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여러분은 일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이 언제세요? 저는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예요!
2025년 4월 30일에 열린 <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5 :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 둘째 날에서도 그런 순간이 이어졌어요. 1000여 석을 채운 롱블랙 피플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채워갔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날 연단에 오른 스토리텔러 8인*의 이야기, 지금부터 정리할게요.
*(이하 발표순) 다카하시 야스노리 CCC(컬처컨비니언스클럽) CEO, 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데이비드 존스턴 A&P(어셉트앤드프로시드) 대표, 에드워드 리 셰프, 김초엽 작가, 조영각 스튜디오 신매체 대표,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노희영 식음연구소 겸 비앤어스 대표이사

Chapter 1.
‘대체 불가하다’는 건, 상식을 깨는 것
여덟 명의 연사는 8시간을 자신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줬어요. 그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죠. “대체 불가한 스토리에는, 기존의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고.
이들이 도전하는 방법은 다양했어요. 상식에 반박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거리를 둔다고도 했죠. 심지어 기존의 것을 부숴야 한다는 연사도 있었어요.
첫 연사로 나선 다카하시 야스노리髙橋誉則 CCC CEO. 그는 ‘대체할 수 없는 기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어느 시대든 성공한 비즈니스에는 그 업계의 감수성과 상식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그 상식에 도전하고, 부수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획할 때 ‘기성세대가 품은 상식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보죠.”
_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CEO
CCC는 일본의 1위 서점 츠타야TSUTAYA를 운영하는 회사예요.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서점 운영사’가 아닌 ‘기획회사’로 정의하죠. CCC의 목적은 ‘책 팔기’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있거든요.
다카하시 CEO는 기존의 통념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소개했어요. 이런 사례를 들었죠.
① 왜 서점에는 책 파는 진열장만 있는 걸까? → ‘머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점과 스타벅스를 경계 없이 융합했다.
② 왜 가전 매장은 할인 위주의 판매에만 집중할까? →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객이 가전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 츠타야 일렉트릭스를 제안했다.
③ 왜 은행은 번화한 곳에 있는데 주말마다 문을 닫을까? →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은행 영업시간 외에 문을 여는 공유오피스, 쉐어 라운지를 기획했다.

결과만 보면 흥미로운 기획이잖아요? 하지만 궁금해져요. 뭔가를 바꾸겠다는 마음만으로 신선한 생각이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다카하시 CEO는 그런 의문에 답하듯, CCC 기획의 핵심에는 ‘좋은 느낌good feeling’이 있다고 했어요. 쉽게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고객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가치라면서 말이죠.
“마스다 무네아키増田宗昭 CCC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분이라는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에서야말로 혁신이 일어난다’고. 여기서 공간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헬스장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어도 된다’는 제안을 하는 것*처럼요.”
*다카하시 CEO는 좋은 기분을 공간으로 기획한 사례로, 책을 읽어도 되는 운동 공간 ‘츠타야 필라테스’를 소개했다.
_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CEO
그럼 ‘좋은 느낌’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강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 질문이 나왔어요. 고객이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회사의 노하우가 뭐냐고 말이죠.
“저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디테일입니다. 매장을 만들 때면 조명 위치와 통로의 넓이, 책상 폭은 물론 고객이 머물렀을 때 느낄 인상까지 고민합니다. 그에 따라 계획을 여러 번 고치죠.
경우에 따라선 완성된 매장을 뒤엎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요소가 우리가 전하는 것의 완성도를 높여요. 이건 수많은 실패와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죠.”
_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CEO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요.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주관적인 가치는 어떻게 알아볼까요? 그 질문에 다카하시 CEO는 이렇게 답했어요.
“물론 우리도 0에서 1을 만들지 않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작은 균열과 흔들림’을 찾으려 하죠.
일례로 우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IP지식재산권의 기념일을 확인합니다. 올해가 헬로키티 50주년이라는 걸 기억한 다음, 이런 타이밍을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거죠.”
_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CEO

