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저는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고, 이건 너희의 팔자다’라고 못 박았거든요.”
“좀 더 그냥 대충인 아빠가 되어봐. 완벽할 필요가, 아니 완벽할 수도 없고. 유니콘 아빠가 세상에 어딨어.”
이렇게 말하는 육아서가 있다면 어떠신가요. 나만의 육아를 하는 일곱 엄마 아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이토록 찬란한 육아』입니다.
기획자가 독특해요. ‘빌드업 육아클럽’. 현대해상이 만든 부모를 위한 육아 콘텐츠 프로젝트죠. 보험회사가 왜 육아 콘텐츠를 만들까요?
Chapter 1.
육아 미디어를 만든 보험회사
현대해상은 국내 어린이보험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신생아의 약 70%*가 현대해상의 보험에 가입해요. 자연스레 한국 육아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는 연간(23년 하반기~25년 5월 기준) 출생아 수 대비 태아 가입률이 68.8%에 달한다.
그런데 아이도, 부모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더랍니다. 미취학 아동들이 치르는 영어유치원의 레벨테스트를 두고,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육아에 정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그 길로 몰려요. 그리곤 끝도 없이 서로 비교합니다. 현대해상은 이런 가짜 정답 대신, 육아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미디어를 만든 겁니다. 장르문학 출판사인 안전가옥과 손을 잡았어요. ‘쇼-트 단편집’ 등 기존의 출판 문법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곳이잖아요. 마음에 닿는 육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봤어요.
프로젝트를 맡은 현대해상의 김화지 과장은 열한 살 시아의 엄마예요. 누구보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죠.
한편 제작을 맡은 출판사 안전가옥의 임수빈 PD는 아이가 없어요. 다만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한국 부모들에게 부낭 같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손현 헤르츠 콘텐츠 매니저가 함께했습니다. 매거진 B와 토스에서 글을 써온 에디터이자, 다섯 살 딸 송이의 아빠예요. 아빠들의 육아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필진이기도 하죠.
이 세 사람이 길어 올린 전에 없던 육아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참고로 오늘의 노트를 다 읽으면 책 『이토록 찬란한 육아』를 증정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럼 빌드업 육아 이야기, 본격 시작해 볼게요.

Chapter 2.
‘정답 육아’가 키운 불안
“요즘 부모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불안이에요.”
_임수빈 안전가옥 PD
프로젝트는 부모들과의 만남에서부터 출발했어요. 김화지 과장과 임수빈 PD가 직접 30여 명의 양육자들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하나같이 “불안하다”고 했어요. 자문을 구한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도 부모들의 불안에 주목하길 권했죠. 특히 5~9세 아이를 둔 양육자의 불안이 두드러졌다고 해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보통 5살이면 유치원에 들어가요. 그전까진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는 것에 행복해하던 부모들이 본격 학부모 대열에 들어서는 거예요. 주변에서 영어유치원, 국제학교, 유치원의대반 같은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럼 부모들은 이런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아이의 진로가 지금 내 결정에 달렸구나!’
이 불안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어요. 서울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 입학시험에는 어린아이들이 천 명 넘게 몰렸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학원에 가는 세 살배기도 있다고 하죠. 이 같은 현실은 숫자로도 확인돼요. 전국 6세 미만 아이들의 절반*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계청이 교육부 의뢰를 받아 실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 6세 미만 영유아의 47.6%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 유아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33.2만원이다.
“내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합니다. 불안하니 모두가 좋다고 하는 특정 학교나 직업을 정답이라 여겨요. 의사 같은 직업을 육아의 ‘골goal’이라고 여기고, 아이와 힘껏 달려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육아의 종착지일까요?”
_김화지 현대해상 홍보파트 과장

‘정답 육아’ 말고, ‘빌드업 육아’
현대해상과 안전가옥이 제안하는 육아의 새로운 키워드는 ‘빌드업build-up’ 입니다. 빌드업은 원래 축구에서 쓰이는 말이에요. 스타플레이어 중심의 축구와 반대에 선 개념이죠. 과거 축구는 팀워크가 어떻든 수비력이 어떻든, 스타 한 명이 골을 넣으면 됐어요. 이제는 아닙니다. 동료에게 공을 차근차근 넘겨 득점하는 팀워크를 지향해요. 더 합리적이고 단단하니까요.
“빌드업 축구에서는 서로 패스하면서 골을 넣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해요. 육아도 결과 보다 일련의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겠더라고요. 배우자와 아이까지 가족이 한 팀이 되어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는 거죠.”
_임수빈 안전가옥 PD
그렇게 ‘빌드업 육아클럽’이라는 프로젝트 명이 나왔습니다. 과연 ‘빌드업 육아’는 무엇이 다를까요?

