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던 11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선 <롱블랙 컨퍼런스 2025 : 경험과 공감> 둘째 날 강연이 열렸습니다.
DAY2의 문을 연 세 명의 연사, 건축가 나가사카 조·디자이너 양태오·안성재 모수 셰프는 공통적으로 ‘덜어냄’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덜어냄이 만드는 몰입의 경험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공간은, 사람들의 소통을 만듭니다.” 나가사카 조 스키마타 건축 대표가 던진 화두입니다.
그는 르 라보와 이솝, 블루보틀의 매장을 설계한 인물이에요. 모두 미니멀하고 단순한 게 특징이죠.
실제로 그의 건축사사무소에도 외벽과 문이 없어요. 사무실 한편이 길과 연결된 공터처럼 보일 정도예요.
술 취한 사람이 들어와 쉬기도, 동네 커플이 만남의 장소로 쓰기도 하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공간이 있으면 그 공간 안에서 보여지는 사람, 보는 사람이 자연스레 섞이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벽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요. 완벽하게 꽉 찬 공간이 아닌 덜어낸 공간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공백은 그곳에 사는 사람 그리고 이웃들의 취향과 삶이 채울 겁니다. 전 그런 작업이 굉장히 즐거워요.”
_나가사카 조 스키마타 건축 대표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대표도 덜어냄의 매력에 공감해요. 국립경주박물관과 망향휴게소, 블루보틀 명동점 등 다양한 공간에 ‘한국적인 분위기’를 입힌 그는 덜어냄이 한국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죠.
그중 하나가 ‘무미無美’입니다. 다양한 미를 경험해 본 후 꾸밈과 장식의 덧없음을 깨닫는 상태를 말해요.
“무미는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 본질과 단순함을 찾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이에요.
우리 선조들은, 자연은 단순하고 인간은 복잡하다고 생각했어요. 봄에 싹 틔우고 가을에 열매 맺으며 성장하는 자연에서 아름다움과 우주의 이치를 깨달았죠.
그렇기에 인간을 복잡하게 만드는 욕심을 버리고 단순함을 취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했어요.”
_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대표

파인다이닝의 세계에서도 ‘덜어냄’은 중요합니디ㅏ.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모수를 운영하는 안성재 셰프도, 음식을 만들 땐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한다고 말했어요.
“세상엔 재료가 너무나도 많고, 내가 받은 영감을 모두 다 표현할 수도 없어요. 창의성은 무한한 자유가 아닌 제약에서 나오죠.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손님에게 전하려는 것 하나를 기준으로 잡고, 그걸 살리기 위해 ‘무엇을 덜어낼까’를 고민해야 해요.”
_안성재 모수 셰프

불필요한 걸 덜어낸다면, ‘꼭 필요한 것’을 잘 담는 일도 중요하겠죠? 모수의 대표 요리인 ‘전복 타코’가 딱 그래요.
한입 크기의 음식에, 안성재 셰프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담았죠.
“제가 어린 시절 맛있게 먹은 음식이 타코였어요. 여기에 한국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재료인 ‘감태’를 감쌌죠.
마지막으로 손님이 접시에 놓인 라임을 직접 짜 타코에 뿌리는 경험까지 유도해, ‘나는 여기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높일 수 있죠.”
_안성재 모수 셰프
치열한 고민 끝에 덜어내고 남은 것은, 끝내 ‘오리지널’이 됩니다.
안성재 셰프의 요리는 전통 한식이나 일식, 미국식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장르가 안성재”라고 부르는 이유예요. 그가 경험한 ‘가장 개인적인 기억’을 결과물로 만들어냈으니까요.
“익숙해 보이는 전통도 누군가 만든 거예요. 치킨이든 부대찌개든 어디선가, 누군가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만들어진 음식이죠.
이게 널리 퍼지고,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된 거예요.”
_안성재 모수 셰프
세 연사의 '덜어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6명의 연사가 ‘경험과 공감’에 대한 저마다의 철학을 전했습니다.
- 15년 차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를 이끄는 이진민 대표
-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 2300만 조회수의 인터뷰 시리즈 ‘인터스텔라’를 만든 김지수 작가
-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
- 유튜브 181만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 조승연
- 호소다 다카히로 TBWA 하쿠호도 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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