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 한국에서 태어난 작은 쿠키가 3억 명 사로잡은 글로벌 IP가 되기까지

2025.11.26

2012년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해 ‘쿠키런 for Kakao’의 개발 및 운영을 총괄하며 회사의 초기 성장을 함께했다. 이후 흥행작인 ‘쿠키런: 킹덤’을 만들었고, 데브시스터즈 산하에 설립된 스튜디오킹덤의 공동 경영을 맡아왔다. 2024년부터 회사의 CEO를 맡아 전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아티스트로 일하며 10년 넘게 쿠키런 IP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해 왔다. 쿠키런의 세계관과 방향성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아온 그는 2024년부터 CIPO 역할을 맡아 쿠키런 IP의 글로벌 경쟁력 및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트렌드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믿는 주니어 마케터. 소비자의 입장에서 늘 패션·뷰티·콘텐츠의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다닌다. 롱블랙 스터디 모임에서도 가장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멤버다.

이 노트는 데브시스터즈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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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C 

전 세계 3억 명에게 사랑받는 대한민국 IP가 있어요. 바로 쿠키런*!
*대표작인 달리기 게임 ‘쿠키런’을 비롯, 쿠키런 캐릭터와 세계관을 활용해 만든 게임 및 콘텐츠를 뜻한다.  

3억 명이라는 숫자, 실감하기 어렵다고요? 2021년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시즌1의 누적 시청 횟수가 2억6000만 회에요.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쿠키런을 즐긴 거예요! 

쿠키런이 진출한 나라는 248개국. 게임을 만든 데브시스터즈의 누적 매출액은 무려 10억 달러에 달해요. 우리 돈으로 약 1조5000억원 수준이죠.

숫자를 보면서 질문이 생겼어요. 이 쿠키들의 이야기, 어떻게 사랑을 받았지? 그 답을 듣기 위해 데브시스터즈의 조길현 CEO와 이은지 CIPO를 만났어요.

잠깐, 시작하기 전에 알려드릴 게 있어요. 오늘 노트의 끝에는 롱블랙 피플을 위한 이벤트 안내가 있어요. 마지막까지 꼭 읽어 보세요!


데브시스터즈 조길현 CEO, 이은지 CIPO

두 사람은 데브시스터즈의 게임 개발자(조길현)와 아티스트(이은지)로 일을 시작했어요. 쿠키런이란 IP의 기틀을 다져온 핵심 크리에이터가 지금은 경영을 이끌고 있는 거예요. 

이들은 2013년 ‘국민 런게임’으로 전국을 사로잡은 ‘쿠키런 for Kakao’, 2021년 쿠키들을 모아 키우는 ‘쿠키런: 킹덤’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해요.

게임을 만들면서 이들은 쿠키 캐릭터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했어요. 세계관도 세우고 확장해왔죠. 그렇게 쿠키런 IP는 500종이 넘는 쿠키, 300장 넘는 세계관 바이블을 보유하게 됐어요.

두 사람은 제게 말했어요. “우리의 서사는 세상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려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그럼 이들이 쿠키런이라는 IP로 탄생케 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Chapter 1.
‘용감한 쿠키’ 여정의 시작

2012년 8월. 조길현 CEO가 스타트업이었던 데브시스터즈에 게임 개발자로 합류한 시기예요. 그는 입사 한 달 만에 벼락같은 소식을 들었어요. “받기로 했던 추가 투자가 막판에 무산됐다. 인원을 줄여야 하고, 게임은 딱 하나만 낼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회사에겐 단 한 번의 기회만 남은 상황이었어요. 거기에 모든 걸 걸기로 했죠. 그래서 프로젝트명도 ‘세이브 더 컴퍼니Save the Company’였어요.”
_조길현 CEO 

데브시스터즈에 남은 10명 남짓한 팀원들. 운명을 걸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정해야 했어요.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전 세계 사람들이 플레이할까?’를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은 이랬어요. 

‘쿠키가 오븐을 탈출해 달리는 게임’을 만들자는 것. 2009년에 출시했던 모바일 달리기 게임 ‘오븐브레이크OvenBreak’를 리부트Reboot하기로 했죠.

