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t : DC슈즈에서 무신사까지, ‘슈독’ 제이 백의 새로운 도전


롱블랙 프렌즈 C

다들 맘 속에 춘식이 한 마리쯤 키우고 있죠? 라이언이 냥줍한 춘식이 말이에요! 춘식이 운동화가 나왔다는 소식 들었어요? 얼른 살펴봤죠. 누가 만들었는지!

ept east pacific trade 라는 스니커즈 브랜드더라구요. 2020년 6월에 런칭한 한국 브랜드! 아니, 설립 1년 된 신생 브랜드가 춘식이·라이언과 콜라보레이션하다니, 놀랍지 않아요? 그런데 창업자를 알고 더 놀랐어요.

올해 67세인 제이 백Jai Baek. 미국 1세대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이끈 인물이래요. 글쎄, DC슈즈의 개발 담당 부사장이었대요. 슈프림과 협업할 정도로 잘나가던, '스트리트 패션계의 나이키' DC슈즈 말이에요. 이후엔 카니예 웨스트가 신어 유명해진 신발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레크레이션CR과 미국 대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허프Huf를 창업했고요. 

스무살에 미국에 건너간 백 대표는 어떻게 스트리트 패션계의 대부가 됐을까요. CR과 허프를 매각하면서 수백억원을 벌었는데, 왜 한국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했을까요. 

롱블랙이 제이 백을 만났어요. 제이 백이 어떻게 자신의 감각을 발견하고, 이를 갈고 닦았는지 함께 들어봐요!


제이 백 ept 대표

1977년 제대를 하자마자 미국에 건너 갔어요. 단돈 500달러 들고요.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냐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재미교포였을 뿐입니다.

영어도 못하고 기술도 없었어요.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빵 공장에서 포장도 했고, 식당에서 접시도 닦았고, 빌딩 청소도 했어요. 그러다 시험을 쳐서 우체부가 됐어요.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던 때였습니다. 

알래스카 우체국에서 일하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로 넘어왔습니다. 이 곳에서 인생을 걸 일을 찾게 됐어요.

Chapter 1.
발견 : 구두수선으로 눈 뜬 재능

1979년의 어느 날, 지인이 하는 구두수선집에 갔어요. 한국에서 보던 작은 수선집이 아니라 깜짝 놀랐어요. 구두를 고치는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이걸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원래 옷과 신발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우체국을 퇴근하면 구두 수선을 배우러 갔습니다. 그때 내 재능을 발견했어요. 신발을 탁 보면 ‘이게 어디가 잘못됐다’라는 게 한눈에 보였어요. 나한테 감각적인 눈이 있나 봐. 

신발이 기가 막히게 만들어지더라고요. 내가 봐도 잘 만드는데 손님들이 얼마나 칭찬을 했겠어요. 우체국을 그만두고 신발 수선가게를 냈습니다. 하루 12시간, 15시간씩 일했어요. 손님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을 보니까 대부분 발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신발을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자기 발에 맞게끔 고쳐달라고 했어요. 신발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이 백 ept 대표와 신발의 인연이 시작된 건 42년 전이었다. 우연히 시작한 신발 수선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