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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K : 10년차 HBR 읽기 모임, 직장인 공부 커뮤니티의 성지가 되다


롱블랙 프렌즈 K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핑곗거리가 참 많아져요. 바쁘다고 운동 안 해, 책 안 읽어, 집안일 미뤄… 결국 ‘일 빼면 시체’인 나를 마주하죠.

저 같은 사람들, 요즘 ‘커뮤니티’에 많이 가나 봐요. OTT 보고 수다 떠는 ‘넷플연가’부터, 관심사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문토’까지 다양해요. 혼자선 귀찮은 공부나 취미 활동도, 함께 하면 재밌는 법이니까요.

전 요즘 HFK가 눈에 띄더라고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포럼 코리아Harvard Business Review Forum Korea’의 약자예요. 고지식한 학회 이름 같지만, 10년 넘은 ‘직장인 자기 계발 커뮤니티’예요. 운영 프로그램은 11개, 분기마다 활동하는 회원은 140명 안팎이에요. 지금까지 누적 6000명이 이곳을 거쳤죠.
*하버드 대학교의 자회사 하버드 비즈니스 퍼블리싱이 발간하는 경제경영 전문 잡지. 1922년 창간해 연 25만 부를 발행한다. 2014년부터 동아일보가 HBR의 한국어판을 발간 중이다.



김재윤 위어드벤쳐 대표

해가 어슴푸레 내려앉은 저녁. 덕수궁 앞 꼬마빌딩에 직장인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비좁은 계단을 따라 5층에 올라서면, 열다섯 평의 아늑한 공간이 펼쳐져요. HFK 모임이 열리는 ‘오아시스 덕수궁’입니다.

브랜드 기획자부터 신문 기자, 서비스 개발자... 모여 앉은 멤버들 직업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목표는 하나, 성장이에요.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의 리노베이션 전략’부터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까지. 아티클 공부와 토론을 가리지 않죠.

성장. 때론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HFK를 만든 김재윤 대표는 말해요. “함께 공부하면, 누구나 재밌게 성장할 수 있다”고. 어떻게 공부가 재밌을 수 있나요. 그의 이야길 조금 더 들어보기로 합니다.


Chapter 1.
좋은 리더가 부족하다

‘세상에 좋은 리더가 부족하다.’ 김재윤 대표가 HFK를 시작한 이유예요. 12년 동안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그. 수백 개의 조직에 방문하며 깨달음을 얻었죠.

“복지와 급여가 아무리 좋은 회사도, 막상 직원이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한편 다른 회사는 업무 강도와 압박이 세도, 직원들이 보람을 느껴요.”

김 대표는 생각했어요. 행복한 조직은 ‘리더’가 다르다는걸. 리더가 조직원을 도구가 아닌 ‘협력자’로 대하는 곳은, 업무 강도가 세도 잘 지내더랍니다.

“행복한 직원은 아무리 힘들어도 ‘리더와 난관을 함께 헤쳐간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좋은 리더를 ‘회사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반면 불행한 직원은 리더가 되레 ‘짐’이에요. 회사의 이익만을 강요하고, 직원을 갈아 성과 내는 데에만 익숙하니까요.” 

김 대표 경험엔 ‘미숙한 리더’가 더 많았다고 진단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시대를 잘 만나 급성장한 조직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리더에 오르기도 해요. 과거엔 고도성장이, 지금은 IT 창업 유행이 계기가 됐죠. 리더의 자질을 검증할 시간은 없는데, 리더 해야 할 사람은 많이 필요한 거예요.”

그럼 어떻게 좋은 리더를 만들까요? 김 대표는 ‘공부와 토론’에서 단서를 찾았어요. 양질의 경제경영 아티클을 읽고 남들과 이야기하자는 거예요. 전문 지식도 얻으면서, ‘내 생각이 다 옳은 건 아니다’라는 겸손한 자세까지 얻는다면서요.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김재윤 대표. 삼성SDS와 액센츄어에서 기업 컨설턴트로 12년 동안 일했다. 2013년, 직장인이 ‘좋은 리더’로 성장할 공부 모임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나왔다. ⓒ롱블랙

공부를 넘어 ‘말하는’ 모임을 만들자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이하 HBR)를 떠올린 건 그래서예요. 김재윤 대표는 HBR을 ‘모든 비즈니스인의 시야를 넓히는 잡지’라 생각했어요. 경제경영 석학은 물론, 기업 전략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거든요. 리더십부터 마케팅, 인문, 기술, 경제까지 두루 다루죠.

