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마시는 곳의 분위기를 중시하던 커피 문화에서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페셜티 카페, 에스프레소 바와 같은 곳도 이에 따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서울 바마셀 : 1세대 스타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바

바마셀bamaself은 2019년 남영역 근처의 주택가 골목에 문을 열었습니다. 카페 콘 쥬케로Caffe con zucchero*, 트리콜로레Tricolore** 등 시그니처 에스프레소 메뉴로 승부하는 에스프레소 바예요. 가게는 글쎄, 6평 밖에 되지 않아요. 손님 의자가 대여섯 개에 불과할 정도로 아담하죠. 그런데 진녹색 벽과 노랑색 모듈 가구, 빨간색 에스프레소 머신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예사롭지 않아요.
*카페 콘 쥬케로는 설탕을 미리 넣은 잔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음료. 쥬케로는 이탈리아어로 설탕이다.
**트리콜로레는 카페 크레마와 그라니따, 비앙코(밀크 젤라토)를 섞은 음료. 이탈리아어로 삼색을 뜻한다.
“커피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전 커피가 음식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대단히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바마셀을 운영하는 최현선 바리스타는 커피를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 접근을 싫어합니다.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를 쓰지 않으려 하죠. 이전에 5익스트랙츠를 운영할 때, 그는 흔한 커핑노트cupping note를 쓰지 않았다고 해요. 바리스타들이 원두의 향을 분석한 일종의 설명서잖아요. ‘호두와 초콜렛의 아로마가 느껴지는 크리미한 바디감의 원두’ 하는 식이죠. 그는 왜 커핑노트를 쓰지 않았을까요?
“커피를 수치로 분석하려 드는 자체가 불편해요. 진심으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김치를 담글 때 고춧가루를 계량하거나, 원산지에 따른 고춧가루 맛을 분석하지는 않잖아요. 이탈리아 사람들도 커피를 이렇게 분석해가며 마시지 않아요. 그냥 즐기죠. 누구나 마시고 많이 마시니까, 뭔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그냥 편하게들 커피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는 또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 커피에 설탕을 넣어서 마신다고 말해요. 그럼 우리는 왜 그동안 쓴 커피를 당연하다는 듯이 마시게 된 걸까요. 커피를 즐기며 마시기보다 배우며 마시는 문화 때문이라고 최 바리스타는 말합니다.
“바리스타들이 초기에 커피 문화를 전파했잖아요. 바리스타 교육에선 절대 커피에 설탕을 못 넣게 하죠. 원액의 맛을 평가해야 하니까요. 바리스타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설탕을 넣은 커피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해요. 그래서 ‘에스프레소=쓴 커피’로들 인식하시는 거예요.”
한국에 에스프레소 문화가 확산하지 못한 건 그래서래요. 가뜩이나 쓴 커피를 원액으로 마시려니 얼마나 씁쓸하겠어요. 물을 탄 아메리카노가 널리 퍼진 이유죠. 바마셀의 시그니처에는 모두 설탕이나 달콤한 시럽이 들어갑니다. 편안하고 화려한 맛의 에스프레소를 전하고 싶은 거예요.
최근에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끄는 것도, 달콤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방법이 소개됐기 때문이래요. 그러고보니 리사르Leesar 같은 대중적 에스프레소 바 역시 기본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서 제공합니다.
“에스프레소의 첫 경험이 ‘한약인데?’ 하면 다시는 마시지 않겠죠. 첫 경험이 마실만 해야 또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돼요.”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에스프레소 바. 대개 한 잔에 2000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에스프레소를 팔아요.
“에스프레소를 편하게 여기는 분들이 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에요. 전 에스프레소 문화가 퍼졌으면 좋겠어요. 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늘면, 다음으론 설탕을 줄여서 마시고, 그러면서 맛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는 사람들이 늘고, 조금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의 시대가 열릴 거예요.”
맛있는 커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바마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자세히 읽어보세요!

