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우린 태어남을 축하하는 데엔 익숙하지만, 떠남을 받아들이는 데엔 서툴러요. 저도 가까운 동료의 모친상에서 어떤 말을 꺼낼지 몰라, 육개장만 몇 술 뜨다 도망치듯 나온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죠.
그런데 여기,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업가가 있어요. 장례 서비스 스타트업 ‘고이장례연구소(이하 고이)’의 송슬옹 대표. 우리가 죽음 앞에서 허둥대는 건, “죽음을 소화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우린 죽음을 더 빠르고 정확히 처리하게 됐지만, 더 잘 받아들이지는 못하게 됐습니다. 제단의 꽃 장식, 상차림 메뉴, 운구 차량의 가격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장례가 끝나있죠. 이게 과연 최선일까요?”
송슬옹 대표가 고이를 시작한 이유예요. 대형 상조 회사의 불투명한 관행과 정서적 결여를 부수고, 유가족을 덜 외롭게 하겠다고 나섰죠. 롱블랙 위크 <외로움의 시대> 세 번째 주인공에 그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송슬옹입니다. 이삿짐 센터와 웨딩 플래닝, 장례 서비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알기 어려운 ‘레몬 마켓*’이라는 겁니다. 특히 장례식의 유가족은 더 취약하죠. 2박3일 동안 장례식장, 상복, 음식, 도우미, 입관식, 운구차까지 빨리 결정해야 하니까요.
*불완전한 정보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은 물건이 비정상적으로 선택되는 시장. 레몬은 ‘빛 좋은 개살구’의 뜻과 비슷하다.
의문이 싹텄습니다. 왜 장례 서비스는 유가족을 더 외롭게 할까. 판매나 영업 없이 ‘추모’에만 집중할 순 없을까? 어쩌면 제가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21년 8월 고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년 넘게 저희는 시장에 균열을 내는 중입니다. 업계 최초로 ‘가격 조회 서비스’를 만들고, 영업하지 않는 장례 지도사를 교육했죠. 최근엔 가격보장형 후불제 상조 ‘100원 상조’도 내놓았고요. 이것들로 어떤 변화를 만들려는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Chapter 1.
현대인이 놓친 ‘결정적 질문’
장례 서비스의 빈틈을 이해하려면, 이 산업이 진화해 온 과정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한국은 반세기 동안 빠르게 성장했어요.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가 거의 동시에 일어났죠. 덕분에 우린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효율적인 삶’에 익숙해졌고요.
장례도 그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어요. 50년 동안 크게 세 단계로 변했죠. 1970년대 이전엔 집에서 장례를 치렀어요. 유가족이 집에 고인을 모셔두면, 주변 친지나 이웃이 힘을 모아 장례를 도왔죠.
1980년대 이후엔 병원 장례식장이 등장합니다. 도시화로 인해 집에 고인을 모실 환경이 마땅찮았거든요. 수익의 기회를 엿본 병원은 영안실을 장례식장으로 개조하기 시작했죠.
지금의 모습은 2000년대 들어 자리 잡았습니다. 가족이 줄어 생긴 공백을 ‘상조*’가 채워주기 시작한 거예요. 돈 문제부터 인력 파견까지 해결해 주며 성장했죠.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상조만 약 80곳이 넘습니다.
*한국의 상조 모델은 일본 ‘호조회’를 벤치마킹해 도입되었다.
문제는 장례가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겁니다. 상조는 인력과 용품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할 뿐이었죠. 가격도 투명하지 않아, 장례지도사와 가격 흥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일어나고요.
저는 장례식과 장례지도사가 고객에게 소홀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외로운 순간,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정서적 가이드’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죠.

Chapter 2.
할머니에 대한 죄책감에서 출발한 사업
제가 처음부터 장례식에 관심을 둔 건 아닙니다. 다만 죽음이라는 건 제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장례지도사였고, 어머니는 꽃집을 운영하며 매일 근조화환을 납품하셨거든요.
장례식의 환경이 신경 쓰인 건 스무 살 무렵, 할머니를 떠나보내면서였어요. 죄책감이 너무 컸습니다. 맞벌이 부모님 대신 저를 키워주셨는데, 은혜를 갚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셨으니까요. 터지는 울음을 삼키며 발인을 마쳤죠.
