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UX스튜디오 서울 : 고객을 읽으려면 ‘왜’라고 묻지 마세요


이 노트는 현대자동차그룹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롱블랙 프렌즈 L 

자동차 회사의 연구개발 공간은 원래 아무나 들어갈 수 없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차와 기술이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2025년 7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문을 열었어. 그것도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직접 타보고 물건을 놓아볼 수 있는 목재로 된 자동차 공간, 실제 환경에 온 듯한 착각까지 주는 시뮬레이션 장비, 언제든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된 연구원들이 있는 공간을 오픈한 거야. 

이 공간의 이름은 UX스튜디오 서울. 맞아,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원들이 일하는 공간이야. 다만 누구나 들어와 구경할 수 있고, 사전 예약을 하면 무료로 체험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지. 단순한 체험 공간이 아냐.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리서치도 여기서 진행하거든.

이상하지 않아? 보안 영역인 연구개발 공간 일부를 왜 굳이 열었을까. 그 답을 들을 수 있는 커피챗이 UX스튜디오 서울 개관 1주년을 맞아 열렸어.

2026년 7월 23일, UX스튜디오 서울 2층. 롱블랙 피플 50여 명이 모였어. 고효정·박지희·양주리·조민영,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 네 명의 연구원과 스토리텔링 전문가 조승연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지. 

이날의 주제는 하나였어. “고객의 목소리를 매력적인 스토리로 완성하는 법.”

2026년 7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UX스튜디오 서울에서 롱블랙과 함께 연 커피챗.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 조승연 작가와 약 50명의 롱블랙 독자가 함께 만났다. Ⓒ롱블랙

Chapter 1.
거리는 줄이고, 속도는 높여라

고객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첫 번째 관문. 기존의 한계를 없애는 거야.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 고객 리서치의 한계가 ‘거리와 속도’에 있다고 봤지.

예를 들어, 신차를 개발할 때 고객 의견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에게 직접 차를 시승해보게 하고, 의견을 물어야겠지? 현대자동차그룹도 이 과정을 거쳤어. 경기도 화성시 남양에 있는 연구소로 고객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거든.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서울에서 왕복 2시간. 먼 거리를 달려 도착하면 천막으로 마련된 간이 주차장에서 엄격한 보안을 통과해야 했어. 더운 여름엔 땀이 줄줄 흘렀지.

“아무리 현대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 정도 힘든 과정을 거쳐 온다면 약간 충성심을 잃을 것 같은, 그런 상황 속에서 고객 조사를 했었어요.”
_양주리 UX전략팀 책임연구원

물리적 거리만 문제가 아니었어. 속도도 느렸지. 고객 한 명을 만나는 과정이 너무 복잡했던 거야.

“예전에는 리서치 하나를 시작하려면 행정 절차에만 한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 모든 게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을 만들었어요. 거리감은 고객이 충성심을 잃게 만드는 큰 요인이에요. 가장 먼저 혁신해야 할 건 고객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_양주리 UX전략팀 책임연구원

그래서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7월, UX스튜디오 서울을 연 거야. 강남대로 사옥의 1, 2층을 개방해 누구나 오갈 수 있게 했어.

실제로 거리가 줄었을까? 양 책임연구원은 2025년 11월의 어느 날을 떠올렸어. 갑자기 급한 호출이 왔대. “고객들에게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이 항상 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였어.

“오전에 업무를 받았고, 오후에 바로 UX스튜디오 서울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 방문객들을 붙잡고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그날 인터뷰했던 12명 중 11명에게 ‘내비게이션은 항상 떠 있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죠. 물론 큰 모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달이라는 행정 시간을 뛰어넘었단 거예요. 제품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강한 신호가 됐죠.”
_양주리 UX전략팀 책임연구원

그날의 리서치 결과는 2026년 5월 출시된 ‘더 뉴 그랜저’에 반영됐어. 운전자가 디스플레이에서 앱을 바꾸거나 화면을 움직여도 주행 필수 정보는 고정되어 있도록 했지.

UX스튜디오를 운영하며 UX전략팀이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대. 바로 “거리를 줄이면 규모가 커진다”는 것.