“좋은 글은 행동의 촉진제가 되더군요. 2009년 HBR에 실린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라는 글이 생각나요. 한평생 기업 자문에 몸 바친 교수가, 병상에서 생사를 오갈 때 썼죠. 한 번뿐인 삶,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거였어요. 얼마 뒤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할 때 동기부여가 됐죠.”

‘좋은 글을 함께 읽어야겠다, 성장을 추구하는 직장인과 함께.’ 김 대표는 HBR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합니다. 

HBR 읽는 모임은 예전에도 있었어요. 김 대표도 직장 생활 틈틈이 모임에 나가 아티클을 읽었죠.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답니다. 

“문득 아쉬웠어요. 공부에만 집중하는 연구 모임이었거든요. 익명은 필수, 연락처 공유도 지양했죠. 지속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가려면 ‘이야기하는 문화’가 더해져야 한다고 봤죠.”

김재윤 대표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모든 비즈니스인의 시야를 넓힐 경제경영 전문지”라고 소개한다. ⓒHFK

Chapter 2.
모든 순간에 ‘성장 장치’를 심다

김 대표는 다니던 스터디 모임에서 직장인 열 명을 데려옵니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 카페를 전전했어요. 빌딩 라운지를 4~5만원에 대관해 쓰기도 했죠. 매주 한 번씩 만나, 각자 HBR 기사를 읽고 온 뒤 생각을 나눴어요.

여기까진 평범한 스터디와 다르지 않아요. 김 대표는 여기에 ‘친해지는 재미’를 더합니다. 처음 만나면 무조건 명함 교환부터 권했어요. 이름부터 하는 일, 취미, 관심사까지 알아가도록 했죠.

“회사에선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비슷한 사람만 만나다 보니 시야도 좁아지죠. 직장인들에게 고민과 성장 욕구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동료들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멤버들이 이야기할 기회를 틈틈이 만들었어요. ‘HFK 세미나’가 대표적이죠. 세 달 간의 공부가 끝난 뒤, 멤버들과 소회를 나누는 행사예요. 도심 속 루프탑부터 개러지 펍, 위워크 라운지, 제주 들판까지. 매번 색다른 공간을 빌렸습니다.

세미나를 열 땐 늘 ‘준비 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진행자부터 강연 기획, 총무, 촬영 기록까지. 멤버 한명 한명이 역할을 맡았죠.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재미를 느끼게 한 겁니다.

“와인 수집을 좋아하시는 멤버분이 계세요. 그럼 세미나 막간에 ‘와인 클래스’를 열었죠. 각종 와인을 시음하며, 설명을 들려줘요. 위원회는 일부러 제주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했어요. 직장인에게 ‘도심을 벗어나는 휴식’을 선물하고 싶어서요.”

‘사람들 만나는 재미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HFK는 활동 범위를 넓힙니다. 서울 광화문부터 여의도, 삼성, 역삼, 강남, 판교까지. 직장인이 모일 만한 곳에 HFK 모임을 열었죠. 한 번 참여에 3개월. 매 시즌 150명 넘는 직장인이 모임에 등록했어요.

HFK는 3개월에 한 번 세미나를 연다. 그동안 배운 내용을 공유하기도, 멤버들의 네트워킹을 독려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도심 루프탑 파티장에서 연 HFK 세미나. ⓒHFK

멤버가 직접 만드는 수업

2016년 김 대표는 HFK를 한곳으로 모읍니다. 서울 정동 덕수궁 앞 꼬마빌딩에 자리 잡았어요. 15평짜리 아담한 공간에, 긴 원목 테이블과 경제경영 서적들을 놓았죠. 이름은 ‘오아시스 덕수궁’. 직장인의 오아시스가 되길 바라며 지은 이름입니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커뮤니티에 ‘다양성’을 키워나가요. ‘팀Team’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간단해요. 멤버들이 각자 파고들고 싶은 주제로 ‘공부 모임’을 여는 거예요. 