2009년에 출시된 오븐브레이크 화면. 쿠키런의 최초 형태다. 쿠키가 오븐을 탈출해 달리는 게임으로, ‘1일 무료 다운로드’ 이벤트를 했을 때 미국 앱스토어에서 인기 게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데브시스터즈

“오븐브레이크는 감옥을 탈출하는 미국의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이었어요. 단순한 런게임이었지만, ‘쿠키가 먹히지 않기 위해 오븐을 탈출해 달려 나간다’는 재밌는 서사를 담고 있었죠.

하지만 리부트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이름이 더 직관적이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제안한 이름이 ‘쿠키런’이었습니다. 그렇게 ‘쿠키런 IP’의 글로벌 여정이 시작됐죠.”
_조길현 CEO

서울 데브시스터즈 본사에서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조길현 CEO. 그는 2012년 ‘오븐브레이크’ 리부트부터 시작해 쿠키런이 누적 3억 다운로드 넘는 IP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롱블랙

Chapter 2.
‘인류 보편의 정서’를 아이디어로 떠올리다 

이쯤에서 궁금해져요. ‘오븐브레이크’에서 무엇이 달라졌길래 ‘쿠키런’ IP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조길현 CEO와 이은지 CIPO가 전하는 초기의 핵심 고민은 두 가지였어요.

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키워드로 캐릭터를 만들다

2010년 입사해 쿠키런 IP의 크리에이티브를 이끌어 온 이은지 CIPO. 그는 리부트 당시 ‘새로운 쿠키 캐릭터의 컨셉을 잡아야 한다’는 임무를 맡았어요.

기존 게임엔 캐릭터가 ‘용감한 쿠키’ 하나뿐이었어요. 이 CIPO는 쿠키런에서 15가지 쿠키를 선보였죠. 좀비맛, 공주맛, 근육맛 쿠키가 이때 처음 나왔어요.

“사실 저희도 처음에는 평범한 쿠키를 그렸어요. 초기 쿠키들의 방향성은 정직한 진저브레드 캐릭터들이었어요. 용감한 쿠키 모양에 피부색이나 아이싱icing 디테일을 살짝 바꾸면서요.

쿠키다운 귀여운 모습이긴 했지만 너무 순한 맛이랄까요. 이목을 확 끄는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접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_이은지 CIPO

오븐브레이크 리부트 프로젝트 당시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 진저브레드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디자인해 귀엽다는 평은 나왔지만, 매력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개발팀은 이를 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데브시스터즈

이 CIPO가 잡은 새로운 방향성은 ‘인류 보편의 정서를 담는 것’이었어요. 당시 의도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죠. 

“전 세계인이 알고 사랑하는 ‘쿠키’로 게임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잖아요? 그렇다면 새로운 쿠키도 ‘전 세계인이 알고 사랑하는 것들’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팀원들과 화이트보드에 키워드를 마구 적어봤어요. 좀비와 용사, 공주, 해적 같은 키워드가 보였죠. 

이걸 연결해 쿠키를 디자인했더니? 재밌었어요. 좀비맛 쿠키, 근육맛 쿠키처럼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존재들이 탄생했죠. 그렇게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게임을 채우게 됐어요. 쿠키런의 미래가 바뀐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_이은지 CIPO

인터뷰 도중 쿠키런 개발 초기에 만든 쿠키를 보여주는 이은지 CIPO. “인류 보편의 소재를 활용해 ‘좀비맛 쿠키’, ‘근육맛 쿠키’ 같은 쿠키를 만들어 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롱블랙

② 목숨 대신 ‘체력’, 보편적으로 함께 즐길 시스템을 만들다

데브시스터즈는 게임 시스템에도 쿠키런 IP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녹여 냈어요. 바로 런게임에 처음으로 ‘체력 시스템’을 도입한 거예요.

무슨 말이냐고요? 기존 런게임들은 장애물에 부딪히면 게임이 끝나버렸어요. 부딪히지 않으면 무한정 달릴 수 있었고요. 게임 실력에 따라 플레이 경험과 재미의 편차가 컸죠.

체력 시스템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됐어요. 실력이 부족해 장애물에 부딪혀도 체력이 남아 있다면 더 게임을 즐길 수 있었죠. 실력이 좋은 경우에도 게임이 너무 길어지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체력이 줄어들어 종료되는 구조였어요.

“체력 시스템을 도입해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생명 물약 등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게임 안팎에서의 성장을 즐거움의 요소로 만들었죠. 모두가 실력에 맞게 게임을 즐기면서 계속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요.”
_조길현 CEO

그렇게 데브시스터즈는 고민과 개발 과정을 거친 끝에 2013년 4월 모바일 게임 ‘쿠키런 for Kakao’를 출시했어요. 이 게임은 석 달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합니다. ‘한국의 국민 게임’으로 불렸죠. 