할머니를 제대로 추모한 건, 그로부터 1년 뒤였습니다. 가족과 할머니의 산소를 찾아 저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쏟았죠.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할머니를 잘 몰랐구나.’ 제겐 ‘고생만 하다 간 할머니’였지만, 아들에겐 자랑스러운 엄마, 며느리에겐 자상한 시어머니였던 거예요.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장례식에서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해진 절차를 지키느라, 정작 추모할 시간을 놓친 건 아닐까?
동시에 장례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떠올렸죠. 크게 세 가지가 있었어요.
1. 파견된 장례지도사가 장례품을 물건 팔듯이 권했어요. 우리가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얼마짜리 패키지를 쓸 건지’ 묻는 태도가 눈에 들어왔죠.
2. 고인을 마지막으로 보는 입관식이 기계적으로 흘러갔어요. 가족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관을 닫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 했습니다. 약속한 시간과 절차가 있다는 이유로요.
3. 마지막은 유가족을 향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장례가 모두 끝나면, 유가족은 입었던 상복을 우체국에서 택배로 직접 반납해야 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기도 벅찬데 말이에요.
제가 이 문제를 ‘사업 기회’로 연결한 건 2021년, 스물 여덟 살 때에요. 두 번의 창업으로 일을 배운 뒤, 이젠 진짜 풀고 싶었던 문제를 건드려보기로 했죠. 그게 바로 고이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직접 일해보기도 했어요.

Chapter 3.
고객은 ‘장례 준비’를 하길 원하지 않는다
2021년 세 명의 동업자와 만든 고이. 초기에는 ‘가격 정보 조회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갔습니다. 전국의 장례 시설과 용품을 검색하면, 예상 비용을 보여주는 식이었죠. ‘가격만 투명하면 유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현실의 반응은 달랐어요. 운 좋게 사업 첫해에 고객 100명을 모셨지만, 그 누구도 직접 견적표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하루빨리 장례를 치러야 하는 사람들에겐,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이 없었던 거예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장례를 잘 준비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장례 자체를 준비하고 싶지 않다’는 걸요. 슬픔과 불안을 곁에서 챙길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고이의 모델을 다시 설계했어요.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에게, ‘아주 간단한 질문’ 네 가지만 건넨 거예요. 최소 정보만 입력하게 해 부담을 줄였죠.

질문에 모두 답하면, 예상 비용 범위를 보여줬습니다. 그다음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했죠. 구체적인 장례 시설의 가격과 장례용품 견적은 상담사가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요.
홈페이지에 ‘콘텐츠’를 심기도 했습니다. 장례 가이드북을 만들어, 장례 절차부터 장례 비용 줄이는 법, 상조회사 종류, 장례 절차 체크리스트까지 받아보게 한 거예요. 고이를 꼭 이용하지 않더라도, 장례식에 대해 제대로 아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배려를 녹인 UX는 곧장 효과가 났습니다. 2023년부터 매달 2000명이 고이에서 상담했고, 이 중 300~400명이 계약을 하셨어요. 당시 저와 10명의 동료들이 전부 전화 상담에 달라붙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새벽부터 전화를 받고, 아침 늦게 출근한 뒤 점심에 모여 상담 내용을 공유하는 식으로 일했어요.

Chapter 4.
‘가장 외로울 순간’을 돕는 법을 재정의하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 드리는 것을 넘어 장례식 현장에서 유가족을 직접 도울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바로 ‘장례지도사’였습니다.
사람의 일을 사람답게 챙길 사람을 모셔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본업에 집중하는 지도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기존 장례지도사는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더군요. 급여는 옵션 판매 실적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그로 인해 ‘추가로 뭘 팔았는가’에 매달리는 일부 지도사도 있었죠.
고이는 장례지도사의 일을 다시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영업 인력이 아니라, ‘프로페셔널 정서 가이드’로요. 이들과 계약을 맺고, 전문성을 키워나가기로 했죠. 이를 위해 세 가지를 바꿨어요.
가장 먼저 ‘보상 구조’를 바꿨습니다. 업계 평균이 건당 60만원이라면, 고이는 무조건 100만원을 지급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을 벌려고 ‘물건을 더 팔아야 하는 구조’ 대신, 유가족을 잘 보살필수록 ‘보수로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는 ‘솔직하고 섬세한 피드백’입니다. 장례가 끝나면 장례지도사에게 ‘장례 동행 리포트’를 만들어 드려요. 여섯 가지 평가(장례 전문성, 정책/비용, 이별식, 경건함, 따뜻함, 일정 수행)를 육각형 그래프로 보여주고, 고객 후기와 개선 포인트까지 정리했죠. 마지막 장엔 고이가 직접 감사 편지도 썼고요. 아래는 그 일부입니다.