Chapter 3.
주체성 : 아이의 영혼은 아이의 것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내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그럴 만도 합니다. 눈도, 코도, 이마도 어쩜 그리 나를 빼닮았는지요. 마치 두 번째 삶의 기회가 주어진 것만 같습니다. 반드시 나보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키우리라 다짐해요.
그러나 아이의 영혼까지 프로듀싱할 순 없습니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 선호와 취향, 아이의 꿈은 온전히 그 아이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정답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아이의 미래를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고 착각하면, 자녀를 어떤 코스나 트랙에 올리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내가 아이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 거죠.”
_손현 헤르츠 콘텐츠 매니저
빌드업 육아는 다릅니다. 아이의 주체성을 인정해요. 아나운서 출신 사업가이자 일곱 살 딸 수아를 둔 김소영 비플랜트 대표가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김 대표는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하고 싶은 아이였어요.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그에게 어머니가 “이제 좀 자라”고 하면, “엄마나 자라. 그게 내가 편하다”고 대꾸하던 딸이었죠.
수아는 조금 다르다고 해요. 한번은 수아가 세 살 때 한글 학습지를 시켰습니다. 주변에서 이맘때 학습지를 시킨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수아가 한글을 뗐음에도 학습지 풀기를 너무 싫어하더랍니다. 김 대표가 보기엔 조금만 집중하면 다섯 장은 금방 풀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수아는 자신과 다름을 받아들인 김 대표는 학습지를 없앴어요. 1년 뒤 다시 시작할 때는 하루에 딱 두 장만 풀도록 했는데, 즐겁게 하더래요.
“어렴풋이 느끼기에 수아는 저와 반대 성향인 것 같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으려 해요.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하고 싶은’ 에너지를 사업에 쏟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만약 제가 이 모든 에너지를 육아에 쏟았다면 아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지금의 균형이 참 좋다고 느껴져요. 모든 걸 쏟아내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는 그저 행복하고 싶거든요.”
_김소영 비플랜트 대표, 『이토록 찬란한 육아』 42p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건반연주자이자, 정신건강 간호사, 그리고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엄마 김잔디 씨도 이렇게 말합니다.
“어쨌든 아이는 자라고, 부모가 기본만 해주면 절대로 나쁘게 자라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가진 성향을 발전시켜나가는 거고요. (...)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특별히 채워주고 싶은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_김잔디, 『이토록 찬란한 육아』 194-202p

아이의 이름을 짓던 초심으로
아이가 처음 태어날 때, 모든 부모의 바람은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크는 것일 겁니다. 갓난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의사가 되어라”라고 말하는 부모는 없을 거예요.
‘빌드업 육아클럽’은 부모들이 그 초심을 되짚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책 『이토록 찬란한 육아』의 첫 장에, 자녀의 이름을 적도록 했어요. 이름에 담긴 뜻도 함께요. 만약 아이 이름이 도윤(道允)이라면 부모는 아이가 올바르고 정직한 삶을 살길 바랐을 거예요. 다솜이라는 이름에는 아이가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겠죠.
아이의 이름을 짓던 그 첫 마음으로, 다시 아이를 키우자는 겁니다.
“이름을 짓는다는 건, 그 사람이 어떻게 자라나기를 바라는지 담는 일이잖아요. 이미 거기에서부터 빌드업 육아가 시작되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육아는 어떤 모습이었지, 원하는 가족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시면 좋겠어요.”
_임수빈 안전가옥 PD

