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 : 정봉이와 주오남, 캐릭터를 삼키기까지 걸어온 시간들



롱블랙 프렌즈 K 

“어떻게 저렇게 변신할까?” 올해 안재홍 배우를 보며 든 생각이에요. 봄에는 농구 영화 「리바운드」의 풋풋한 코치였는데, 여름엔 「마스크걸」의 ‘주오남’이 됐어요. 웹툰의 불쾌한 오타쿠가 만화를 찢고 나오다니.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아이시떼루あいしてる(사랑합니다)!”*라고 포효하는 장면은, ‘고백 어택’으로 불리는 밈이 됐죠. 변화무쌍한 그의 본캐가 궁금했어요.




안재홍 배우

연기자는 한 번 태어나 여러 인물로 살아요. 그중에서도 스펙트럼이 넓은 경우가 있죠. 안재홍 배우가 그래요. 쌍문동에 사는 6수생부터 조선의 소리꾼, 족구 마니아, 스타 감독, 산부인과 의사까지, 무수히 변해요.

2009년 단편영화 「구경」으로 데뷔해 14년간 47개 캐릭터를 소화한 안재홍 배우.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잠시 ‘비움’의 시간을 갖는 그를 만났습니다.


Chapter 1.
해운대를 누빈 비디오 키즈

안재홍 배우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어요. 소년 시절, 장래 희망은 없었어요.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지냈죠. 파도가 철썩이는 방파제에서 친구들과 뛰놀고, 해운대 시장에서 떡볶이도 먹으면서요. 

가장 좋아했던 건 영화였어요. 안 배우가 초등학생이던 90년대엔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어요. 용돈으로 1000원, 1500원씩 내고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스피드」부터 「브레이브하트」, 「더 록」, 「아마겟돈」,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빌렸어요.

“대여점에 ‘다음 달에 나올 비디오 목록’이 붙어있었거든요. 그걸 다 외울 만큼 좋아했어요. 하루에 두세 편씩 보고, 한 번 본 영화도 되감아서 다시 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