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박시영 : “새롭고 싶거든 싫어하는 걸 보고, 들어라”

‘한국 영화 포스터의 표준’이라 불리는 박시영 디자이너. 약 20년 동안 500개가 넘는 포스터를 제작해 왔죠. 「꿈의 제인」, 「윤희에게」 같은 독립영화부터 「곡성」, 「관상」, 「동주」, 「추격자」 같은 흥행작 할 것 없이요.
박시영 디자이너는 문화예술과 가까운 삶을 살지도, 디자인을 전공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 과감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박시영 디자이너의 첫 상업영화 포스터는 2006년 류승완 감독의 「짝패」였어요. 제44회 대종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작품이에요.

그간 한국 영화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류승완식 재기발랄함과 더불어, 박시영 디자이너의 파격적인 포스터가 시너지를 냈어요.
포스터에서는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날려차기를 할 것처럼 점프하고 있죠.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도려낸 듯이요.
박시영 디자이너는 포토샵을 새로 배워야 했고, 일러스트로 그림 그리는 데에만 3주 넘게 걸렸어요. 그럼에도 전에 없던 스타일을 고집했던 이유. 포스터의 본질이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포스터는 정보 전달이 1순위라고 생각하죠. 전 아니에요. 포스터는 정보가 아니라 인상을 각인시키는 거거든요.
2시간짜리 영화가 갖고 있는 하나의 이미지를 압축해서 사람들 머릿속에 팍 집어넣는 거예요. 그래서 포스터는 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매체예요. 그래서 매력적이고요.”
박시영 디자이너에게 포스터 제작이란, ‘한 영화를 압축해 하나의 인상으로 만드는 작업’인 셈이에요. 강렬한 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뭐가 중요할까요?
“여러 겹의 정보를 페스츄리처럼 쌓아야 해요. 인물의 표정, 배경이 된 장소, 액션이라는 장르, 영화의 톤앤매너. 이것들이 한데 모여 인상이 만들어지죠.
신기하게도 우리 인간에게는 그 압축파일을 푸는 인지 능력이 있어요. 훈련받지 않아도 아주 본능적으로 해내죠. ‘네 친구에 대해 한 줄로 설명해 봐’랑 똑같은 거예요.”
「곡성」 포스터는 매력적인 레이어들만 골라 쌓은 대표작이에요. 가령 배우 황정민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모습, 결말에 관한 힌트였어요.

영화를 다 본 관객에게 포스터는 일종의 스포일러처럼 느껴지죠. 배우 천우희만 반투명하게 표현한 포스터 역시, 그가 귀신(무명 역)이라는 정보를 심어놓은 거예요.
심리적 레이어도 쌓습니다. 곡성은 특히 ‘혼란스러움’이 지배적인 정서의 오컬트 영화죠. 박 디자이너도 포스터에 일부러 여러 요소를 집어넣어, 그 정서를 증폭시켰어요.
또 여름에 개봉하는 공포 영화이니 창백하고 푸른 빛의 색감을 사용했고요. 티켓 파워가 강한 곽도원, 황정민 배우의 얼굴을 크게 내세우기도 했죠.
“포스터 제작자인 제 자신의 개인적인 감상, 거기에 시스템과 사회적인 맥락이 모두 갖춰줘야 포스터 하나가 완성되죠.
배우들의 이미지, 상업적인 규모, 개봉 당시의 사회 분위기…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뒤섞여요. 마치 한약재를 넣은 다음에 끓여서 한 방울 간신히 짜내는 것과 같죠.”
이 모든 정보를 함축해 이미지화하는 것이 포스터의 미션. 그래서 박 디자이너는 함축적인 표현이 주로 쓰이는 문학 작품으로 이미지화를 연습해요.
“시는 포스터와 닮았어요.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뼈아픈 후회, 황지우)’라고 하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뒤 낙엽이 나뒹굴고 모든 게 휩쓸려 간 폐허가 떠오르죠. 건물이 무너진 폐허가 아니라요.
‘사랑’과 ‘자리’, 과거형이라는 레이어 때문이에요. 그 시적 상황을 이미지화해서 비주얼 작업으로 남길 수 있겠죠.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500개가 넘는 포스터를 만들어 온 그에게, ‘좋은 포스터’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낯설되, 친절해야 한다’라고 답했죠.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은 모든 창작 활동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롱블랙에서 읽어보세요!