한 외국계 제약사 직원이 이끄는 이른바 ‘고급진 영어’ 공부 모임을 볼까요. 영문판 비즈니스 아티클을 읽고, 영어로 토론하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외국계 기업 직원들이 호응했어요.

브랜드 디깅 모임 ‘브랜드 러너’도 있어요. 한 오뚜기 상품기획팀 직원이 “회사에만 갇혀 있으면 참신한 기획을 내놓을 수 없다”며 만들었죠. 요즘 뜨는 브랜드를 공부하려는 멤버와 모여, 요즘 뜨는 제품을 체험한 뒤 비교 분석해요.

“한번은 이 모임에서 ‘유행하는 식빵’을 비교 분석했어요. 일본의 생식빵 전문점 ‘타쿠미야’와, 줄 서서 먹는 성수 식빵 집 ‘밀도’를 사서 함께 시식했죠. 맛을 본 뒤엔 SWOT* 도구를 써가면서 분석하죠.”
*기업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기(Threat)를 열거해 효과적인 기업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분석 방법.

서울 정동 덕수궁 앞에 위치한 ‘오아시스 덕수궁’ 속 HFK 모임 현장. ‘고급진 영어’ 팀 멤버들이 영자 신문을 읽고, 영어로 토론하고 있다. ⓒHFK

Chapter 3.
필드 트립 : 경험은 가장 오래 기억될 ‘배움’이다

때론 백 권의 책보다 한 번의 경험이 와닿을 때가 있죠. 2018년 김재윤 대표가 ‘로컬 필드 트립local field trip’을 만든 이유예요. 강릉 괘방산부터 안동 한옥마을, 일본 도쿄까지. 색다른 경험을 주는 곳이면 어디든 떠나죠.

처음엔 HFK의 팀 ‘트렌드 슈팅’이 먼저 시작했어요. 요즘 뜨는 트렌드를 경험하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2030 ‘관람 문화의 성지’라는 대림미술관을 둘러본 뒤, ‘왜 인기 있는지’ 분석하는 식이에요.

“대림미술관의 전시는 어렵지 않아요. 예술의 접근 장벽을 낮췄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미술 전공자인 멤버의 의견에, 다른 멤버는 반론을 내놓습니다. “작품보단 ‘전시장에 간 내 모습’을 즐기는 것 같아요. 오늘만 해도 전시장이 카메라 셔터음으로 가득 하잖아요.”

다채로운 의견은 필드 트립의 ‘꽃’입니다.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요.

다녀오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트렌드 슈팅 멤버들은, 오아시스 덕수궁에 모여 ‘필드 트립 공유회’를 열었어요. 가령 도쿄에 다녀온 멤버들은, 4박 5일 동안 둘러본 스팟 18곳을 HFK의 다른 멤버에게 소개했어요.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자”는 요구가 빗발쳤죠. 때맞춰 김 대표는 필드 트립을 HFK의 정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어요. 달에 한 번, 남다른 경험을 제안하는 장소에 다 함께 떠났죠.

2022년 여름에 떠난 ‘부산 인사이트 트립’을 볼까요. 롱블랙이 ‘부산 위크’에서 선보인 장소 5곳을, HFK 멤버들이 직접 찾아갔어요. 모모스커피를 마시고, 굿올데이즈 호텔에 머물렀죠. 그 뒤 ‘지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를 토론했어요. 

“다녀온 분들이 하나같이 말씀하세요. ‘직접 가보니 다르다’고. HFK의 지향점이죠. 회사 밖에 나가봐야, 새로운 사람들과 낯선 분야를 공부 해봐야,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2022년 여름, HFK 멤버들은 부산으로 인사이트 트립을 떠났다. 롱블랙을 통해 접한 부산의 다섯 가지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HFK

Chapter 4.
클럽 : 취미는 성장의 윤활유다

HFK가 멤버의 리텐션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클럽’이에요. 김 대표는 멤버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기억해 뒀다가, 슬쩍 제안합니다. “사람들과 취미를 함께 파보지 않겠냐”고.