쿠키런의 플레이 화면. 데브시스터즈는 당시 모바일 런게임 최초로 체력 시스템을 도입해, 실력이 제각각인 유저들도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했다. Ⓒ데브시스터즈

Chapter 3.
‘인간 세계의 삼라만상’을 쿠키에 담아내다 

‘쿠키런 for Kakao’의 인기로 살아난 데브시스터즈. 곧 새로운 고민에 부딪혀요. ‘쿠키런을 더 키워나갈 것인가? 아니면 새 게임을 만들 것인가?’ 회사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었죠. 

“당시만 해도 ‘모바일 게임은 길어야 3개월’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외부에선 ‘신작은 언제 나오냐’고만 물어봤죠. 하지만 저희 생각은 달랐어요. 쿠키런을 10년 이상 장수하는 게임으로, 또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IP로 만들어 보고 싶었죠.”
_조길현 CEO

‘업계의 통념’을 깨부술 동력과 전략이 필요했어요. 이은지 CIPO는 “그 힘을 팬들에게서 발견했다”고 설명해요.

“쿠키런의 생명 연장을 고민할 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금손’ 유저 분들이었어요. 쿠키들을 그려낸 팬아트와 새로운 쿠키 컨셉의 상상 등 2차 창작물에는 창의성과 재미가 가득했어요. 코스프레와 굿즈는 팬들의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고요.

사실 저도 어린 시절부터 콘텐츠의 팬으로 살아왔거든요. 팬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쿠키런도 팬들과 함께 즐거움을 만드는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팬들과 함께 경험을 만들면, 저희의 힘을 넘어 더 크고 멋진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_이은지 CIPO

‘쿠키런 for Kakao’부터 시작된 팬들의 2차 창작 활동을 모은 이미지. 2차 창작은 쿠키런이라는 IP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정착했다. Ⓒ데브시스터즈

그렇다면 과제는? 팬들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특히 현실 세계에서 익숙한 이야기와 관계를 담아내려 했죠. 

“새로운 쿠키를 만들 때 유저들이 찾을 수 있는 ‘관계적 재미’를 더했어요.

예를 들면 연금술사맛 쿠키와 뱀파이어맛 쿠키는 모두 ‘포도’를 모티브로 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쿠키가 남매라고 설정하는 식이에요. 똑똑한 연금술사 동생과 한량 뱀파이어 오빠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그려냈죠.

팬들은 이런 관계를 발견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껴요. 동시에 또 다른 2차 창작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셨죠. 그렇게 수많은 캐릭터와 이야기와 함께 세계가 확장되면서 비로소 쿠키런은 매력적인 하나의 IP로 인식될 수 있었어요.”

_이은지 CIPO

쿠키런 게임에서 등장하는 뱀파이어맛 쿠키와 연금술사맛 쿠키의 대사. 게임을 즐기다 보면 두 쿠키의 관계를 발견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데브시스터즈

드라마처럼 관계도가 그려지자, 팬들은 세계관에 더 몰입했어요. 사람들은 쿠키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상상하고, 또 공유하는 걸 즐겼죠. 팬아트와 만화, 소설, 코스프레, 영상 등 형태도 다양해졌고요. 

캐릭터 개발팀도 더 힘을 냈어요. 3년 만에 쿠키를 70가지 이상 탄생시켰죠. 그 결과 쿠키런은 ‘모바일 게임은 길어야 3개월’이라는 인식을 깨고 리부트 후에도 12년 넘게 사랑받는 IP가 됐어요. 

“저희 쿠키런의 슬로건 중 하나가 ‘이토록 다양한 인간, 이토록 다양한 쿠키’에요. 

진저브레드 쿠키는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은 아닌, 특별한 존재들이죠. 이들 쿠키의 이야기가 인간의 감정과 본질을 더 잘 나타낼 수 있겠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쿠키에 ‘삼라만상’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70억 인류의 이야기를 소재 삼아 쿠키의 세계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나 닮은 쿠키’ 하나를 발견할 거예요. 사람들이 쿠키를 보며 즐거움과 위안을 얻는 게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_이은지 CIPO

2023년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서비스 7주년 기념으로 공개한 일러스트. 인간의 삼라만상을 쿠키 세계에 담는다는 목표로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Chapter 4.
IP에 철학을 더하면 ‘강력한 세계’가 펼쳐진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for Kakao’를 내놓은 뒤에도 서비스 지역을 넓히며 성장했어요. 태국과 대만 등 동남아로 지역을 확장한 ‘LINE 쿠키런’, 글로벌 서비스를 직접 할 수 있게 만든 ‘쿠키런: 오븐브레이크’까지로 발전했죠. 

