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절라인의 영업력 : 6년 만에 15배 성장, 발로 뛰는 데도 순서가 있다

2026.05.18

투명교정장치 브랜드 인비절라인을 개발·공급하는 회사 얼라인테크놀로지의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의료기기 영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 인비절라인코리아 대표로 합류해 회사를 2025년 기준 매출 673억원 규모로 키워냈다. “우리 제품으로 행복해졌다는 말을 듣게 하는 CX의 힘은 강력하다”는 생각으로, 일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분석은 차갑게, 기획은 뜨겁게! 감각으로 승부하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찾아내고, 성공 비결을 분석하고, 내 일에 적용하는 걸 즐기는 사업기획자. 스터디 모임 롱블랙에서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노트는 인비절라인코리아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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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L 

‘영업왕’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 난 화려한 말솜씨에 웃음이 호탕한 남성이 생각나. 여러 번 거절 당해도 절대 굴하지 않을 것처럼 단단한 모습이지.

그런데 여기, 자신을 “극도로 내성적”이라 소개하는 영업왕이 있어. 투명교정장치 브랜드 인비절라인Invisalign*의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한준호 대표야.
*환자의 치아에 맞춰 제작되는 투명한 플라스틱 형태의 탈착식 치아교정장치. 1997년에 시작된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얼라인테크놀로지Align Technology의 대표 브랜드다. 

한 대표는 2019년 인비절라인코리아 대표가 된 뒤, 자사 제품으로 치아를 교정하는 환자 수를 6년 만에 15배 키웠어. 또 합류 당시 50억원도 되지 않던 회사의 연 매출액을 2025년 기준, 673억원으로 끌어올렸지. 최근 3년 동안 매출액 앞자리가 해마다 바뀔 정도였어.

재밌는 건, 그가 이 회사를 오기 전까지 교정장치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는 것. 생소한 영역에서 그는 어떻게 영업력을 발휘한 걸까? 서울 삼성동 인비절라인코리아 사무실에서 한 대표를 직접 만났어. 비결을 묻자,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지.

“1년 동안 아무것도 팔지 않았어요.”



한준호 얼라인테크놀로지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대표

‘팔려고 밀어붙이면 반발심이 생긴다.’ 1974년생의 한준호 대표가 반평생 영업인으로 일하며 얻은 깨달음이야.

하루아침에 배운 건 아니었어. 그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에서 처음 영업을 배웠어. 병원에서 의사들을 기다리다 퇴짜를 맞던 때였지.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CD에 업계 학술 자료를 모았어. 내용을 매주 업데이트하고선, 진료실 앞에 CD를 뒀대.
*존슨앤드존슨 메드테크Johnson & Johnson MedTech. 한준호 대표가 일하던 시기에는 존슨앤드존슨 메디칼Johnson & Johnson Medical이라는 이름이었다. 

8개월쯤 지났을까. 강원도의 한 병원 교수님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어. “해외 학회에 쓸 자료가 필요했는데, 뭔가를 준 사람은 당신뿐이었다”고. 그가 먼저 고객의 연락을 받은 순간이었지. 

이 경험을 붙잡고 그는 영업인으로 승승장구했어. 30대 중반엔 의료기기 제조업체 에드워즈 라이프사이언시스Edwards Lifesciences코리아의 대표가 됐어. 그리고 2019년, 투명교정장치 인비절라인의 한국 비즈니스를 이끌게 된 거야.


Chapter 1.
신호등 전략으로, ‘왜 안 됐는지’부터 이해하다 

2019년 1월 11일. 한준호 대표가 인비절라인코리아에 처음 출근한 날이야. “회사 전망이 괜찮다”는 의료계 평가와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 서울 삼성동 사무실은 겨우 20평 남짓. 직원도 20명에 불과했지. 더 큰 문제는 침체된 분위기였어. 자신이 오기 전까지 7년 동안 대표가 다섯 번이나 바뀌었거든.