UX스튜디오 서울에는 평일 일평균 150명, 주말 일평균 200명이 방문한다고 해. 이 방문객들은 원하면 UX스튜디오의 ‘리서치 크루’가 될 수 있어. 차량 보유 여부, 운전 경력 같은 15가지 항목을 등록하면 언제든 현대자동차그룹의 온·오프라인 리서치에 참여할 수 있는 조사원이 되는 셈이야. 

그렇게 모인 리서치 크루가 2026년 7월 기준 약 2000명. 이들에게 온라인 리서치를 발송하면 서너 시간 만에 250명 이상이 응답한대.

UX전략팀 연구원들이 커피챗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과거 경기도 화성 남양에 고객을 초대했던 UX전략팀은, 2025년 서울에 UX스튜디오를 열고 고객을 더 가까이서 만나기 시작했다. Ⓒ롱블랙


Chapter 2.
‘왜?’라고 물으면 거짓말이 나온다

이렇게 모인 고객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까? 연구원들은 실제 질문지를 보여줬어. ‘차량 운행에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전형적인 질문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추상적인 질문들이 많았어. 설문조사보다는 심리 테스트 같았지.

“2028년 일기에 자동차가 등장하는 한 문장이 있다면?” 
“오늘 하루 중 ‘차가 이 정도만 알아줬어도 좋았겠다’ 싶었던 순간은?” 
“‘나를 지켜준다’는 느낌과 ‘감시당한다’는 느낌은 어디서 갈린다고 생각하나요?”

차량 UX 리서치에 이런 질문이 왜 필요한 걸까? 박지희 연구원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고 해.

“고객에게 ‘뭐가 불편하십니까?’ 물어봤을 때 그 자리에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불편함, 깨닫지 못했던 불편함을 끌어내야 인사이트입니다. 이를 위해선 자동차에 관한 질문보다 삶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해요.”
_박지희 UX전략팀 연구원

19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운영 중인 조승연 작가 역시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설명하지.

“인간한테 가장 중요한 UX는 대화입니다. 그중 최악의 UX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이에요. ‘왜 좋아해?’ ‘왜 싫어해?’ 묻는 거죠. 사람은요, 자기가 어떤 행동을 왜 하고 뭘 좋아하는지를 몰라요. 그래서 물어보면 만들어냅니다. 거짓말이죠.

‘비싼 자동차를 왜 살까요?’라고 미혼 남성에게 물으면 대부분 ‘성능이 좋아서’, ‘엔진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얘기해요. 한 15% 정도는 사실입니다. 나머지 85%는 아마도 진화심리학적인 이유예요. 공작새가 쓸데없이 화려한 깃털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쁜 자동차를 갖고 싶은 거죠.”
_조승연 작가

그럼 우리는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 조 작가는 인간이 원래 그렇게 설계돼 있다고 봐. 솔직한 자기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사회적 관계가 유지될 수 없거든. 그래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스스로도 그 이야기를 믿게 된다는 거야.

“명품을 샀을 때 디자인이 좋아서 샀다고 해야지, 부자로 보이고 싶어서 샀다고 말하는 순간 부자로 안 보여요. 그런데 이게 남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적용됩니다.”
_조승연 작가

커피챗에서 이야기하는 조승연 작가. 그는 솔직한 대답을 들으려면, 질문하는 방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직설적인 질문보다, 상대의 욕망을 묻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 Ⓒ롱블랙

‘로망’과 ‘부러움’을 물어라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박지희 연구원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듯, 조 작가는 ‘로망’을 질문하라고 해. 로망을 물으면, 그 사람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알 수 있다는 거야. 나아가 그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추측할 수 있지.

“그 사람의 로망에 대해 질문하세요. ‘자동차가 나온 영화 중 가장 멋있는 영화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포드 V 페라리」라고 답한다면 그 사람은 낮고 불편하고 엔진이 시끄럽고 진동이 센 차를 원할 겁니다. 사소한 문제가 아니에요. 로망은 우리의 욕망을 결정하고, 욕망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_조승연 작가

하지만 어떤 이들은 로망까지 꾸며내.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적당히 호불호 없는 헐리우드 영화를 말하는 사람들, 꼭 있잖아.

