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 : 수의사가 기획한, 편안한 표정의 동물들이 사는 곳


롱블랙 프렌즈 K  

올해 여름, 사자 한 마리가 찍힌 영상이 화제였어요. 가로 14m, 세로 6m의 비좁은 실내 전시장에서 7년을 산 사자. 숨을 내쉴 때마다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 ‘갈비 사자’라고 불렸죠.

이 사자를 구조한 곳이 청주동물원이에요. 그런데 이곳, 동물을 보기 어려운 동물원으로 유명해요. 사람이 아닌 동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청주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 김정호 수의사를 직접 만났어요. 턱끈 펭귄이 4초씩 하루 1만 번 자는 걸 밝혀내,  최근 사이언스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수의사입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김정호 수의사는 충남 당진의 기와집에서 자랐어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생태 감수성이 저절로 생기는 곳이었죠. 참새들이 기와 지붕에다 알을 낳았는데, 경사가 져 있어 새끼들이 굴러 떨어졌대요. 종이상자로 둥지를 만들어주고, 밥풀도 먹여줬어요.

어느 날은 쥐들이 창고에 있던 책을 파먹고, 그 속에 새끼를 낳았어요. 털이 덜 자란 새끼 쥐들은 마치 헐벗은 것처럼 보였죠. 안쓰러운 마음에 보온 밥솥 통에 넣어줬다가, 어머니께 혼이 나기도 했어요.

동물들과 부대끼며 자라난 그는 수의사가 됩니다. 개원을 하기보다 동물원에서 일하기를 택했어요.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보호자가 없는 야생동물을 돌봐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Chapter 1.
관람의 시대가 만든 안전한 감옥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2001년 김정호 수의사가 일을 시작한 청주동물원은, 당시 전국 동물원들 가운데 호랑이사가 가장 좁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