세계 진출 다음으로 이들이 도전한 건 ‘IP 세계관 확장’이었어요. 2016년 ‘쿠키런 넥스트’가 시작이었죠.

조길현 CEO와 이은지 CIPO를 중심으로 한 신규 게임 개발팀은 합숙 회의에 들어갔어요. 핵심 질문은 “쿠키런 팬들은 다음에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을까?”였죠.

이 질문에서 탄생한 게임이 ‘쿠키런: 킹덤(이하 쿠킹덤)’이에요. 오븐에서 탈출한 쿠키들이 왕국을 세우고 모험과 전투를 펼치는 게임이었죠.

사실 ‘왕국을 꾸미고 운영하는 게임’과 ‘캐릭터를 모으고 성장시켜 모험하는 게임’은 전통적인 게임 시장에선 완전히 다른 장르로 여겨져요. 그래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개발팀은 확고한 철학이 있었죠. 

“저희는 실제 사람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유저를 타깃이 아닌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면 접근법이 달라지거든요. ‘어떤 감정을 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죠. 

쿠키들이 왕국을 함께 건설하고 모험을 하는 플레이는 장르적으론 일반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실제 사람들에게는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스토리라 생각했죠. 이런 철학으로 저희는 흔들리지 않고 게임을 끝까지 완성해 냈습니다.”
_조길현 CEO

2018년 ‘쿠키런: 킹덤’을 처음 구상할 당시에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 일부. 개발팀은 ‘쿠키런 팬들은 어떤 장면을 보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업계의 관성을 깬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게임을 만들었다. Ⓒ데브시스터즈

또 하나, 개발팀은 이때 ‘쿠키런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이정표도 세웠어요. 이전에 흩어져 있던 설정들을 ‘어썸브레드 대륙’이라는 하나의 세계 위에 통합했죠. IP가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지려면, 집요하게 설계한 실재감 있는 세계가 필요하다고 봤거든요.

세계관 작업의 계기가 있대요. 왕국의 쿠키성을 그리던 한 아티스트가 외쳤대요. “성을 못 그리겠어요!”

“이유를 물으니 ‘그냥 예쁜 성은 그릴 수 있지만 그러면 그 그림은 힘이 없다’고 했어요. 사실 성은 역사적 맥락과 그 시대의 양식을 집대성한 건축물이잖아요? 

그런데 성이 만들어진 맥락 없이 바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막막했던 거예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세계관을 세밀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걸요.”
_이은지 CIPO

이 CIPO는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팀원들을 회의실로 모았어요. 책상에 전지와 색연필, 마커를 두고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쿠키런 세계의 역사가들이 돼야 해요. 우리가 쿠키 세계의 나관중이고 헤로도토스*가 되는 거죠. 김정호도 돼야 해요. 이 세계에는 지도도 필요하니까요. 지금부터 한 달간 다른 작업을 멈추고 이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세계를 하나 창조해 보죠.”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서구 ‘역사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이 CIPO와 팀원들은 쿠킹덤의 배경이 될 ‘세계 지도’를 먼저 그렸어요. 다 같이 전지에 달라붙어 대륙의 모양을 그리며, 그 안쪽을 상상력으로 채워갔죠. 소다로 이뤄진 바다와 샐러드로 채워진 밀림, 비스킷 가루로 채워진 사막 등을 그렸죠. 

역사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볼까요? 각 왕국과 영웅의 탄생 설화부터 지역별 문화와 복식, 식생과 음식문화가 포함됐어요. 심지어 건축 양식과 생활상, 지층 구조까지 더해졌죠. 

그렇게 300장이 넘는 쿠키런의 ‘세계관 바이블’이 탄생했어요. 그리고 이들은 이 바이블을 모든 개발 과정에 ‘나침반’으로 삼았어요. 게임 출시 시점에는 『쿠키런 킹덤 아트북』으로도 출간해, 10분도 안 돼 전권이 매진되는 기록도 세웠어요. 