Chapter 2.
과거와 미래에서 ‘현재의 이야기’를 찾는 법
지나간 역사, 또는 미래의 비전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를 건져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왔어요. 아래 두 연사의 말을 먼저 읽어 보세요.
“그냥 낡은 청바지가 있다면, 어떤 청바지는 낡을수록 가치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_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미래를 위한 디자인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_데이비드 존스턴 A&P 대표
먼저 현대차의 브랜드마케팅을 이끄는 지성원 본부장. 그는 50년 넘은 회사의 ‘역사’를 지금의 이야기로 만든 과정을 들려줬어요. 현대차의 첫 승용차 ‘포니Pony’를 중심으로 벌인 헤리티지 프로젝트였죠. 기록을 복원하고 정리하는 건 물론, 현재에 맞는 차로 재탄생시킨 여정을 소개했어요.
과거를 현재 이야기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뭘 배웠을까요? 지 본부장은 세 가지를 짚었어요.
① 감성적 연결 : 과거의 시대상을 제대로 조명해 이해하고, 지금의 상황과 잇는 게 필요하다.
② 정확성 : 기록을 미화하거나, 왜곡·제거해선 안 된다.
③ 균형 : 과거의 제품을 현대의 기술로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지 본부장은 ‘감성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역사가 책에만 머물지 않도록, 당시 시대의 감성을 끌어오는 작업에 집중했다는 뜻이죠.
“헤리티지를 전달할 사람부터 시대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생, 2000년대생의 젊은 직원들까지 함께 시대상을 공부했어요. 그 이해를 토대로, 우리가 감성적으로 연결할 거리를 찾았습니다.”
_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그 결과 채택된 아이템은 1970년대부터 많은 가족들의 추억으로 남은 ‘포니’였어요. 지 본부장은 이걸 세대를 불문하고 펼칠 기회로 연결했죠. 그래서 사진 공모전을 열었어요. 이때 딸의 이름을 ‘포니’로 지은 고객을 찾기도 했고요. 브랜드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한 거죠.

이어 연단에 오른 데이비드 존스턴 A&P 대표. 그는 ‘미래의 잠재력에 집중해 현재를 바꾸는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지금까지 그는 나이키Nike, 나사NASA의 캠페인을 기획해왔어요. 최근에는 샤넬 재단Fondation CHANEL, 아크테릭스Arc’teryx의 미래 비전 설계도 맡았죠.
그는 “오래가고 싶은 브랜드는 지평선과 같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달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 지평선은 ‘매출 상승’ 수준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계’처럼 더 거창해도 된다고 했죠.
그 사례 중 하나로 존스턴 대표는 RCA영국왕립예술학교와 협업한 ‘세컨드 씨Second Sea’ 프로젝트를 소개했어요. 탄소 배출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이른바 ‘배상금 계산기’를 만든 캠페인이었죠. 지구를 지키자는 큰 담론을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보인 사례였어요.
“우리는 매일 6만 개의 생각을 합니다. 그중 80%는 부정적이고, 95%는 반복적인 생각이죠. 그런 생각을 깨려면, 우리는 ‘잠재력potential’이라는 단어에 훨씬 더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늘 거꾸로 생각합니다. 먼저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비전을 꿈꾼 다음, 미래 구상에 몰입하죠. 그다음 다시 하나씩 뒤로 돌아가면서 제가 할 일을 찾습니다.”
_데이비드 존스턴 A&P 대표

