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완판 '연말정산 다이어리', 시즌 마케팅 사례

연말정산 : 흘러간 삶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질문 100개로 올해를 정리하는 책

ⓒ데이오프


‘연말정산 다이어리’는 100가지 질문에 답을 적는, ‘자문자답 다이어리’예요.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4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책입니다. 

‘세금만 정산할 게 아니라, 한 해도 정산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특이한 점은, 매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판매한다는 거에요. 그해에 맞는 질문을 짜서 돌아오죠. 

질문하는 다이어리. 꽤 흔해요. 하지만 ‘연말정산’은 좀 달라요. 팬덤이 단단하달까요? 2015년부터 10년째 완판됐어요. 전국 50개 독립 서점에 입점했고요. 심지어 ‘연말정산’ 대화 모임도 있고요. 

연말정산 1호. ⓒ데이오프


첫 책에 담긴 100개의 질문을 볼까요? ‘올해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같은 가벼운 질문도 있어요. 하지만 한참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도 꽤 있더라고요. 이렇게요. 

22. 남들은 나를 ____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23. 그런데 나는 나를 _____라고 생각한다.

질문이 어렵다고요? 그게 데이오프의 의도예요.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질문’을 고민했대요. 

“다른 자문자답 다이어리들을 봤어요. 막연한 질문이 많더라고요. ‘올해 내 취미는?’, ‘올해 내가 좋았던 것은?’ 같은. 

저는 이걸 ‘내던져진 질문’이라고 불러요. 이런 질문은 단답형으로만 답이 나와요. ‘이런 행동을 했다’ 정도로밖에 답할 수 없죠. 그래서 처음부터 고민했어요. 

‘이 질문이 모임에서 나오면 대화가 깊어질까?’ 단순히 행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생각과 내면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는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_김수현 데이오프 디자이너

연말정산 다이어리가 던지는 질문은 그냥 질문이 아니에요. ‘올해에만 할 수 있는 질문’이죠. 시의성이 중요한 거예요. 

2020 연말정산 질문엔 나훈아의 히트곡이었던 ‘테스형!’의 가사를 활용했다. ⓒ데이오프


“질문은 두 가지예요. 고정 질문과 시즈널한 질문. ‘고정 질문’은 말 그대로 매년 들어가는 질문이에요. 실제로 연말정산의 1~3번 질문은 모두 같아요. ‘월별 키워드’, ‘올해 내가 잃은 것 / 얻은 것’이죠.

그 외엔 다 ‘시즈널한 질문’으로 채우려 해요. 시의성에 집중하죠. 그 해 특별히 유행한 콘텐츠와 밈을 써요. ‘맞아, 나 이런 거 하며 놀았지’ 추억할 수 있게요.”

_백수정 데이오프 대표

이 ‘시즈널한 질문’, 연말정산을 보는 쏠쏠한 재미예요. 한번 볼까요? 

  • 내 마음속에 ___ 저장* (2017년)
  • ___은 계획이 다 있구나** (2019년)
  • ___이 온다*** (2024년)

*2017년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유행어 “내 마음속에 저장”.
**2019년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팀은 8월 초부터 질문 고민을 시작해요. 11월 말, 인쇄 작업 직전까지 계속 질문을 수정하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질문뿐 아니라 컨셉, 유통, 판매 방식까지. 제작팀 ‘데이오프’가 10년간 매해 연말정산 다이어리를 이끌어 올 수 있던 ‘시즌 비즈니스’ 전략을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연말정산 다이어리가 연말에만 찾아온다면, 세상의 모든 기념일을 축하하고 없던 기념일도 만들어내는 달력 회사도 있습니다. 

내셔널데이캘린더 : 가짜 기념일을 모아, 25만 명이 따르는 달력이 되다

ⓒ내셔널데이캘린더


내셔널데이캘린더는 2013년 1월 미국에서 출발한 기념일 플랫폼 회사예요. 그게 뭐냐고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달력을 확인할 수 있어요. 

3월14일 ‘파이 데이’, 5월4일 ‘스타워즈 데이’, 8월17일 ‘검은 고양이를 찬양하는 날’ 같은 비공식 기념일을 모아서 보여줘요.

캘린더에 기념일 이름만 써놓은 건 아니에요. 어떤 의미를 담은 날인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소개한 팟캐스트를 함께 올려줘요. 매년, 365일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죠. 

3월 15일,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게 틀린 날’도 있어요. 

ⓒ내셔널데이캘린더


‘내 생각에는I Think’이라고 시작하는 말을 꾹 참으면 된대요. 그리고 모든 결정은 다음 날로 미루래요. 내 생각이 틀렸을 거니까! 

더 재밌는 건, 그다음 날이에요. 3월16일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옳은 날Everything You Do is Right Day’이거든요. 전날 의심을 마쳤다면, 다음날엔 자신 있게 행동하는 거예요. 

ⓒ말로 앤더슨


내셔널데이캘린더는 말로 앤더슨이라는 컴퓨터 엔지니어의 사이드 프로젝트였어요.

시작은 앤더슨의 ‘팝콘 사랑’이었어요. 팝콘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매년 1월19일이면 ‘내셔널 팝콘 데이’를 챙겼어요. 이날만큼은 SNS에 팝콘 사진을 올리며 맘껏 팝콘을 먹었죠. 

앤더슨은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렇게 즐거운 날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2013년 1월19일 팝콘 데이를 앞두고, 팝콘 데이의 유래를 찾기 시작했죠. 

그런데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끝내 유래를 찾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호기심은 점점 다른 비공식 기념일로 확장됐죠. 

그러다 결심했어요. 기념일의 유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겠다! 아예 팝콘 데이에 내셔널데이캘린더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죠. 

SNS나 방송에서 언급되는 독특한 기념일을 찾아, 홈페이지 캘린더에 기록하는 게 그의 취미가 됐어요. 

“미국 건국 시절인 200년 전 기록까지 찾았어요. 의회나 도서관에 기록된 문서를 찾아 기원을 확인하기도 했죠. 

(중략) 결국 기념일 1500개 중 1100개까지는 왜 시작됐는지 알아냈어요.”

_말로 앤더슨, 애플 팟캐스트 This Is Billings 인터뷰

예를 들면 2월9일 ‘피자의 날’이나, 4월10일 ‘형제자매의 날’ 같은 기념일을 웹사이트 하나에 모았어요. 

앤더슨은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우스꽝스러운 기념일을 만들고, 챙기는 이유를 말이에요. 

기념일이 있으면 하루를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죠. 앤더슨은 비공식 기념일 모으는 일에 점점 더 진지해졌어요. 

앤더슨은 내셔널데이캘린더 웹사이트를 만든지 6개월만에 방문자 100만 명을 모았고, 8월 26일 ‘반려견의 날’엔 뉴스에까지 출연하며 단숨에 ‘기념일 권위자’로 떠올랐어요. 

ⓒ내셔널데이캘린더


이후 그는 내셔널데이캘린더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했습니다. 2021년 기준 연 매출액은 약 77억원! 오로지 정보 하나로 승부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내셔널데이캘린더만이 가진 강점이 있었습니다. 롱블랙에서 확인해보세요!


'박시영표 영화 포스터의 특징' 영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바로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