실제로 강연을 듣던 한 롱블랙 피플이 질문했어. “한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환자들에게 ‘다 나으면 뭘 하고 싶냐’는 로망을 물어도 대부분 ‘여행 가고 싶다’는 틀에 박힌 답변만 한다”는 거야.

이럴 땐 반대로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래. 

“‘뭘 하고 싶냐’보다, ‘뭘 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냐’고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저는 2년 전에 양양의 서피비치에 가봤어요. 결론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였죠. 운동을 많이 하고 몸을 키운 사람들만 가득하더라고요. 평생 독서실에만 앉아 있던 저는 그때 부러움을 느꼈고, 그게 깨달음이 됐습니다. 제게 ‘멋진 몸을 갖고 싶다’는 지향점이 있던 거예요.”
_조승연 작가

커피챗이 열리기 전, UX스튜디오 서울 2층 한쪽에 놓인 더 뉴 그랜저를 시승해보는 청중. Ⓒ롱블랙

Chapter 3.
말보다 몸과 맥락을 믿어라

즉, 고객은 사실 자기 마음을 잘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속마음을 읽으려면 고객이 하는 말보다 무의식을 읽는 게 중요해. 무의식을 읽으려면? 이야기를 듣는 대신 몸을 봐야 해. 조 작가는 “사람의 말은 거짓말을, 몸은 진실을 말한다”라고 하지.

“와인을 블라인드 테스트할 때 병만 만져보게 하면, 무거운 병에 든 와인의 평가가 더 좋습니다. 사람은 묵직함과 고급스러움을 연결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왜 그 와인이 좋았냐’고 물어도 ‘병이 무거워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자기도 이유를 모르거든요.”
_조승연 작가

더군다나 운전 중일 땐 몸의 소리가 더 중요해. 시속 100km 속도에선 단 1초만 딴 곳을 봐도 약 28m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지.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이 고객의 생체 데이터를 모으는 데 힘을 쏟는 이유야.

“생각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많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는 행동의 원인을 알기 힘들어요. 날것의 데이터는 사람의 말이 아닌 몸에 있었습니다. 가령, 운전자의 눈이 도로에서 몇 초 이상 시선을 뺏기는지, 고개가 얼마나 흔들리고 눈동자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0.01초 단위로 생체 데이터를 모았죠.”
_조민영 UX전략팀 연구원

UX전략팀은 차량 개발을 할 때 생체신호 파악을 위해 노력해. 운전자가 안경처럼 생긴 추적기를 쓴 채 주행하면,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고개의 떨림 등이 데이터로 기록되지.

더 뉴 그랜저의 ‘슬림 디스플레이’가 바로 몸의 기록을 반영한 결과야. 운전대 바로 너머에 일반적인 계기판 대신 9.9인치의 슬림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어. 차의 속도와 변속단, 경로 안내처럼 운전자가 필수로 확인해야 하는 정보를 간결하게 보여주지. 고개를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정보를 볼 수 있고, 일반 계기판보다 크기가 작아서 운전 시야가 훨씬 넓어졌어.

생체 신호를 연구하다 보면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문제가 해결되기도 해.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에겐 고민이 하나 있었어. 사람들이 차량의 ‘에어컨 오토AUTO 기능’을 잘 쓰지 않는다는 거야. 온도만 설정해 두면 풍량, 풍향 등을 차량이 알아서 조절해 주기 때문에 참 편리한 기능인데 말야.

UX전략팀은 이유를 찾기 위해 사용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했어. 그러자 생각도 못 했던 원인이 보였어.

“놀랍게도 원인은 ‘버튼의 위치’였습니다. 오토 버튼과 풍량을 조작하는 버튼이 가까이 위치해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풍량 버튼에 손이 가 오토가 풀리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던 거죠.”
_조민영 UX전략팀 연구원

이건 물어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답이야. “에어컨 오토 왜 안 쓰세요?”라고 물었을 때 “제 오른손이 저도 모르게 풍량 버튼으로 가서요”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 관찰은 더 뉴 그랜저에 반영됐어. 중앙 디스플레이에 에어컨 오토 기능을 노출하고, 풍량과 단수까지 한눈에 확인되도록 UX를 수정했지.