Chapter 3.
반짝거림에 기대지 말고, 발견하자
사실 우리는 방향 못잖게 실행을 고민하잖아요?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우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그 힌트를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가 들려줬어요. 11년 차 광고인인 그는, 광고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했어요. 그가 만든 단어는 ‘솔버타이징Solvertising’. 솔루션과 애드버타이징을 합친, 문제를 해결하는 광고죠.
“많은 분들이 광고를 막연한 고뇌 속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떠올리는 일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광고도 결국 ‘찾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것과 브랜드와 연관된 소재, 그리고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거라고 보고 있죠.”
_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쉽게 말해, 소비자들 피부에 와닿는 문제부터 파고든다는 거예요. 거기서 전에 없는 광고 아이디어를 발견한다는 뜻이었죠.
예를 들어 볼까요? 이 대표는 2023년에 만든 ‘출차 알림 시계’를 소개했어요. 아파트의 이중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 위에 ‘나의 출차 시간’을 표시할 수 있는 시계였어요. 표시된 시간보다 먼저 나갈 차는 그 앞에 이중주차를 할 수 있게 한 거였죠.
이 캠페인을 기획한 건 자동차나 시계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전기차 충전기 스타트업이었죠. 캠페인이 나간 뒤, 이 스타트업의 인지도는 전보다 600% 올랐어요. 매출도 500% 넘게 증가했죠.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떠올린 과정이에요. 일단 이 대표는 충전기 혜택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어요. 대신 충전기 설치가 필요한 곳을 찾아다녔죠. 주로 아파트였어요. 전기차 고객들은 충전기 설치를 원하지만, 반상회에서 반대에 부딪치곤 했거든요.
“현장에 가니 답이 쉽게 보였어요. 이중주차 문제로 싸움까지 나는 아파트가 적잖았거든요. 주차 공간도 부족한데 전기차 충전기를 놓자고 하면? 당연히 반대가 나올 만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근본적인 괴로움을 풀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출차 알림 시계를 떠올렸죠.
이렇게 저는 누군가의 문제를 발견해 해결할 수 있다면, 형식이나 표현 방식에 제약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미디어 삼아 광고할 수 있죠.”
_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발견. 이 가치에 주목한 연사가 또 있어요. 노희영 식음연구소 겸 비앤어스 대표. 마켓오, 비비고, 올리브영 등의 브랜드를 키워 ‘큰손’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하죠. 그는 결국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발견과 관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어요.
“사실 우리가 하고 싶은 브랜드에 대한 답은 이미 세상에 다 있습니다. 짜장면을 개발한다고 갑자기 노란 짜장, 빨간 짜장을 만들면 그건 짜장면이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가 될 거예요. 그보다 양파를 어떻게 더 볶을까, 재료에 어떤 걸 더해볼까 같은 게 개발이죠.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관찰’입니다. 이걸 하면 나는 무엇에 끌리는지, 내가 원하는 소비자가 어디로 끌리는지 알 수 있어요.”
_노희영 식음연구소 겸 비앤어스 대표
그럼 어떻게 관찰하는지가 궁금하잖아요? 노 대표는 예시를 들었어요. 만약 카페 창업을 계획한다면 자신이 품었을 질문을 살짝 들려줬죠.
“매일 가는 카페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 매장 임대료는 얼마일까?’ 처음엔 잘 몰라도 계속 보면 ‘이 정도로 앉았을 때 객단가가 얼마니까, 지금 매출이 얼마쯤이겠네?’라는 걸 알게 돼요. 이게 쌓이면 어느 매장을 가든 그곳의 매출과 비용 등을 가늠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건 크고 멋있는 게 아니에요. 모든 걸 쌓은 기록에서 새로운 게 나오기 마련이죠.”
_노희영 식음연구소 겸 비앤어스 대표

Chapter 4.
AI 시대에도, ‘편협한 스토리텔러’는 가치 있다
여기까진 비즈니스 필드에서 대체 불가함을 키우는 이야기. 이번엔 ‘AI 시대에 내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해요. 롱블랙은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을 SFScience Fiction 소설가와 AI 아티스트에게 물었어요.
“사람은 편협한 스토리텔러이기에 대체될 수 없다.” 김초엽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예요. 그는 『파견자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같은 SF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예요. 상상을 펼치는 데 있어서 만큼은 전문가죠.
그는 ‘AI 시대’가 다가올 때 어떤 상상을 펼쳤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의도적으로 AI를 멀리했다고 했어요. 2016년 바둑 AI ‘알파고AlphaGo’가 등장할 때부터요.
“당시 SF 장르도 AI 유행의 영향을 받았어요. 공모전에 나오는 작품 다수가 AI와 로봇을 다뤘죠. 이때 저는 AI 이야기는 당분간 쓰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제 인생 신조가 ‘남들이 잘하는 걸 나도 잘하려고 하지 말자’거든요. 그래서 식물, 곰팡이, 파티클particle·입자과 같은 틈새를 파고들었죠.”
_김초엽 작가
재밌는 건 그다음이에요. 한참 거리를 두고 나니, 오히려 ‘AI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관점을 얻었다고 했죠.
“AI가 만드는 이야기를 보면 보편적입니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모든 인간이 경험할 법한 것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죠. 그러니 명료하고,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 몸에 갇혀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AI처럼 계승할 수도 없죠. 그래서 평생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서사만을 써 내려갑니다. 아주 편협한 스토리텔러인 거예요.”
_김초엽 작가
김 작가는 우리가 편협하다는 사실이 결국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함’으로 연결된다고 했어요. 동시에 이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갈망하게 하는 이유라고도 했죠.
“저는 인간의 근본적인 고립과 고독이, 이야기를 갈망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삶을 영원히 경험할 수 없다는 그 불가능성. 그것이 다른 이의 삶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주는 거죠. 이걸 전하려고 애쓰는 고군분투에서 인간만의 고유성이 탄생한다고 봅니다.”
_김초엽 작가

