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키츨러 : 걷기를 말하는 철학자, “걸으면서 견딤을 배워라”



롱블랙 프렌즈 C  

요 며칠 장마라 그런가 우울한 기분이 들곤 했어요. 걷기 예찬론자인 L이 맞장구를 치며 “비 때문에 산책을 못 해서 그럴 것이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책을 한 권 펼쳐서 보여주더라고요. 『철학자의 걷기 수업』. 저자 알베르트 키츨러Albert Kitzler는 “걷기는 몸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정신을 성장시키며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썼어요.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예순일곱 살의 철학자를 화상으로 만났죠. 동이 튼 지 얼마 안 된 오전 8시(뮌헨 현지 시각). 화면 너머 붉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그의 은발이 반짝였어요.


알베르트 키츨러 철학자

‘철학자 키츨러’는 이력이 독특해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도 받았죠. 첫 커리어는 변호사. 그런데 돌연 영화 제작자로 변신해요. 오스카에서 상까지 받을 정도로 성공했죠.

그리고 지금은? 철학자예요! 알프스산맥에 있는 철학 학교 『절도와 중용MASS UND MITTE』의 교장도 맡고 있죠.

한 사람은 평생 하나 가질법한 직업을 세 개나 가져본 거예요. 그는 그 삶의 전환점마다 바로 걷기가 있었다고 말해요. 그는 지금도 매일 걸어요. 철학 학교에 찾아오는 이들과 광활한 초원을 두 시간씩 걷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