“세계관 바이블을 만들면서 저는 쿠키런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확신했어요. 크리에이터들이 진심으로 쿠키 세계에 몰입해서 토론하며 상상력을 펼치는 것을 봤거든요. 엄청난 규모의 지도와 세세한 설정이, 실존하는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만들어지는 걸 봤죠. 이때 저는 ‘이건 된다. 이 열기는 분명 팬들에게 전해질 거다’라고 믿었어요.”
_이은지 CIPO

2018년 ‘쿠키런: 킹덤’을 개발하던 팀원들이 회의실에서 그린 세계관 지도. 쿠키의 특성에서 본따 ‘크리스피 대륙’, ‘자이언트 아이싱 산맥’ 같은 지명 등이 붙은 모습이다. ⓒ롱블랙

마지막으로 이들이 주목한 것, 바로 ‘철학과 가치’였어요. 최초로 오븐을 탈출했던 쿠키의 ‘용기’를 비롯해, 쿠키런 속 쿠키들은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었거든요. 

대표적으로 쿠킹덤의 핵심 쿠키인 에이션트 쿠키들과 비스트 쿠키들을 꼽을 수 있어요. 이들은 각각 진리, 열정, 결의, 풍요, 자유, 거짓, 나태, 허무, 파괴, 침묵 등의 가치를 품고 있어요. 이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영향을 주기도 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죠. 

“철학은 IP가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 요소에요. 사람들은 무언가가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낄 때, 그걸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받아들여질 때 브랜드의 진정한 생명력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재밌다’, ‘귀엽다’로만 끝나는 것들은 금방 잊혀질 수 있어요. 쿠키런은 시작점에서부터 오븐을 탈출해 운명을 개척하는 용기를 담고 있는 IP에요. ‘생명을 가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쿠키런이란 IP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_이은지 CIPO

쿠키 대륙과 쿠키 왕국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쿠키런: 킹덤’은 런칭 4년간 8000만 명 넘는 누적 유저 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쿠키런은 북미 팬덤 규모가 가장 큰 IP로 성장했다. ⓒ데브시스터즈

Chapter 5.
쿠키런 IP, 게임을 넘어 문화로 확장되다

쿠킹덤 성공 이후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을 더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어요. 퍼즐 어드벤처 게임(쿠키런: 마녀의 성), 협동 액션 게임(쿠키런: 모험의 탑), 트레이딩 카드 게임(쿠키런: 브레이버스)을 순차적으로 내놓았죠. 2026년에는 실시간 배틀 액션 게임(쿠키런: 오븐스매시)도 런칭할 계획이에요. 


이 과정에서 쿠키런 IP의 누적 다운로드 수도 3억 회를 넘겼어요. 시작점은 한국이었지만, 글로벌 시장이 성장을 견인했죠. 이제는 한국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라고 해요. 

나아가 쿠키런은 ‘경험과 문화’로도 넓어지고 있어요.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전시와 체험, 영상과 음악, 축제와 F&B까지. 캐릭터 IP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의 확장과 협업이 추진되고 있죠.

예를 들어 볼까요. 실물 카드 게임인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오프라인에서 함께 노는 경험으로 IP를 넓힌 사례에요. 

게임의 카드는 2025년 7월 북미에 진출한 지 두 달 만에 2500만 장이 유통되는데 성공했어요. 포켓몬 카드처럼 쿠키런 카드를 모으고, 바꾸고, 함께 게임하는 IP가 됐죠. 2025년 10월에는 뉴욕 코믹콘 현장에도 나서서 부스 관람객으로만 2만 명이 몰리는 성과도 거뒀어요. 

“게임은 쿠키런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려가려고 합니다. 

게임에서 만난 쿠키들을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고 싶고요. 게임 밖에서도 쿠키런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요.”
_조길현 CEO

2025년 10월 뉴욕 코믹콘을 찾은 가족 관람객이 용감한 쿠키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뉴욕 코믹콘 현장에서 사람들이 쿠키런을 즐기는 모습. 쿠키런은 해마다 20만 명이 찾는 북미 팝컬처 박람회에 부스를 차려 관람객 2만 명, 카드 게임 강습회 1000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데브시스터즈

Chapter 6.
‘삶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을 끊임없이 즐겁게 만들겠다

데브시스터즈는 ‘세상을 즐겁게’라는 회사의 미션을 토대로 일의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최근에는 문화·예술계와의 협업도 늘리고 있죠.