이유는 간단했어. 당시 인비절라인코리아의 성과가 처참해서야. 당시 연 매출액이 50억원도 안 됐다고 했었지? 인구 700만의 홍콩 지사보다도 적은 숫자였어. 전 세계 100개국에 진출한 브랜드의 위상과 걸맞지 않았지.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잖아? 그런데 한 대표는 이렇게 생각했대. 

“소위 ‘현타’가 왔어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분야에 경험이 없는 리더를 큰 브랜드에서 왜 부르겠어요? 작은 곳이니 제게 기회가 온 거죠. 그러니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습니다. 마음을 잡고 뛰기로 했어요.”

먼저 한 대표는 ‘영업 현황’을 파악했어. 직원들에게 “한국에서 영향력 있는 교정과 의사 50명을 추려달라”고 했지. ‘키오피니언리더Key Opinion Leader’를 찾기로 한 거야. 그다음 그들이 인비절라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호등 색으로 구분해달라고 했대. 

“우리에게 호의적인 분은 녹색, 인식이 없거나 잘 모르는 분은 노란색, 싫어하는 분은 빨간색으로 칠해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색으로 구분하면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울 수 있겠다 싶었죠.”

결과는 어땠을까? 50명 중 48명은 빨간색이었대. 노란색은 2명. 녹색은 단 한 명도 없었지. 

이유를 짚다 보니 제품에 대한 의사들의 오해가 보였어. 당시 투명교정장치를 파는 또 다른 경쟁사가 “이 장치라면 의사 없이도 교정이 가능하다”고 외치고 다녔거든. 자연스레 의사들 사이에선 반감이 퍼질 수밖에. 이 불똥은 인비절라인에도 튀었지. 

서울 삼성동 인비절라인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한준호 대표. 그는 2019년 인비절라인코리아 대표직을 맡은 뒤, 당장의 매출을 키우는 대신 ‘키오피니언리더’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롱블랙

Chapter 2.
‘욕도 듣겠다’는 자세로 마음을 얻다 

‘의사들이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는 발견, 어떤 행동으로 이어졌을까? 한 대표는 빨간불이 켜진 의사들을 찾아다녔어.

그는 알았어. 의사들의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어떤 광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말야. 당시 본사에서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BTS를 광고 모델로 쓰자”는 말도 나왔어. 그는 그 제안들을 뿌리쳤지. 

“CD를 돌리던 때처럼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어요. 무조건 문을 두드린 게 아니에요. 그분들을 위한 원칙과 논리를 찾아 콘텐츠를 만든 뒤에 다가갔습니다. 초기 1년은 이 일에만 몰두했어요. 

물론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제가 앞장을 섰어요. 홀대를 받고, 심지어 욕을 먹을 때는 리더가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뭐라도 팔자’가 아닌, ‘신뢰를 얻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의료기기 업계에선 의사들의 신뢰를 받는 게 최우선이거든요.”

궁금해져. 한 대표는 어떤 논리를 앞세워 전문가들에게 다가갔을까? 

그는 “우리가 완벽하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았다”고 했어. 그보다 각 전문가가 제품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설명을 바꿨대. 브랜드에 대해 백지상태인지, 알고는 있지만 매력을 못 느꼈는지 등을 먼저 파악한 거야. 

이 전략으로 2년 가까이 설득에만 집중하자, 변화가 일어났어. 인비절라인을 받아들이는 의사들이 하나둘 늘었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대. 

이 변화를 한 대표는 어떻게 감지했을까? 2021년 초, 그는 교정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하나 소개했어. “굳이 다른 장치보다 비싼 인비절라인을 써야 하느냐”라는 한 환자의 질문이었지. 여기에 달린 댓글을 보고 그는 감을 잡았다고 해. 

“한 환자가 ‘샤넬을 가성비를 따져가며 사시나요?’라는 댓글을 다셨어요. 이걸 보면서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환자들이 우리 제품을 명품처럼 인식해 주고 계시다’는 걸 확인한 계기였죠.”

실제로 그 해부터 한국에서 인비절라인으로 치아교정을 하는 환자 수가 급증했어.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7배, 2022년에는 2.6배 늘었지. 같은 해 찍은 매출액은 무려 253억원이었어.