현대자동차그룹이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관찰한 끝에 개발한 슬림 디스플레이(핸들 너머 앞쪽). 고개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 정보를 살피고, 일반 계기판보다 크기를 작게 해 운전할 때의 시야를 넓혔다. Ⓒ현대자동차그룹  

Chapter 4.
고객은 주인공, UX는 연출이다

고객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알았다면? 그 다음엔 알아낸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형화해야 해.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그려내는 거지.

흔히 하는 실수는 고객 유형을 나이, 성별 같은 인구 통계로 나누는 거야. 그런데 이것만으론 부족해. 같은 성별이라도 음악 취향이 다르고, 같은 나이여도 여가 시간에 뭘 하는지가 달라. 이런 세세한 것까지 고객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해.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조 작가는 말해. “고객은 주인공이고, 제품은 소품이며, UX는 무대 연출이다.”

“지금처럼 풍요로운 사회에서 필요 이상으로 갖고 있는 물건은 ‘소품’입니다. ‘내 인생’이라는 무대를 장식하는 소품이죠. 소품이 돋보이려면 뭐가 중요할까요? 조명, 분위기, 배경, 한 마디로 연출이 중요합니다. UX는 누군가의 판타지를 이뤄주는 연출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로 물어보고, 스토리로 듣고, 스토리를 연출해야 합니다.”
_조승연 작가

오늘날 제품은 그저 ‘쓸모’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로망을 실현시키는 소품이라는 거지. 때문에 브랜드 역시 고객을 무대 위 주인공으로 봐야 하는 거야.

그런데 한 명 한 명의 스토리를 읽어내는 게 가능할까? 고객이 수백만 명인데.

여기서 조 작가는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해. 사람은 무한히 갈라지지 않는다는 거야. 취향도 가치관도 제각각인 것 같지만, 결국은 몇 가지 유형으로 모인다는 거지.

“밤하늘에 별이 무한히 흩어진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별자리를 이루고 있잖아요. 사람의 취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 영화를, 저 음악을 좋아하겠거니 추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나라가 좁아서 ‘사회적 레이더’가 굉장히 정확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성수동 패션을 하고 있다면, 대략 어떤 음악과 어떤 카페를 좋아할지 예측할 수 있죠.”
_조승연 작가

조 작가는 이걸 ‘문화적 별자리Cultural Constellation’라고 불러. 중요한 건 이 별자리가 어딘가에 정리돼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영화와 소설을 계속 물어 모으다 보면, 그제야 몇 개의 유형이 떠오르는 거지. 

커피챗에서 이야기하는 조승연 작가. 그는 오늘날 제품이 ‘한 사람의 로망을 실현시키는 소품’이라 말한다. 그 로망은 UX로 구현할 수 있고, UX를 구체화하려면 이야기를 연출해야 한다. Ⓒ롱블랙

고객의 스토리를 읽으면 UX가 그려진다

별자리에 따라 고객을 생생하게 그릴수록, UX는 더 단단해져. 구멍이 좁을수록 열쇠가 딱 들어맞는 것과 같지. 조 작가는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Monocle」을 예시로 들었어. 모노클은 스스로 독자를 이렇게 정의해. ‘1년에 10번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니는 C레벨.’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모두와 대화할 수 없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유형의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지 알아야, 그 안에서 소통의 창이 열리는 거예요.”
_조승연 작가

그냥 CEO와 ‘1년에 10번 이상 해외로 나가는 CEO’는 확실히 달라.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테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도시의 흐름을 파악해야 할 거야. 그래서 「모노클」은 전 세계 도시의 비즈니스를 총망라하는 약 200쪽 내외의 두꺼운 잡지가 된 거지. 어때, 고객을 ‘주인공’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UX가 쉽게 상상되지?

자동차도 마찬가지야. 누가 타는지에 따라 UX가 천지 차이지. UX전략팀은 차량을 기획할 때 직접 고객의 집에 방문하기도 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야. 특히 나라별로 문화 차이가 분명히 보인대.

