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돼지식당 : 다 됐다 싶을 때 한 번 더, 브랜드는 그렇게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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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친구가 놀러와, 밥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했어요. 서울에서 소문난 식당에 데려가고 싶었죠. 그러다 생각난 게 금돼지식당이에요. 국내 최초 미쉐린 삼겹살 집으로 유명하거든요.

예약은 안 되고, 토요일 저녁에 갔더니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하더군요. 포기했습니다. 어떻게 굽길래 미쉐린 맛집으로 선정된 건지 밝혀야겠다는 마음으로 차승희 신세계까사 콘텐츠개발 팀장을 찾아갔습니다. 제게 박수경 금돼지식당 대표를 만나보자고 하더군요.


차승희 신세계까사 콘텐츠개발팀장

약수역에서 신당동 방향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면, 눈에 확 띄는 고깃집이 있습니다. 새하얀 타일의 3층짜리 건물. 삼겹살 집으로는 국내 최초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금돼지식당입니다.
*미쉐린 빕구르망: 미쉐린 가이드 중,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맛을 선보이는 가게를 뽑는 카테고리다.

금돼지식당은 가장 잘 나가는 식당 중 하나입니다. 분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2022년 예상 매출액은 50억원입니다. 출시하는 콜라보레이션 상품들마다 대박이 터집니다. 이마트와 출시한 HMR ‘금돼지식당햄’은 출시되자마자 매진이었고, 패션브랜드 TBJ와 출시한 앞치마, 티셔츠, 모자 등의 패션 아이템 역시 무신사에서 완판됐죠.

어떻게 삼겹살 집에서 이런 브랜드 파워가 나올까요. 박수경 대표에게 직접 비결을 물었습니다. “다 됐다 싶을 때 한번 더 고민한 덕분”이라고 박 대표는 말하더군요.


Chapter 1.
2년 동안 빚더미 앉으며 깨달은 것

박수경 금돼지식당 대표는 스물여섯 살, 동대문에서 처음 실패를 배웠습니다.

2010년, 첫 장사는 잘됐습니다. 지금의 남편 신재우 공동대표와 1평도 안 되는 동대문 노점에서 과일주스를 팔았습니다. 2010년대 동대문은 쇼핑의 메카였습니다. 하루에 과일 3만원어치를 사서 30만원을 벌었습니다. 들고 다니던 돈 주머니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해 겨울, 박 대표는 다니던 무역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장사에 올인합니다. 그리고 실패했죠. 겨울에도 과일주스를 팔 수는 없으니 아이템을 바꾸기 시작했는데, 도통 한 아이템에 정착할 수가 없었습니다. 2년을 헤맸습니다.

“장사가 잘 되면 아이템을 바꾸지 않아요. 안 되니까 계속 바꾸는 거죠. 햄버거, 아귀찜, 순대, 족발, 떡볶이, 튀김, 샐러드, 도시락… 다 해봤어요.”

돈 나올 구멍이 없어서 일수까지 썼습니다. 하루에 7만원씩 100일 동안을 갚아 나갔대요. 통신비가 아까워 신재우 대표와 휴대폰 하나를 나눠 썼습니다. 빚 독촉을 받으며 2년을 버텼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박 대표는 말합니다. 모방으로 시작하면 아무리 잘 돼도 2군이라고요.

“우리만의 것이 없었어요. 남들이 잘되면 따라했거든요. 어떤 아이템이, 왜 잘 되는지도 모르고요. 그러니 잘될 수가 없던 거죠.”

그래도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신 대표를 붙잡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말했죠.

“장사가 재밌었어요. 직접 전단지도 돌리고 배달도 다녔죠. 즐겁게 해도 장사는 바닥을 치니 오기가 생기잖아요. 근근이 먹고 살 정도였으면 차라리 그만뒀을 겁니다. 남편(신재우 대표)에게 하나만 더 해보고, 이것도 안 되면 포기하자고 했습니다.”

구공탄 : 동대문 최초 배달 삼겹살의 탄생

차별화에 대한 두 대표의 집착은 그 때부터 시작됩니다. 죽을 각오로 마지막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고기’를 떠올린 게 그때였습니다. 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메뉴라고 생각했대요.

두 사람은 2012년, 연탄 제육 배달집 ‘구공탄’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을 새며 일하는 동대문 상인들에게 고기 배달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전단지를 뿌리지 않은 상가에서도 전화가 쏟아졌죠. 연탄 연기가 골목에 가득 찼어요.

두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연탄 제육을 넘어선 남다름을 원했어요. 매일 고기를 굽는 틈틈이 근처 피자집을 오가며 오븐 기기를 공부했습니다. 굽는 기술을 파고 들어간 거예요. 그 결과 동대문 최초의 ‘배달 삼겹살’을 만들어냅니다. 깍두기 모양으로 고기를 썰어선 컨벡션 오븐에 한꺼번에 구워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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