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쉐이브클럽 : 질레트에 맞섰던 면도 브랜드가 맞닥뜨린 잔혹동화


롱블랙 프렌즈 L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종종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나곤 하지. 언더독의 약진이나, 골리앗을 무릎 꿇린 다윗의 이야기 같은. 

그 대표 브랜드가, 2011년 미국에서 등장한 면도기 구독 서비스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DSC)이었어. 1위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Gillette·P&G 산하)를 단숨에 위협했고, D2C(Direct to Customer)* 시대의 서막 또한 알렸지.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자체 앱이나 소셜미디어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 수수료를 줄여 가격경쟁력이 있고 수익성이 높다.

2016년엔 P&G 경쟁사인 유니레버Unilever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까지 됐어. 여기까지만 보면 완벽한 성공 스토리야. 하지만 반전은 지난해 10월 일어났어. 유니레버가 DSC를 토해냈지. “DSC는 더 이상 우리의 핵심 성장 포트폴리오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DSC의 이 같은 처지가, D2C 브랜드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DSC, 그리고 D2C 비즈니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자고.


Chapter 1.
하룻밤 새 유튜브 스타가 된, D2C의 대부

시계를 2011년으로 돌려볼게. DSC의 창업자 마이클 두빈Michael Dubin은 디지털 마케터였어. 33세였지만 그의 이력서엔 성공이라고 할 만한 한 줄을 찾기가 힘들었어. 경력이나 학력,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었지. 

그런 두빈이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 있었으니, 바로 면도날 구독 서비스였어. 두빈은 질레트 같은 면도기가 쓸데없이 비싸다고 생각했어. 면도날을 싼 가격에 직접 팔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 거기다 구독제로 매달 알아서 면도날을 보내준다면? 까먹지 않고 편리하게 면도기 쇼핑을 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