인비절라인을 판매하는 회사 얼라인테크놀로지의 로고. 1997년 스탠포드대 MBA를 다니던 지아 치슈티Zia Chishti와 켈시 워스Kelsey Wirth가 만들었다. 브라켓으로 치아교정을 했던 지아가 자신의 겪은 불편함을 풀기 위해 투명하고 탈착이 가능한 치아교정장치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얼라인테크놀로지

Chapter 3.
왜 가장 멀고 어려운 곳부터 찾아가야 할까 

합류 2년 만에 한국 법인의 반등을 만든 한준호 대표. 2023년을 앞두고 그는 본사로부터 새로운 미션을 받았어. “아시아·태평양에서 매출 규모가 제일 큰 중국을 맡아달라”는 것. 

왜 한 대표였을까? 사실 중국 법인도 대표가 계속 교체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 한국에서 비슷한 상황을 풀어본 한 대표가 소방수 역할을 맡은 셈이야.

한 대표는 한국 법인을 맡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느꼈어. 일단 그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했어. 중국 본토 음식도 먹지 못했지. 향이 몸에 안 맞았거든.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깻잎과 멸치를 잔뜩 싸서 중국으로 향하는 거였어. 

“중국으로 간 첫날 저녁부터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직원들은 중국어로만 이야기하고, 통역을 거치니 대화는 끊기고. 음식은 손도 못 대겠고. 호텔방에 들어와 ‘나는 누구고, 여길 왜 왔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말이 안 통하면 직접 더 다가서 눈으로 보겠다’고요.”

그는 중국의 소도시들을 돌기 시작했어. 특히 대도시인 상하이·베이징에서 멀찍이 떨어진, 서부의 소도시부터 찾았지. 왜 그랬을까? 

“당시 중국 법인의 매출 절반은 대도시에서 나왔어요. 이미 영업을 잘하고 있는 곳을 제가 찾아봐야, 간섭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모두가 어려워하는 곳을 찾아가려 했어요. 사람은 동물이기에 조직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경계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럴수록 험한 지역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직원들의 마음을 녹이는 가장 빠른 길이었죠.”

한준호 대표는 2023년 1월, 아시아·태평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중국 법인의 대표로 부임했다. 당시 그는 매출이 큰 대도시 대신 영업이 어려운 소도시를 직접 찾아다니며 숨은 고객을 찾아 나갔다. 사진은 그가 고객들에게 소개한 인비절라인 투명교정장치를 촬영한 모습. ©롱블랙

평균의 함정을 돌파해, 반등을 만들다 

한 대표는 인구 20만 명 수준의 중국 시골을 찾아갔어. 대중교통도 없고, 휴게소에선 전통 음식만 팔았지. 평균 소득이 낮아 “비싼 치아교정장치를 감당할 사람이 없다”고 현지 직원들은 평했어. 그런데 한 대표 눈엔 다른 풍경이 보이더래. 

“마을에 들어서자, 의외의 ‘교육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아이들 등하교를 신경 쓰는 부모님들이 보였거든요. 할아버지가 오토바이에 아이들을 태워 다녔고요. 

몇 장면에 불과했지만, 저는 ‘이곳 사람들은 아이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걸 해주겠다는 의지, 그게 우리에겐 기회죠.” 

현지의 장면을 하나둘 눈에 담은 한 대표, 데이터와 장면을 더하기 시작했어. 교육열이 강한 시골에 사는 어린이는 몇 명인지, 나이는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학교의 순위는 어떤지 등을 본 거야. 그 맥락을 정리한 다음, 의사들에게 다가갔어. “여기서도 투명교정장치가 팔릴 수 있다”면서 말야. 

결과는 어땠을까. 2023년까지 역성장했던 중국 법인은 2024년, 두 자릿수 성장으로 돌아섰어. 

한 대표는 말해. “매출 반등만큼 의미있었던 건, 중국 현지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라고. 

“3년간 일하는 날의 절반을 중국 각 지역에서 보냈어요. 제가 다닌 출장 횟수가 지난 10년간 있었던 모든 중국 법인 대표들의 출장을 합친 것보다 많다더군요. 그렇게 말이 안 통해도 찾아가고, 눈을 마주치다 보니 그들의 마음이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신뢰도 생겨났죠.”