“미국 사용자는 대부분 바쁜 삶을 살아요. 화상회의 툴이나 캘린더가 집에서 가장 큰 요소고, 따라서 자동차에도 실용적인 기능을 원합니다. 반면 유럽 사용자는 가족 친화적이에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소파죠.”
_고효정 UX전략팀 연구원

이를 반영한 게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패밀리 카 아이오닉9이야. 차량이 정차해 있을 때 2열 좌석을 돌리면, 3열 좌석과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스위블시트Swivel Seat’ 기능이 있지. 기능만 보면 ‘좌석이 회전한다’가 끝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을 위한 연출이야. 화목한 가족이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지잖아.

현대자동차의 패밀리카인 아이오닉 9를 통해 구현한 스위블 시트 기능. 좌석을 돌려 서로 마주 보게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Chapter 5.
스토리는 기능을 ‘느낌’으로 바꾼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UX는 ‘기능 설계’가 다가 아닌 것 같아. 실제로 조 작가는 “잘 설계된 UX는 기능이 아니라 ‘느낌’을 만든다”고 말해.

“인간은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심리적인 존재예요. 가령, 치약 중에는 가운데 파란색 줄이 들어간 제품이 있어요. 그 줄 자체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파란 줄이 있는 치약을 썼을 때 입냄새가 덜 난다고 느끼죠.”
_조승연 작가

차량의 UX도 마찬가지야. 차의 성능이나 기능보다 차를 운행할 때 들리는 소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브레이크를 밟을 때의 감각까지. 이 모든 장면을 설계해야 하지.

UX전략팀은 ‘세차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어. 자동 세차장에 들어가는 순간을 생각해 봐. 운전자는 창문을 올리고, 사이드미러를 접고, 기어를 중립에 놓고, 내부 공기 순환 모드를 켜지. 생각보다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아.

현대자동차그룹의 ‘세차 모드’는 이 여러 동작을 버튼 하나로 만든 기능이야. 충분히 편리한 UX지? 하지만 UX전략팀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어. 고객이 세차장에 진입할 때의 ‘기분’에 집중한 거야. 왜, 세차장에 진입하면 괜히 뭘 빼 먹었을까 봐 긴장되잖아.

그래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운전자를 안심시켜 주는 연출을 넣었어. 운전자가 깜빡한 게 있으면 알려주는 거야.

“예를 들어 기어를 중립에 놓아도 오토 홀드auto hold 기능이 켜져 있으면 차가 컨베이어를 따라 움직이지 않아요. 차가 갑자기 멈추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죠. 그래서 세차 모드를 실행했을 때 오토 홀드가 켜져 있으면 사용자에게 ‘기능을 해제하라’는 팝업을 띄워 보여줍니다. 사용자는 ‘내가 잊어도 차가 대신 확인해준다’는 느낌을 받죠.”
_고효정 UX전략팀 연구원

느낌을 설계하는 일은 때로 효율의 반대편에 서기도 해. 이날 조 작가는 한의사인 참석자에게 이런 UX를 제안했거든. 한약을 약으로만 다루지 말고, 당귀나 감초를 손으로 비벼 냄새를 맡게 하거나 차로 먼저 시음해 보게 하면 어떻겠냐고. 박지희 연구원이 이 말을 받았어.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저희가 물성을 느끼는 순간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사람을 대면하는 시간도, 뭔가를 직접 만지고 느끼는 시간도 줄어들죠. 그런데 조금은 비효율적이어도 계속 오래 기억에 남는 게 경험인 것 같습니다.”
_박지희 UX전략팀 연구원

UX는 정확한 숫자로 눈에 보이지 않아. 사용자가 받는 추상적인 느낌이지. 이 수치화할 수 없는 느낌에 투자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성공적인 UX를 판가름해.

“좋은 UX는 사람마다 다르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감성을 줄지 숫자로 결정할 순 없어요. 하지만 ‘좋은 느낌’ 뒤에는 분명한 디테일들이 있어요. 고객이 눈치채지 못한 손잡이의 재질, 조명의 각도, 이 모든 게 합쳐져 ‘좋은 느낌’을 만듭니다.”
_조승연 작가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과 조승연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각자 느낀 점을 공유하는 커피챗 청중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L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과 조승연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한 가지 역설을 발견했어. 좋은 UX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하지만, 고객 몰래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 UX 기획은 말 뒤에 숨은 욕망을 읽어내야 한다는 거지.

