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정 : 저민 대나무를 엮듯, 시간을 쌓아 채상의 맥을 잇다

2023.01.02

국가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 기능보유자. 전라남도 담양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채상은 대나무 겉껍질을 얇게 떠낸 대오리를 짜서 만드는 채죽상자의 준말이다. 1979년 열아홉의 나이로 아버지를 따라 채상에 입문한 서신정 장인은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채상장이다. 남편, 아들과 함께 대한민국 채상의 맥을 잇고 있다.

일상에서 발견한 감각적 사례를 콘텐츠로 전파하고 싶은 시니어 에디터.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과 음식, 대화를 좋아한다. 말수는 적지만 롱블랙 스터디 모임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많이 공유하는 멤버.


롱블랙 프렌즈 B 

얼마 전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 전시*에서 근사한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새카만 색의 단단한 피크닉 가방. 가죽 가방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대나무를 엮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채상彩箱이라 부른다고 해요. ‘대나무가 어쩌면 이렇게 정교하게 짜였을까’, ‘이걸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했습니다.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2022년 11월 12일부터 2023년 1월 5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서울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전남 담양으로 갔습니다. 죽녹원 앞 채상장전시관에 들어서자 30평 남짓한 한옥 공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파란색 소반, 새빨간 소쿠리, 상아색 핸드백 같은 채상 작품 수십 개가,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그 옆으로 말없이 대오리*를 엮고 있는 서신정 장인이 있었습니다. <타임리스 위크> 첫 번째 주인공입니다.
*대나무를 쪼개 가늘고 긴 종이처럼 만든 것


서신정 국가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 기능보유자

채상*은 채죽상자의 줄임말입니다. 대나무 겉껍질을 얇게 떠낸 것을 대오리라고 해요. 이 대오리를 엮어 만드는 상자가 채상입니다. 대나무를 이용한 공예 중에서도 난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채상 만드는 사람 ’을 가리켜 채상장, 즉 장인이라고 부릅니다.
*채상은 1975년 1월 29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됐다. 

국내 3대 채상장인 서신정 장인은 아버지*를 따라 열아홉에 채상을 시작했습니다. 사십 년 넘게 담양의 대나무로 채상을 만들어 왔어요.
*故 서한규 채상장. 1987년 국가무형문화제 채상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2017년 8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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