Chapter 4.
성장 : 부모 또한 자라야 한다
‘빌드업 육아’는 육아를 하나의 성장 서사로 바라봅니다. 이때 성장의 주체는 부모예요.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애쓰는 대신, 나답게 성장하는 부모가 되는 길을 제안하죠.
그 예시가 홍연길 양육자입니다. 그는 십 년 넘게 마케터로 일해온 직장인이자, 세 살 은조의 아빠예요. 흔치 않은 ‘남성 육아 휴직자’였죠. 2024년 한 해 동안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2024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 중 남성은 31.6%이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지만 현실은 엉망진창이었어요. 은조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때마침 보일러가 고장 나고, 따뜻한 물은 안 나오고, 은조는 아빠 마음도 모르고 귀가 떨어질 정도로 크게 울고… 그날 아내와 은조에게 자기도 모르게 크게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죠. ‘완벽한 아빠’에 집착할수록 육아는 꼬인다는 것을요.
“제가 실수해도 아이는 괜찮더라고요. 육아를 잘 해내고 싶었던 욕심과 달리, 정반대의 사례가 쌓이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진정한 육아인이 된 기분이 나름 좋더군요.”
_『이토록 찬란한 육아』 68p
이제는 그냥 솔직한 아빠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설령 화를 내면 “화내서 미안해. 아까 아빠는 기분이 이랬어”라고 설명하고 사과해요. 그는 육아휴직 동안의 이 성장 경험들을 엮어 독립출판물로도 남겼어요. 책 제목은 『주간성장기록』.
“완벽을 추구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냥 불안하고 무서운 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 요즘에는 ‘내 기질이 이렇구나’ ‘내가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려고 해요. 이 하드웨어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살아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일기를 써요. 가면을 벗고 솔직해지고자 노력 중인데, 육아를 하면서 점점 그 껍질을 벗고 있습니다.”
_홍연길, 『이토록 찬란한 육아』 86p
김화지 과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역시 육아를 하며 성장했다고 말했어요. 원래는 거절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었대요. 업무 미팅을 잡을 때도 “아무 때나 괜찮아요”라고 말하곤 했고, 약속과 모임에도 꼬박꼬박 참석하며 “시간이 없다”고 허덕였죠. 그러던 어느 날 딸 시아가 그랬대요. “엄마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
그때부터 우선순위를 세우기 시작했어요.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습관부터 고쳤습니다. 미팅을 잡을 땐 시간을 명확히 묻고, 중요한 약속을 제외하곤 집으로 향했어요. 시아가 잠드는 시간인 밤 10시 전에는 집에 와서 아이와 책을 읽었어요.
“육아를 하면서 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어요.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에 예전보다 명확하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됐죠. 육아를 하면서 나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봤고, 약한 부분을 알게 됐으니까요. 우선순위를 정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_김화지 현대해상 홍보파트 과장
김화지 과장은 이 성장의 경험을 팀 차원으로 확장하는 중입니다. 부모인 팀원들과 육아일기를 쓰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향후 ‘빌드업 육아 클럽’이란 이름으로 대중 강연을 열거나, 육아일기를 쓰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의 시도도 생각하고 있죠.
부모의 성장은 이렇듯 완벽주의를 버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김잔디 양육자가 이를 잘 보여줘요. 그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업도 두 개였잖아요. 2005년부터 ‘브로콜리너마저’의 건반연주자로 활동하면서, 1000시간의 교육을 거쳐 정신건강 간호자가 됐어요.
유독 강인한 사람이었을까요? 아니에요. 부담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불안감의 근원은 종종 ‘내가 제일 잘 해’ ‘나만이 아이를 최고로 돌볼 수 있어’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이 생각을 내려놓는 게 중요합니다. 할머니나 가족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가르침을 줄 수 있고, 아이는 엄마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자랍니다. 이를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주는 일이라고 바라본다면 엄마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질 거예요.”
_김잔디, 『이토록 찬란한 육아』 205p

Chapter 5.
회복탄력성 : 나를 돌보며 육아하기
‘단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면 되는 걸까.’ 빌드업 육아클럽 팀은 콘텐츠를 기획하며 고민했습니다. 솔루션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에게 실용적인 팁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져온 것이 ‘회복 탄력성’ 개념입니다. 실패나 역경 후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말해요. 자기계발서에서 보던 이 개념을 육아에 적용할 수 있다고 봤어요.
“‘불안한 게 당연한 겁니다’에서 멈추면, 부모 독자들이 위로는 받겠지만 여전히 답답할 거예요. 불안을 이겨내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회복탄력성’이라는 키워드를 꼽은 이유예요.”
_손현 헤르츠 콘텐츠 매니저
빌드업 육아클럽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해요.
① 기록할 것
기록은 자기를 돌볼 수 있는 좋은 방편이에요. 20년차 워킹맘이자 미디어 스타트업 임팩트온의 박란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좋아요. 저는 마음 관리는 감사일기로, 시간 관리는 다이어리로 해왔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_ 박란희, 『이토록 찬란한 육아』115p
그 결과 오히려 육아를 하기 전보다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고 해요.
“특별할 건 없어요. 우선 내가 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촘촘히 적어봐요. 한 달쯤 기록하면 어디서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 보이거든요. 세 시간이 걸리던 일도 집중해서 두 시간 만에 끝내도록 시도해 볼 수 있고요.”
_박란희, 『이토록 찬란한 육아』 117p
기록할 시간조차 없다면? 웰니스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서새롬 양육자는 ‘슈타이너 명상법’을 제안합니다. 짧게 하루를 돌아보는 빠르고 효율적인 명상법이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되감아 보는 거예요. 만약 아이에게 벌컥 화를 냈다면 그때를 떠올려보는 거예요.
이때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같은 셀프 코멘트는 금지.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면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나는 그때 왜 화를 냈지?’ ‘나는 소리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화가 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요.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와 함께하는 나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하루를 있는 그대로 보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 명상을 통해 연습하면 할수록 단일한 존재로서의 나, 그리고 단일한 존재로서의 아이가 보일 거예요.”
_서새롬, 『이토록 찬란한 육아』 235p