반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술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흥미롭게도 그 역시 “사람의 편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어요. 조영각 스튜디오 신매체 대표의 말이었죠. 그는 AI를 활용한 작품으로 삼성전자·인텔과 팝업 전시를 열고, 젠틀몬스터에서 로보틱스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예요.
“저는 AI에게 과제를 던지고, 그 결과를 취합해 판단하는 사람이에요. 즉, 큐레이터죠. 우리가 챗GPT와 대화를 잘한 것만으로는 예술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절대 AI에게 판단을 기대서도 안 되죠.
그보다 우리는 사람들이 예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정적인 반응과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을 연구해야 합니다. 즉, 내 관점으로 고민해야 하는 거죠.”
_조영각 스튜디오 신매체 대표
그럼 우리는 어떻게 나만의 관점을 길러야 할까요. 조 대표는 AI를 쓰면서 감각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로 ‘믹스&매치Mix&Match’라는 걸 제안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우리가 상상으로만 떠올린 속담의 상황을 AI에게 그려보라고 하는 거죠. ‘가뭄에 콩 나듯 한다’ 같은, 실제로는 보기 어려운 모습 말이에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촬영한 사진이나 새로 쓴 문장을 더해보는 거예요. 그걸 쌓으면, 어느 순간 ‘나만의 생각’이 담긴 결과물이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어요.

Chapter 5.
끝없는 호기심을 품으세요, 당신을 고유하게 만들 겁니다
이쯤에서 연사들이 전한 메시지를 한 단어로 압축해 볼까요? 제가 붙잡은 단어는 바로 ‘호기심’이었어요. 결국 이들의 모든 시도가 ‘왜 그럴까’,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에서 나왔거든요.
셰프이자 작가로도 활약하는 에드워드 리 셰프는 “호기심을 영감의 원천”이라고 했어요. 그는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고 했죠.
“새로운 음식을 접할 때면 저는 이 맛을 낸 ‘사람’을 궁금해합니다. 누가 만들었고 왜 이걸 만들었는지, 심지어 그 셰프의 개인사는 어떤지도 궁금해하죠.
이런 질문과 관찰은 제 취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엇이 그들을 감동케 하고, 슬프게 하는지 궁금해해요. 뭘 먹고 마실 때 좋아하는지도 떠올리죠. 결국 이런 질문들이 제가 새 요리를 만들고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_에드워드 리 셰프
그러면서 그는 마음속에서 불현듯 올라오는 복잡한 질문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어요. 이 미묘한 것들을 마주하다 보면, 우리 자신이 더 고유해질 거라고도 했죠.
“AI는 사람이 과거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반항하는 태도를 봐도 그렇죠. 그런 미묘하고 복잡한 생각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요.”
_에드워드 리 셰프

호기심을 품고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말은 쉽지만 체화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용감하게 발을 내디뎌야만, 내 세계가 넓어진다는 게 연사들의 말이었어요. 김초엽 작가는 이를 “충만해지는 경험”이라고 표현했죠. 이 말을 오늘 노트 본문의 마지막 문장으로 남겨볼게요.
“제가 인간이 가진 특징 중 가장 좋아하는 게 호기심입니다. 또 용감한 존재라는 거예요. 1인칭의 관점을 품은 채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곳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자신의 세계를 충만하게 하는 경험을 하죠. 저는 이게 사람의 놀라운 점이라 생각합니다.”
_김초엽 작가


롱블랙 프렌즈 C
이틀 동안 열린 스토리 컨퍼런스 2025. 16명의 연사와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봤어요.
노트를 정리하면서 제가 얻은 확신이 하나 있어요. 이걸 해내려 애쓴 것 자체가 대체할 수 없는 나의 경험이 됐다는 점이죠. 컨퍼런스에 참여한 분들, 또 이 노트로 컨퍼런스를 접한 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을 얻으셨길 바라요.
앞으로도 롱블랙은 여러분과 만날 또 다른 ‘고유한 자리’를 만들어 볼게요. 그때 또 함께 해요!