“현장에 방문했던 모든 본사 사람들이, 옷에 밴 냄새나 옷매무새를 계속 확인하는 사소한 습관을 높게 샀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비언어적 태도는 단연 고이에서 1등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
다만 한 가지 보완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객 입장에서 장례식엔 어려운 용어투성이가 많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 용어나 절차가 무슨 뜻인지, 절차들이 가족들로 하여금 추모하는 데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2025년 상반기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 꾸준히 보여주시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
마지막으로 장례지도사들에게 ‘자율적인 결정권’을 드렸습니다. 고이는 장례지도사에게 매뉴얼을 강요하지 않아요. 대신 단 하나의 원칙만 드리죠.
“고객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매출보다 우선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더 비싼 꽃을 쓰더라도, 고객의 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허용하는 겁니다. 나아가 고인의 취향을 반영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체없이 시도해 보시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고이엔 장례지도사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서비스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메모리얼 테이블’이에요. 식장 한켠에 고인의 생전 사진,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이나 물건을 생화와 함께 진열해 주죠.
유가족이 죽음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을 드리기 위해, 부드러운 천 손수건을 드리기도 합니다. 한 장례지도사가 ‘휴지로 눈물을 닦는 유가족’을 보고 제안한 아이디어죠. 손수건이 더 많은 눈물을, 충분히 머금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세 가지 변화는, 자연스레 ‘성장 욕구가 강한 장례지도사’를 끌어들였습니다. 2023년 10명으로 시작해, 2025년이 된 지금은 100명의 파트너를 모시고 있죠. 이처럼 지도사의 전문성을 표준화하고, 인정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구조가 잡힐 때 장례 산업은 더 건강해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Chapter 5.
100원 상조로 ‘믿음의 관계’를 만들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드실 겁니다. 장례 서비스는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왜 지금껏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산업은 리텐션*이 거의 없으니까요.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재방문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
한 사람이 평생 장례를 치르는 경험은 손에 꼽힐 만큼 많지 않습니다. 할 수 있다면 시기를 미루려 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하죠. 서비스가 좋아도, 또 나빠도 주변에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조 업계는 고객이 어쩔 수 없이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할 때 최대한 많은 돈을 벌려는 겁니다.
그래서 고이는 ‘고객과 이어질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2024년 6월 ‘100원 상조’를 시작한 이유예요. 월 100원의 ‘형식적인 계약금’만 내면, 가입할 때의 정찰 가격을 보장하죠. 실제 장례가 발생하면 서비스를 제공한 뒤 고객에게 ‘후불’로 정산받는 서비스예요.
이 모델은 기존의 ‘선불제 상조’와는 달라요. 보통의 선불제는 고객에게 수백만원의 선납금을 내게끔 만듭니다. 하지만 막상 장례를 치르면 유골함, 수의처럼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상품을 끼워 넣어, 더 많은 돈을 청구하는 식이죠.
저는 멀리 내다보고 싶었습니다. 당장 많은 돈을 탐내는 대신, 고객의 부담을 낮춰 언제든 장례를 준비하게 돕고 싶었거든요. 고객 입장에선 ‘돈을 맡기는 회사’가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줄 회사’가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돈을 벌 수 있느냐고요? 다행히도 됩니다. 100원이라는 가격 덕에, 홍보비를 따로 쓰지 않아도 고객이 쉽게 가입하시니까요. 대신 장례를 치를 때 고이를 찾으시는 거죠. 덕분에 2025년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만 5만 명이 넘었습니다.
물론 이런 결정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 저 역시 처음 상조 업계에 뛰어들 때 기존 경쟁자들과 비슷한 전략을 골랐어요. “매달 3만원을 내면, 배달 앱 상품권 3만원을 드린다”는 얄팍한 미끼로 고객의 지갑을 열려 했죠.
