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pmj : 도발적 리얼리즘, 질서를 살짝 비틀 때 독창성이 나온다


롱블랙 프렌즈 K

한남동을 걷다가, 눈에 띄는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베이지색 벽돌의 우아한 4층 건물인데, 보는 각도마다 완전히 다른 느낌을 풍기는 거예요. 

다른 건물은 창이 보통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잖아요. 이 건물은 창이 거의 없는 면도 있고, 과감하게 난 면도 있었어요. 어떤 각도에서 보면 직선이 힘있게 뻗어 있는데, 또 다른 각도에선 과감한 곡면이 강조됐어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몽타주 한남」이라고 불리는 CF스튜디오 빌딩이래요. 서울특별시건축상도 받았다고요.

마침 심영규 건축PD를 만날 일이 있어 그 건물 얘기를 했어요. 아, 심영규 PD를 아시나요. 건축문화 매거진 『공간SPACE』 기자 출신, 건축 재료 매거진 『감GARM』을 17호까지 펴낸 편집장인 건축계의 마당발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심 PD는 그 빌딩을 지은 건축가그룹 stpmj를 알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이승택·임미정 소장을 직접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심영규 (주)프로젝트데이 건축PD

stpmj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징rising 건축가 그룹입니다. 부부 건축가인 이승택·임미정 소장이 팀을 이끌고 있어요. 이들을 처음 만난 건 2016년입니다. ‘한국의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인터뷰를 했거든요. 매년 딱 3팀의, 45세 이하의 건축가들에게 주는 상이에요.

그 때의 대표작이 경북 예천군의 「시어하우스shear house」예요.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된 작품이죠. 언뜻 볼 땐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죠. 이야기를 나눠보니 알겠더군요. 보통 고민에서 나온 집이 아니란 걸요. 단순함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