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 정영선 : 들풀은 화들짝 피지 않아 아름답다

2024.04.04


롱블랙 프렌즈 B 

아마 여러분이 이 노트를 읽을 때쯤이면, 한가득 벚꽃이 피어 있겠죠. 저는 지금 선유도공원에서 이 원고를 쓰고 있어요. 빛바랜 콘크리트 기둥을 파릇한 담쟁이덩굴이 휘감았고, 수양벚나무는 축축 늘어진 줄기마다 연분홍 구슬을 꿰어 발을 드리운 듯합니다. 풍선처럼 부푼 목련과, 별빛이 총총 꽃으로 피어난 개나리도 보여요. 

과거 정수장이었던 이곳에 자연을 입힌 이가 있어요. 83세의 나이에도 호미와 삽을 든 현역의 조경가, 정영선입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숱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1호 졸업생(1975년), 한국 1호 조경기술사(1980년), 국내 1세대 조경가. 202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했어요.
*세계조경가협회(IFLA)에서 최고의 조경가에게 수여하는 상.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예술의전당 그리고 서울아산병원의 정원, 여기에 선유도공원과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이어 디올 성수 정원과 회현동에 있는 피크닉piknic의 옥상정원, 최근 단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정원까지… 그가 써 내려간 땅 위의 시구詩句가 우리 주변 곳곳 가득합니다.


정영선 조경가 (조경설계 서안 대표)

3월의 어느 날, 정영선 교수를 만나러 경기도 양평군으로 향했습니다. 깊숙한 산자락에는 그의 집 한 채만이 호젓했어요. 대신 집을 에워싼 정원에는 토종 풀꽃이 가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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