이날 마지막 순서는 그룹 디스커션이었어. 참석자들은 아홉 개 조로 나뉘어, 오늘 들은 방법론 중에 내 일에 쓸 수 있는 게 있는지 이야기했지. 그중 한 조는 이런 답을 적어냈어.

늘 외부 고객만 찾아다녔는데, 먼저 살펴야 할 건 같이 일하는 동료일지도 모르겠다고. 최근 팀장님과 거리감을 느꼈는데, 내일 출근하면 이렇게 물어봐야겠다고. “팀장님, 기억에 남는 영화 있으세요?”

오늘의 이야기를 요약해 봤어.

1. 고객을 빠르게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부터가 UX 혁신이다.
2.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삶을 질문하라.
3. 고객을 상세히 관찰해 무의식까지 이해하라.
4. 고객을 데이터가 아닌 스토리로 이해하라.
5. 기능이 아니라 고객이 느낄 장면을 설계하라.

롱블랙 피플, 오늘 이야기 어땠어? 우리 고객에게 던질 질문을 하나 새로 만든다면 어떤 질문이면 좋을까. 동료와 함께 이야기해 봐.

2026년 7월, 서울 강남의 현대자동차그룹 UX스튜디오 서울 2층에서 열린 커피챗. ‘고객의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연출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롱블랙 피플 50명을 초대했다. Ⓒ롱블랙
커피챗 현장에 청중이 하나둘 입장하고 있다. Ⓒ롱블랙
롱블랙과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이 청중을 위해 준비한 굿즈. 메모용 노트와 키링, 편지지 등이 들어있다. Ⓒ롱블랙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의 연구원 네 명이 청중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롱블랙
현대자동차그룹 UX전략팀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지희 연구원. 그는 추상적인 질문을 고객에게 던져, 내면의 솔직한 마음을 듣는 데에 집중한다고 했다. Ⓒ롱블랙
경기도 화성 남양에 머물며 고객을 만났던 과거를 회상하는 양주리 UX전략팀 책임연구원. 그는 ‘거리감은 고객이 충성심을 잃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더 많은 사람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서울에 UX스튜디오를 설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롱블랙
커피챗에서 이야기하는 고효정 UX전략팀 연구원.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새 자동차를 기획할 때, UX전략팀이 타깃 고객의 집에 직접 방문해 그들의 삶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롱블랙
커피챗에서 이야기하는 조민영 UX전략팀 연구원. 그는 고객의 말보다 몸과 맥락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UX전략팀은 운전할 때 고객의 몸을 관찰하는 실험을 자주 연다고 말했다. Ⓒ롱블랙
2025년 7월 서울 강남에 문을 연 UX스튜디오 서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곳을 ‘도심형 사용자 연구 공간’으로 정의하며, 자동차가 아닌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고 미래 이동 경험의 단서를 찾는다고 말한다. Ⓒ롱블랙
이번 커피챗에 195만 구독자를 둔 지식 크리에이터 조승연 작가도 참여해,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과 그 질문을 이야기로 빚어내는 법까지 이야기 나눴다. Ⓒ롱블랙
조승연 작가는 좋은 UX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좋은 느낌’이 있다며, 그 느낌은 수많은 디테일의 총합이라고 말한다. 그 디테일을 만들어내려면, 고객이 꿈꾸는 로망부터 밝혀내야 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롱블랙
UX스튜디오에서 열린 커피챗에 참여한 약 50명의 청중. Ⓒ롱블랙

2026년 7월, 서울 강남의 현대자동차그룹 UX스튜디오 서울 2층에서 열린 커피챗. ‘고객의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연출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롱블랙 피플 50명을 초대했다. Ⓒ롱블랙

롱블랙의 모든 콘텐츠는 제공자와 롱블랙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을 금지합니다.

위드 롱블랙
멤버십 ONLY
롱블랙이 엄선한
브랜드들의 할인 혜택
만나보세요!
롱블랙 셀렉션 구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