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연휴 잘 보냈어? 솔직히 말할게. 난 잘 못 쉬었어. 아니, ‘잘못’ 쉰 건가? 가족들과 밥 먹으면서도 습관적으로 메일을 확인했지. 그러다 모처럼 TV 뉴스를 틀었는데… 더 심란해지더라고.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누가 나를 강제로 쉬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걸 진짜로 한 브랜드가 있더라고. 그것도 미국의 대선 중계방송에서!
2024년 11월에 진행된 미국 대선 중계방송은 열기로 가득했어. 광고 시간에는 온갖 브랜드의 홍보 영상이 지나갔지. 그 아래로는 트럼프와 해리스의 실시간 득표 숫자가 끊임없이 업데이트됐고.
그때, 갑자기 모든 게 조용해졌어. 정적 속에서 푸른빛 화면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나타났지.
“우리는 이 광고를 사서 여러분께 30초간의 침묵을 선물합니다. 네, 그냥 침묵이요.(We bought this ad space to give you 30 seconds of silence. Yep, just silence.)”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하던 TV에 나타난 ‘침묵 광고’. 반응이 어땠냐고? 앱스토어에서는 이 브랜드의 순위가 100계단 이상 올랐어. 마케팅 전문가들에게선 극찬이 쏟아졌지. LVMH 북미 회장직을 지낸 폴린 브라운Pauline Brown은 “이 광고에 A+을 줄 만하다”고 했고.
주인공은 바로 미국 1위 명상 앱 ‘캄Calm’. 전 세계에서 1억2000만 회 넘게 다운로드*된 서비스지. 2023년 매출만 3억 달러(약 4340억원)였고.
*2020년 기준.
사실 난 캄을 처음 들었어. C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말하더라. “여기 마케팅 맛집인 거 몰랐어요?” 1등인데 마케팅도 잘한다고? 알아봤는데 꽤 재밌더라. 쉽게 말해 ‘2등의 반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