“클럽을 만들고 이끄는 분을 ‘호스트’라고 불러요. 직장인들도 저마다 가슴속에 취미를 품고 있잖아요. 일에 치여 못할 뿐이죠. 이런 분들에게 호스트 역할을 드려요. 마음껏 취미를 공유하자고 격려합니다.”

호응이 쏟아졌어요. 20개가 넘는 클럽이 창설됐죠. 비건푸드 탐험단부터 음악감상실 투어, 러닝 크루, 예술 영화 감상회까지, 다양해요. 한 곳당 약 10명의 멤버가 참여합니다.

“HFK가 학교, 팀이 전공이라면 클럽은 동아리예요. 멤버들 간의 유대를 늘리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커뮤니티 안에 ‘다양한 목적’을 가진 소모임을 많이 만들어, HFK를 자주 찾게끔 했습니다.” 

김 대표가 클럽 활동을 독려하는 이유, 또 있습니다. 직장인이 리더십을 체험할 ‘몇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에요.

“작더라도, 리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이 훗날 조직을 이끌 때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죠.”

HFK의 클럽 중 하나인 ‘음악감상실 투어’ 현장. 멤버들이 음악감상실에 방문해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클럽은 멤버들이 호스트가 되어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한다. ⓒHFK

살롱 드 룰렛 : ‘낯선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친구 만들기가 참 좋은 곳 같아요.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나치게 허물없는 커뮤니티’를 경계해요. 성장을 방해한다면서요. 그래서 만든 프로그램이 ‘살롱 드 룰렛Salon De Roulette’이에요. HBR 아티클 속 인사이트를, 커뮤니티 운영에 녹인 사례죠.

“2011년 12월호 아티클 ‘혁신의 장애물 제거하기’에 이런 말이 나와요. ‘혁신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일상적인 루틴과 의례 때문이다.’ 

그때 생각했어요. ‘친숙한 커뮤니티는 지양해야겠다.’ 아는 사람들끼리만 봐서는 발전이 없으니까요. HFK에 모인, 모든 사람이 서로를 알고, 교류하길 바랐어요. 먼저 식사 자리부터 바꿔봤죠.”

식사 콘셉트는 ‘미스터리’예요.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HFK는 신청자를 무작위로 섞어요. 그리곤 ‘비밀 미션’을 부여하죠. 각 멤버에게 역할을 주는 거예요. 마담(호스트), 아니마퇴르(진행자), 포토그라프(사진사), 꼼따블르(총무)까지.

역할이 분명하니,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아요. 호스트는 멤버에게 미리 받아둔 대화 주제 카드를 꺼내요. ‘MBTI는 언제까지 유행할 것인가?’부터 ‘직장 상사와 잘 지내는 법’까지. 소소한 주제들로 이야길 시작하죠. 진행자는 모두가 한 번씩 의견을 내도록 독려해요. 사진사는 식사 풍경을 열심히 찍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참여’예요. 의자에 앉는 게 다가 아니죠. 스스로 모임에 기여를 하고, 내 의견을 말하고, 듣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때 ‘소속감’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식사 한 끼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어요.”

김재윤 대표는 평범한 식사도 ‘성장의 계기’로 바라본다. 낯선 사람들에게 의견을 말하고, 경청하고, 유대감을 쌓는 과정을 직장인에게 선물하고 싶어한다. ⓒHFK

Chapter 5.
마이시크릿덴 : 직장인, 사업에 도전하다

오아시스 덕수궁 밑층엔 작은 ‘와인 페어링 바’가 있어요. 이름은 마이시크릿덴my secret den. 와인을 좋아하는 HFK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죠. 김재윤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HFK를 찾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3, 4층 공간을 추가로 계약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이 줄어들었죠. 4층을 다른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고, 그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른바 ‘정동 401 프로젝트’예요.”