한준호 대표는 이전 담당자들이 외면한 중국 서부 소도시에서 ‘교육열’이라는 기회를 읽었다. 현장에서 포착한 장면과 데이터를 엮어 의사들을 설득해 매출을 반등시켰다. ©롱블랙

Chapter 4.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 영업왕을 뽑지 않는 이유

이쯤 되니 궁금해져. 한준호 대표는 자신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잖아? 그런데 험지를 일부러 찾아가고, 처음 만나는 외국인 직원 및 고객과 어울려. 결국 타고난 영업인 기질이 있는 것 아닐까? 

“지금의 저는 필요하면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쌓였습니다. 하지만 제 기질은 여전히 내향형이라고 확신해요. 저녁엔 진이 빠지고, 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도 가져야 하거든요. 그보다 저는 환경과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는 믿음이 있죠.” 

한 대표는 시계를 돌려 20대 때 갔던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들려줬어. 1990년대 후반, 그는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감명받아 인도로 떠났대. 그러다 한 명상 센터의 ‘묵언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해. 3주간 대화 없이, 하루에 두 끼만 먹고 명상하는 경험이었지.  

“나름대로 3주간 적응에 성공해 본연의 가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버스를 타고 나와 도시로 들어선 순간,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환경이 나를 움직이는구나.’ 이 배움을 일할 때도 붙잡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거야. 내성적인 기질을 가졌더라도, 영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 한 대표는 이 믿음으로 조직의 분위기도 바꿔갔지.

영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드냐고? 영업인만 떠받들어선 안 된대. 한 대표는 ‘영업 실적’을 회사 벽에 붙이지 않아. 왜 우리가 영업 조직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실시간 실적 그래프 있잖아? 한 대표는 “영업인들만 주목받는 환경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대. 

“영업팀이 잘할 수 있는 건 그들만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걸 지원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드라이브를 걸어서 그것만으로 박수 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서울 삼성동 인비절라인코리아 사무실에 붙어있는 문구. “미소를 만드는 회사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다. 한준호 대표는 인터뷰에서 “회사의 메시지를 따라 모든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롱블랙

‘다 같이 뛸 수 있는 판’을 깔아야 한다

그럼 성과는 어떻게 끌어올리는 걸까? 그는 “다 같이 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 

일례로 그는 2026년 1월에 진행한 한국 법인의 킥오프 행사 이야기를 들려줬어. 입사 1~2년 차 직원 열두 명과 기획한 행사였지. 첫날엔 예능 「런닝맨」 포맷을 빌려 팀 대항으로 강릉의 치과들을 찾았고, 시민들에게 인비절라인을 알리는 미션을 진행했어. 둘째 날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구현한 단체 게임을 했지. 

“사실 PPT 50장을 만들어 메시지를 전해도, 사람들은 그날의 밥과 장소만 기억할 거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순간을 즐기면서 내가 다니는 회사를 체화하게 하고 싶었어요. 첫째 날의 치과 방문 미션은 그런 측면에서 기획했죠. 다 같이 영업 현장을 재밌게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서로 뒤섞이며 일하는 분위기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한 대표는 “회사 안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했어. 일종의 내부 이동·승진이 많아진다고 했지. 

“만약 영업 잘하는 사람에게만 계속 박수를 쳐줬다면, 내부에서 리더를 뽑을 때도 영업 성과만 봤을 거예요. 그럼 팀을 관리하는 역량은 알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또 외부에서 리더를 찾겠죠. 

하지만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문화 위에서 자리가 열렸을 때 내부 직원에도 기회가 간다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리더로 더 성장하고 싶다면 동료들의 평가를 알아서 신경 쓰게 되죠. 조금이라도 더 도우려는 태도도 갖게 되고요. 이런 케이스가 늘어날수록, 팀에는 건전한 문화가 퍼집니다.”