당연히 아무도 이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거였어요. 규모가 큰 상조회사마저 부도 소식이 들려오는데, 누가 스타트업이 주는 상품권을 받으려고 돈을 낼까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의 성공 방정식이 스타트업엔 ‘가장 위험한 독’이 될 수 있단 걸요. 덕분에 다시 본질로 돌아갔습니다. 장례 하나는 잘 치르는 회사가 되기로요.
100원 상조는 그런 의미에서 신뢰를 쌓을 ‘좋은 명분’입니다. 매달 자동 결제 알림을 보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미리 떠올리고 또 차분히 준비하게끔 돕거든요. 상속 절차나 행정 단계도 알려드리면서 ‘우리에게 가장 외로울 순간’을 미리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제게는 믿음이 하나 있습니다. 고객이 죽음을 외면하지 않도록, 언젠가 맞닥뜨릴 날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여기서부터 고이와 고객 사이의 ‘신뢰 관계’가 단단해지고, 나아가 장례 산업의 인식을 바꿀 거라고요.

Chapter 6.
사업은 ‘예상의 불일치’를 반복할 때 성장한다
창업 4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고이를 ‘장례 업계의 언더독’이라 불렀습니다. 만 3년 만에 40만 명이 고이를 이용했고, 2024년에는 35억원의 매출을 냈죠. 최근에는 90억원의 투자 유치를 마쳤습니다.
물론 갈 길이 아직 멉니다. 장례 매출로 연 1000억원을 버는 업계 1, 2위 상조 회사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준이죠. 하지만 전 그들 틈을 비집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그보다 무서운 건, 내가 내 사업에 ‘떳떳하지 못할 때’죠.
1년 전 장례를 마쳤을 때였습니다. 한 고객께서 저희에게 정중한 후기를 보내오셨어요. “고이의 장례지도사가 현장에서 너무 미숙하고 어색했다”는 내용이었죠. 죄송한 마음에 환불을 해드리겠다고 안내하자, 고객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제게 환불해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고인께서 운영하던 비영리재단에 그 돈을 기부해 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한없이 작아졌습니다. 섣불리 환불해 드리려다, 예상 밖의 제안에 부끄러워졌죠. 우리가 정말 돈 받을 자격이 있는 회사인가. 그 생각에 눈물이 터졌어요. 아예 팀원에게 “수준을 올릴 때까지 그 지역의 서비스를 중단하자”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동료가 조용히 말했어요.
“우린 감정적인 대표에게 운명을 맡기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에요. 대책 없이 감정적으로 행동하시면 함께 일할 수 없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사업은 감정이 없으면 할 수 없지만, ‘감정만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란 걸요. 실수가 일어나면 무겁게 받아들이되,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내 ‘최선의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했죠.
그 뒤론 고민할 시간에 ‘시도’를 먼저 합니다.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화장 예약 사이트가 마비됐을 땐, 고이에서 팩스로 예약하는 법을 빠르게 찾아 장례지도사에게 전파했죠. 고객이 예약을 못하는 일이 없게 했어요.
저는 이걸 ‘예상의 불일치를 만드는 일’이라 부릅니다. 고객이 장례 서비스에 기대한 경험보다 ‘더 좋은 경험’을 만들기를 반복하는 거죠. 그 순환이 멈추지 않는 한, 고이는 더 좋아질 겁니다. ‘왜 장례식은 더 좋아질 수 없을까’ 고민하던 할머니 기일날의 질문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롱블랙 프렌즈 K
사람에게 있어 가장 외로울 순간인 ‘죽음’과 ‘장례’의 장면을 바꾸는 이들의 이야기, 어떻게 읽으셨나요. 송슬옹 대표의 생각을 정리하며, 제가 배운 지점을 세 가지만 짚어보려 합니다.
1. 변화는 ‘끈질긴 의심’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넘겨버린 것에, 끝까지 ‘왜?’라고 물어볼 것.
2. 좋은 의도는 ‘구조’가 뒷받침될 때 힘을 가진다. 업계의 관행을 바꾸고 싶다면, 그 목표를 지켜줄 제도와 인센티브, 역할을 정의해볼 것.
3. 신뢰는 고객의 기대를 넘어설 때 단단해진다. 타인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안 해도 될 일’까지 해볼 것.
롱블랙 위크 <외로움의 시대> 네 번째 주인공은, 고독을 탐구한 철학자 다이앤 앤스Diane Enns가 들려주는 ‘외로움의 본질’입니다. “외로움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내일도 롱블랙을 찾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