② 욕망할 것
많은 부모들이 욕망을 잊은 사람처럼 살아요. 먹고, 자고, 친구를 만나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는 나는 어느새 사라지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놀아주는 내가 되느라요.
하지만 부모 역시 욕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라는 자아가 튼튼해야 양육자로서의 나도 바로 설 수 있어요. 아홉 살 쌍둥이 형제를 키우며 14년째 글을 써온 고수리 작가처럼 말이죠.
“조금 더 솔직해질까. 아이들을 재우며 잠들었다가 다시 깬 나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밤 동안에 읽고픈 책을 읽고 쓰고픈 글을 썼다. 잠시나마 엄마라는 역할을 끄고 내가 원하는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한 시간, 그 시절 내게는 수면과 휴식보다 자기만의 시간이 절실했다.”
_고수리 작가의 에세이,『이토록 찬란한 육아』 123p
때로는 아이들에게 헌책을 갖고 놀라고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찢고 밟고 뜯으며 노는 동안, 고수리 작가는 부엌에 선 채로 글을 썼어요. 그는 “(아이들이) 차라리 이렇게 책이랑 요란스럽게 노는 시간이 좋았다”고도 고백합니다.
책과 온몸으로 놀며 자란 아기들은 어느새 글 쓰는 엄마 옆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됐습니다. 엄마의 교정지를 보며 큰 덕에, 여섯 살부터 자기들만의 출판사 이름을 짓더니, 작가 소개와 서지 정보까지 든 책을 만들었고요.
“돌봄이라는 것이, 엄마의 시간과 정성을 아이들에게 온전히 쏟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엄마인 나도 재미와 탐구와 성취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각자 하고픈 걸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 더불어 엄마가 하는 작업의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도 고스란히 나눴다. 서로를 지켜보다가 얘기를 나누고 장난도 치고 웃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하고픈 일에 몰입하는 시간 을 배워나갔다. (...) 우리의 시간에는 자유와 존중과 안정이 자라 있었다.”
_고수리 작가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육아』128-129p

Chapter 6.
좋은 양육자란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빌드업 양육자들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나다움을 지키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라는 겁니다. 헌신은 하되 희생하지는 않아요.
“결국 좋은 부모란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내 일을 열심히 하며 오늘을 성실히 사는 사람이요. 아이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자란다면, 자연스레 자기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테고요.”
_손현 헤르츠 콘텐츠 매니저
“아이에게 제가 좋은 레퍼런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도 언젠가 일을 하게 될 거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회사에 갈 때마다, 표정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빌드업 육아’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_김화지 현대해상 홍보파트 과장

육아의 끝은 좋은 이별이니까
돌이켜 보면 제가 자라난 모든 순간에 부모님이 있지는 않더군요.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수련회를 갔던 날, 친구가 건넨 이어폰 속 록 음악이 귓가를 때렸던 날, 제힘으로 입시를 치러냈던 날. 아이는 부모의 품에서 크지만, 그 품에서 벗어날 때 더 크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빌드업 육아’의 최종 목표 역시, 아이의 독립입니다. 아이는 언젠가 부모 없이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져야 해요.
“아이의 자립과 독립이 육아의 끝이자 목표 지점이에요. 아이가 살아가면서 흔들리거나 불확실할 때, 방향을 스스로 세팅하고 결정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그게 육아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_손현 헤르츠 콘텐츠 매니저
“아이에겐 아이의 삶이 있어요. 부모가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죠. 안전한 이별이 빌드업 육아의 최종 목표예요.”
_임수빈 안전가옥 PD
그렇게 안전한 이별을 한 뒤엔, 양육자와 아이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는 거예요. 함께 성장했던 옛날을 추억하면서요.
“‘빌드업 육아클럽’은 건강하고 행복한 육아의 결과물이 아이의 성적이나 경쟁력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화목한 가정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바라건대 현대해상의 노력이 ‘자녀라는 귀한 손님을 감사히 맞이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바른 육아를 하고자 노력하며, 자녀를 자립시켜주고 유유히 떠나는 부모’(서울대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님 저 『엄마의 첫 공부』에서 인용)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_『이토록 찬란한 육아』 7p


롱블랙 프렌즈 B
세상에는 정답이 없기에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습니다. 악보 없이 하는 즉흥연주나 아이들이 무심코 남긴 낙서가 그렇습니다. 육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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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피플, 주변에 정답 육아에 지친 양육자가 있나요? 이 노트로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