김원국 : ‘서울의 봄’ 제작자의 1300만을 불러 모은 스토리 기획법

ⓒ롱블랙
「서울의 봄」을 제작한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는 전 국민이 결말을 다 아는 1979년 12월12일 그날의 이야기로, 누적 관객 1300만을 모았습니다.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수 6위에 올랐어요.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흥행작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2020년 관객 수 1·2위의 영화였어요.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은 관객 707만 명을 불러 모았죠. 한국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흥행 역대 1위입니다.

ⓒ쇼박스
김원국 대표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의 단초를 찾아, 시나리오를 직접 개발합니다. 그는 “모든 것이 스토리이며,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시나리오 서적들을 독파하며, 마음을 훔치는 이야기의 ‘공식’을 찾아냈죠.
그가 생각하는 잘 만든 이야기란, 기대감을 채워주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관객이 영화관을 나서며 후회하지 않도록.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이 대사처럼,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좋은 영화예요. 이때 중요한 건, 바로 관객의 만족감. 영화를 본다는 건, 자기 의지로 극장에 가 티켓을 끊는 행위잖아요.
그럼 보답해야죠. 호러 영화를 볼 때 뭘 느끼고 싶을까요? 공포죠. 관객의 기대에 충실한 작품을 만드는 것. 그게 저의 목표예요.”

ⓒ플러스엠
「서울의 봄」은 관객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고 싶었을까요. ‘비극적 카타르시스’예요. 우리 안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어요.
하지만 공적으로 드러내는 감정은 극히 일부죠. 그렇게 억누르는 분노와 욕구, 슬픔을, 영화 속 인물들은 자유로이 표현해요. 관객들은 이를 보며 희열을 느낍니다.
“「서울의 봄」이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비슷하죠. 인간은 희극을 굳이 또 찾아보지 않지만, 비극적 카타르시스는 보고, 또 보게 돼요. 「서울의 봄」을 본 젊은 세대 역시, 분노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거예요.”
카타르시스에 기름칠을 하는 건 ‘욕망’입니다. 인물들의 욕망이 끓어 넘치면 감정은 증폭돼요. 극 중 전두광이 대통령실에서 참모총장 연행 재가를 받지 못하는 장면을 예로 들까요. 관객은 ‘만약 전두광이 정문에서 잡혔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분노하죠.
전두광의 권력을 향한 욕망은, 관객의 분노를 증폭시킵니다. “포인트는 ‘욕망’이에요. 욕망은 욕심이란 뜻도 있지만, 목표라는 뜻도 있죠. 지금 제작 중인 영화 「하얼빈」도, 안중근 의사의 욕망을 담았어요.”
탄탄한 작품성으로 흥행작을 탄생시켜 온 그는 기획을 ‘집 짓기’에 비유했습니다.
“건축가는 ‘어떤 형태의 집을 지을 것인가’ 생각하잖아요. 영화 제작도 똑같아요. 건축으로 치면 도안 설계가, 시나리오 개발이에요.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고민하는 거죠.
그다음엔 어떤 시공사, 즉 연출가를 붙여 이 집을 지을지 생각하겠죠. 그다음은 어떤 재료를 쓸 것인가, 즉 영화에선 배우예요. 스태프들은 직접 집을 짓는 사람들이고.”
김원국 대표만의 ‘집 짓기’ 과정을 따라가봤어요. 지금 롱블랙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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