아? 주변에 창업한 친구들이 그 마음에 불을 지폈어.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은 8시간 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8시간 동안 생활하고, 8시간 동안 잘 곳을 구해 산다.’ 그러니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냐고. 술자리 대화였지만, 그 말에 꽂혔어요.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013년 7월 박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어. MBA 유학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어. 첫째 아이는 갓 돌이 지났을 때였지. 용기를 너무 많이 낸 거 아냐? 

“제가 주식 동아리를 했었어요. 그런 제 눈에도, 주식으로 번 100만원보다 창업으로 번 100만원이 값져 보이더라고요.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에 어떤 가치를 주느냐가 중요했어요.”

경영 컨설턴트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던 박의규 대표. 그는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픈갤러리를 창업했다. ⓒ오픈갤러리/이지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