롱블랙 프렌즈 C
여러분은 일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이 언제세요? 저는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예요!
2025년 4월 30일에 열린 <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5 :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 둘째 날에서도 그런 순간이 이어졌어요. 1000여 석을 채운 롱블랙 피플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채워갔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날 연단에 오른 스토리텔러 8인*의 이야기, 지금부터 정리할게요.
*(이하 발표순) 다카하시 야스노리 CCC(컬처컨비니언스클럽) CEO, 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데이비드 존스턴 A&P(어셉트앤드프로시드) 대표, 에드워드 리 셰프, 김초엽 작가, 조영각 스튜디오 신매체 대표,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 노희영 식음연구소 겸 비앤어스 대표이사

Chapter 1.
‘대체 불가하다’는 건, 상식을 깨는 것
여덟 명의 연사는 8시간을 자신들의 이야기로 꽉 채워줬어요. 그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죠. “대체 불가한 스토리에는, 기존의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고.
이들이 도전하는 방법은 다양했어요. 상식에 반박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거리를 둔다고도 했죠. 심지어 기존의 것을 부숴야 한다는 연사도 있었어요.
첫 연사로 나선 다카하시 야스노리髙橋誉則 CCC CEO. 그는 ‘대체할 수 없는 기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어느 시대든 성공한 비즈니스에는 그 업계의 감수성과 상식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그 상식에 도전하고, 부수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획할 때 ‘기성세대가 품은 상식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보죠.”
_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CEO
CCC는 일본의 1위 서점 츠타야TSUTAYA를 운영하는 회사예요.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서점 운영사’가 아닌 ‘기획회사’로 정의하죠. CCC의 목적은 ‘책 팔기’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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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5 :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의 리플릿의 모습. 연사들의 이야기를 메모할 수 있는 노트 형태로 구성됐다. ©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5가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의 전경. 컨퍼런스가 열린 양일간 2000여 명의 롱블랙 피플이 오디토리움을 찾았다. ©롱블랙
다카하시 CEO는 혁신의 핵심을 ‘좋은 느낌’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사소한 공간 디테일과 인기 있는 IP 기념일 같은 신호에서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롱블랙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그는 과거 ‘포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감성적 연결, 기록의 정확성, 기술의 균형으로 과거를 지금의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롱블랙
데이비드 존스턴 A&P 대표가 Q&A를 진행하는 모습. 그는 “브랜드가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과 같은 거대한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롱블랙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가 자신의 솔버타이징 사례를 소개하는 모습. 그는 이중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출차 알림 시계’를 만들어, 협업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폭발적으로 높였다. ©롱블랙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발견과 관찰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노희영 식음연구소 겸 비앤어스 대표. 그는 “창의성은 거창한 게 아닌, 일상 기록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롱블랙
‘마르지 않는 창의성의 비결’이라는 주제 세션의 Q&A에서 답변하는 노희영 대표(가운데). 이승재 대표(왼쪽)와 모더레이터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가 대화에 함께했다. ©롱블랙
김초엽 작가는 “AI 시대에도 인간은 편협한 스토리텔러이기에 고유하다”고 말한다. AI는 인간이 경험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만들지만, 인간은 1인칭 시점의 서사를 쓰기에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 ©롱블랙
강연 중인 AI 아티스트 조영각 대표. 그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은 사람의 편협한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관점을 기르려면 AI에 나만의 요소를 섞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롱블랙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들’이라는 주제 세션의 Q&A를 진행하는 조영각 대표(왼쪽)와 김초엽 작가(가운데), 모더레이터 노가영 작가의 모습. ©롱블랙
스페셜 세션으로 준비된 에드워드 리 셰프(화면)와 차승희 한화갤러리아 브랜드 담당 상무(무대 오른쪽 인물)의 강연 및 Q&A 모습. 에드워드 리 셰프는 “호기심이 영감의 원천”이라며 “마음속에 드는 미묘한 감정과 질문까지 받아들이는 게 우리의 고유성을 만든다”고 말했다. ⓒ롱블랙
컨퍼런스를 듣기 위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 모인 롱블랙 피플의 모습. 그들은 이틀 동안 함께하며 16인의 연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했다.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