Chapter 5.
표정의 변화를 알아채고, 도와달라고 할 줄 아는 리더

한준호 대표의 일은 이제 영업에만 갇히지 않아. 2026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5000명의 동료를 이끄는 리더가 됐거든. 챙겨야 할 사람이 더 늘어난 만큼 바빠지지 않았을까? 그에게 지금 어떤 역량에 집중하고 있는지 물었어.

“이전이나 지금이나 할 수 있는 만큼 직원들과 컨택contact을 많이 합니다. 시간을 따로 내서 회식하고 통화하자는 게 아니에요. 접점이 생기는 순간마다 디테일을 챙기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메일을 보냈는데 평소와 다른 어투라거나, 며칠간 지나치며 인사하는 데 평소보다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거나. 그럼 잠깐 말을 걸어 괜찮은지 살펴요. 반대로 너무 들떠 있다 싶으면 ‘너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다 같이 일하는 거야’라고 말해주고요.”

그는 또 챙겨야 할 게 많아진 만큼, 동료들의 도움을 더 적극 요청한다고 했어. ‘어차피 난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한 대표는 자리가 올라갈수록 내 단점을 아는 게 필요하다고 했어. 

“단점을 알아야 겸손해지고,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어요. 시니어가 될수록 도움을 요청하는 게 힘들어집니다. 그 말을 하면 왠지 내가 약자로 보인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걸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같이 일할 수 있거든요.” 

한 대표는 말해. “영업이든 조직 운영이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마음에 닿는 게 중요하다”고. 궁극적으로 이 원칙은 CXCustomer Experience라는 고객의 브랜드 경험까지도 이어진다고 했지. 

“CX는 당장의 고객 불만을 해결하는 CSCustomer Service와는 달라요. 서비스를 경험하고 난 한참 뒤에도 우러나오는 이미지 같은 거죠. 

이런 겁니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환대라는 서비스를 받고 난 뒤, 일주일 뒤에도 식당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질 수 있습니다. 때마침 누가 기념일을 보내기 위한 식당을 물었을 때, 내가 이 식당을 알아서 추천한다면? 성공적인 CX를 해냈다고 할 수 있죠.”

한 대표는 자신이 미국으로 출장 갔을 때 출입국 심사대에서 만난 직원과의 일화를 들려줬어. 용무와 직업을 묻는 질문에 “인비절라인이라는 회사의 일로 왔다”고 답하니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는 거야.  “우리 딸이 그 회사의 제품으로 치아교정을 했는데 너무 행복해하더라”는 것. 

“‘당신들이 만들고 판 제품 덕에 행복해졌다’는 말은 매출 급성장보다 힘이 더 셉니다. 우리 브랜드가 이 말을 더 자주 듣게 만드는 것. 이게 제 일이에요. 하지만 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동료들은 물론 저와 직원들이 영업한 고객, 그 제품을 쓴 환자들까지 모두 이어져야만 하는 거죠.”

회사 로고 앞에 선 한준호 대표의 모습. 그는 2026년 3월부터 인비절라인을 개발·공급하는 회사 얼라인테크놀로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우리 제품으로 행복해졌다는 말을 듣게 하는 CX의 힘은 강력하다”며 “이걸 해내도록 돕는 게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L 

한준호 대표와는 총 두 차례, 네 시간을 꽉 채워 대화했어. 인터뷰 내내 그의 에피소드는 끊이지 않았지. 긴 대화를 마칠 즈음, 한 대표에게 물었어. “지금의 당신을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냐”고. 잠깐 생각하던 그는 이렇게 말했어. 

“사실 본사 입장에서도 이례적인 결정이었어요. 한국에서 태어나 20명 규모의 법인을 운영하던 사람에게 아시아·태평양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법인을 맡겼고, 이후에는 글로벌 3대 권역*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총괄하게 됐으니까요.
*미주(AMS),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아시아·태평양(APAC)을 뜻한다.

일을 맡길 때마다 본사 대표는 제게 딱 한 마디를 전했습니다. ‘할 수 있어. 하던 대로 해.’ 그 믿음이 저한테는 행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받은 걸 주고 싶습니다. 내부에서 성장할 기회를 만들고, 다 같이 크는 문화를 만드는 게 지금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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