‘빈 공간을 좋아하는 일로 채우고, 사람도 불러 모으자.’ 김 대표가 HFK 멤버들에게 제안했어요. 여러 시도 끝에, 2021년 ‘와인 페어링 공간’을 만들기로 해요. 책 『퇴사 준비생의 런던』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런던엔 ‘브링 유어 오운 칵테일Bring Your Own Cocktail’ 바가 있어요. 자기가 마실 술을 가져가는 바예요. 가게는 손님이 가져온 술로 칵테일을 만들어 줍니다. 술이 아닌 공간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인 셈이죠. 마침 와인 수요가 늘던 때였어요.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와,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콘셉트를 생각했죠."

낮엔 예약제 서재, 저녁엔 프라이빗한 와인 바. 전염병이 극심하던 때에, 마이시크릿덴은 ‘나만의 비밀 공간’으로 입소문 났어요. 4개월 만에 잡지 인터뷰, 서울시 홍보 책자에도 실렸죠. 김 대표는 “HFK보다 마이시크릿덴이 더 유명하다”며 미소 짓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트렌드를 공부한 덕에, 마이시크릿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은 ‘시간'을 파는 곳임을, 멤버들이 알고 있었거든요. 조금 더 특별하고 내밀한 경험을 원하고 있었죠.”

오아시스 덕수궁의 밑층에 위치한 와인 페어링 공간 ‘마이시크릿덴’. 낮엔 예약제 서재로, 저녁엔 프라이빗 와인 바로 운영된다. ⓒ지니뮤직

Chapter 6.
일의 규모가 아닌 ‘가치’를 바라본다

HFK를 시작한 지도 10년. ‘커뮤니티 서비스’의 유행 속에서, HFK는 다소 느리게, 천천히 나아가고 있어요. 김재윤 대표가 그리는 HFK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커뮤니티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요. HFK처럼 지향점이 뾰족한 모임은 더 힘들죠. 유명 독서 모임이 ‘모든 장르의 책’을 다룰 때, 우린 ‘비즈니스 공부를 통한 직장인의 성장’만 바라보니까요.”

다만 “지향점이 뾰족한 일이라 더 매력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직장인이 모이니, 서로 연대하기 쉽다면서요. 신입 멤버와 기존 멤버의 등록 비율도 50:50 수준이죠.

“10년 전 만났던 멤버들이 대기업 임원, 스타트업의 대표, 리더십 코치가 됐어요. ‘직장인을 성장시켜, 건강한 리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현한 셈이에요. 제가 하는 일의 ‘가치’를 믿어요. 그러니 HFK가 느리게 성장해도 괜찮습니다.”

분기당 최대 300명. 김 대표가 제한한 회원수예요. 이보다 많으면 양질의 경험을 줄 수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모수를 늘리기보단, 멤버들과 재밌는 시도를 하자는 마음입니다. 출판사를 세워 책도 만들고, 커머스도, 공간 사업도 시작하겠다는 목표도 있어요.

“오후 7시. 집에 가서 쉬거나, 친구를 만나기도 바쁠 시간이에요. 그런데 직장인들은 왜 HFK를 찾으실까요. 회사 일을 하는 것만으론 스스로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에요. 

HFK도 좋지만, 회사가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이해하는 조직은 분명 ‘동반 성장’해요. HFK가 좋은 리더를 만들 토대가 되길 바랍니다.”

HFK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슬기 매니저(왼쪽)와 김재윤 대표(오른쪽). 그들은 HFK를 거친 멤버들이 어엿한 리더로 성장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K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뒤, HFK를 다시 찾아 모임을 구경했어요. 늦은 저녁에 피곤할 법도 한데, 멤버들의 눈이 또렷이 빛나는 거 있죠. 커뮤니티의 매력을 느꼈어요.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사람들과 만나, 새롭게 의지를 다지니까요. 왠지 저도 함께하고 싶더라고요.

오늘은 노트 요약 대신 제안 하나를 드려볼게요. 늘 만나던 회사 동료나 친구 대신, 낯선 자리와 사람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때론 새롭게 맞이하는 상황에서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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