“게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경험을 풍성하게 하면서, 동시에 게임을 하지 않던 분들도 쿠키런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연결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생활용품의 일러스트부터 예술 전시와 국가 유산까지 다양한 분야의 쿠키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하고 있죠.”
_조길현 CEO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이들은 2024년부터 쿠킹덤 캐릭터의 철학적인 가치와 연결된 국가무형유산 및 전통예술 장인들을 찾아 ‘아트 콜라보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나전칠기와 연등, 분청사기 등 열 가지 분야 장인들이 참여했죠. 

데브시스터즈가 2024년부터 협업한 10명의 장인들. 나전칠기와 한지 조각, 전통등과 금박장 등과 쿠키들의 모습을 연결한 작품을 만들었다. ⓒ데브시스터즈

이 노력은 국가유산과의 협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어요. 2025년 12월, 데브시스터즈는 국가유산청과 손잡고 덕수궁 돈덕전에서 특별 전시인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열기로 했어요. 120년 전 외교의 중심지였던 곳에서 쿠키들이 사라진 무형·문화·자연유산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전시죠. 

이쯤에서 궁금해져요. 작은 쿠키들의 세계는 어떻게 모바일 게임을 넘어 오프라인, 일상 문화 등으로 사랑받으며 커질 수 있었을까요? 조 CEO와 이 CIPO는 쿠키런의 모든 영역에 담겨 있는 본질인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입모아 말했어요.  

“쿠키가 오븐에서 먹히지 않기 위해서 탈출하는 시작부터 그들의 왕국과 역사, 철학까지. 쿠키런의 모든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삶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저희의 고민이 IP 전체를 관통합니다. 캐릭터와 세계관, 서사에는 물론 쿠키들이 주고받는 사소한 대사나 몸짓 하나에도 이 고민이 녹아들어 있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쿠키들을 귀엽게 여기는 걸 넘어 몰입하세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마음 따뜻한 공감이나 위로, 희망 같은 감정까지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쿠키를 통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며 마지막으로 떠오른 질문이 있었어요.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느냐’였죠. 

“저는 이 일에 ‘정말 큰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잖아요. 저는 살아오면서 영화와 만화,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많은 힘과 영감을 받았어요. 동시에 세상을 배웠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게도 됐죠. 

‘내가 콘텐츠로 배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다.’ 이 마음으로 매 순간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IP란 감정이 깃든 세계, 누군가를 움직이는 이야기의 집합이에요.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현실의 누군가를 구하는 세계를 만드는 일. 그게 곧 IP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_이은지 CIPO

현실의 누군가를 구하는 세계를 만드는 일. 조 CEO는 이걸 ‘세상을 즐겁게’라는 표현으로 확장해 표현했어요. 그는 앞으로 더 넓게, 더 멀리 세상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고 했죠. 

“저희의 미션은 ‘세상을 즐겁게’ 하는 것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즐겁게’란, 재미는 물론 삶 전체에 의미 있는 순간과 행복한 경험을 선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쿠키런을 통해 그 미션을 달성해 왔고, 앞으로도 쿠키런을 더 넓게 확장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 겁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IP와 콘텐츠라는 매개를 통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예요. 그렇게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랜 시간 세상을 즐겁게 만들고 싶습니다.”
_조길현 CEO

이은지 CIPO(왼쪽)와 조길현 CEO의 모습. 이들은 쿠키런 IP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로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콘텐츠란 결국 사람을 향한 관심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C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나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깜깜해졌을 때였어요. 밤길을 걸으며 생각한 게 있었어요.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가.’ 마지막으로 인터뷰이 두 사람이 제게 들려준 인상 깊었던 말을 전하며 노트를 마무리할게요. 

“인터뷰를 앞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했습니다. ‘쿠키런이 성공할 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관심과 진심이 담긴 질문을 보내주셔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요. 그게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의 의미와 밀도를 높이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300장 넘는 세계관 바이블을 만들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어요. 얼마나 콘텐츠의 본질에 진심으로 몰입했느냐. 이게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의 기본이 되는 시작점이라 생각합니다.”

하나 더, 여기까지 노트를 읽은 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12월 2일까지 이벤트 설문에 참여해 주시면,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용감한 쿠키 인형을 선물할게요. 쿠키런의 이야기가 담긴 굿즈를 갖고 싶은 분들은 모두 응모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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