부산 모모스 커피 :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만든 커피 브랜드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는 2007년 모모스 커피에서 시작됐어요. 지금은 모모스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바리스타들이 전국에 진출해 있죠. 모모스에서 원두를 유통 받는 카페만 250곳이 넘어요!
*사전적으로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품질 평가에서 80점을 넘긴 상급 커피를 뜻한다. 원두의 재배·수송·로스팅·추출 과정에서 잘 관리된 커피를 일컫기도 한다.
모모스의 커피는 뭐가 다를까요? 모모스는 3가지의 시그니처 블렌드를 판매해요(200g 1만4000원). 한 종류의 블렌드는 약 3개월 동안 매일 테이스팅을 거치며 만들어져요. 블렌드 커피는 3가지 역할을 하죠.
1.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알리고,
2.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며,
3. 로컬 브랜드로서 상징을 만들어요.
1번을 담당하는 게 ‘에스 쇼콜라(밀크 초콜릿, 크림, 카카오)’예요.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에게 낯선 이유는 신 맛* 때문이에요. 모모스는 초콜릿의 단맛을 더해 에스 쇼콜라를 만들었어요. 반면, 2번을 담당하는 ‘프루티 봉봉(오렌지, 얼그레이, 카라멜, 시럽)’은 신 맛을 더 강화했어요. ‘스페셜티 커피’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죠.
*원두는 고품질일수록 유기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 산미가 강하다.
‘부산(구운 피칸, 카라멜, 라운드)’ 블렌드는 3번을 맡고 있어요. 맛보다 기획이 중요해요. 패키징까지 신경썼거든요. 광복 후 귀한한 동포들이 부산항에서 밥을 해먹는 그림이 패키징에 들어가요. 1950년대 활동한 부산 출신 김종식 화백의 작품(귀환동포, 1947)이죠.

스페셜티 커피에는 사회적인 의미도 있어요. 모모스는 스페셜티 커피를 이렇게 정의해요.
“모모스 커피는 매일매일 더 특별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에는 탐미의 영역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어요. 커피 맛과 함께,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삶도 나아질 수 있게 하거든요.”
_모모스 커피 유튜브에서
모모스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생두 농장과 관계를 쌓아왔어요. 사실 원두 수입을 위해 꼭 현지에 가야하는 건 아니에요. 한국에서 샘플을 받아서 맛보는 게 훨씬 편하죠. 아프리카 산지에 있는 농장에 가기 위해선 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며칠을 더 운전해야 해요.
농장과 관계를 쌓는 게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더 좋은 생두를 더 빨리 공급받을 수 있죠. 영업과 같아요. 둘째,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20g 원두의 스토리를 손님에게 전할 수 있어요.
“지금 드시는 커피는 콜롬비아산 원두를 썼어요. 이곳 농장주는 새로운 가공 방식을 개발했어요. 주변 소농장의 나이 많은 농부들을 위해서요. 원두의 질을 높여, 그 분들이 1 달러에 팔 수도 있었던 원두를 1kg에 1만5000원~2만원까지 값을 올렸죠.”
_전주연 대표
스토리를 들으니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져요. 또, 스페셜티 커피가 왜 일반 커피보다 비싼지 알게 되죠. 그게 생산국과 소비국의 균형으로 이어지고요.
늘 소비국이 갑, 생산국이 을일까요? 아니에요. 모모스는 현지 출장을 갈 때 그 지역에서 생산된 원두를 들고 가요. 농장주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며, ‘당신이 재배한 생두의 맛은 이렇습니다’ 하고 알려주죠. 관계가 쌓이면 농장주는 결혼식이나 파티에 모모스를 초대하기도 해요. 전 대표가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했을 땐 파티나 퍼레이드 카를 준비해줬대요.
부산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모모스 커피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자세히 읽어보세요!

강릉 보헤미안 커피 : 커피의 도시가 된 강릉의 시작

연곡면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그 위에 카페 ‘보헤미안’이 있습니다. 바닷바람과 소나무, 흙냄새와 함께 커피 향 그윽한 곳이죠. 박이추 대표는 지금도 하루에 200~300잔씩 커피를 내려요. 그 커피를 마시겠다고 서울에서, 부산에서, 일본에서도 찾아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원두는 ‘보헤미안 믹스’예요. 강릉에서는 ‘하우스 블렌드’라는 메뉴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원두는 생산지에 따라 개성이 있어요. 케냐 원두는 산미가 도드라지고, 브라질 원두는 향이 부드럽죠. 그는 "그럼 각 원두의 장점을 섞어볼 수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가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선 반기지 않았어요. 남은 커피콩을 섞는 것 아니냐고도 했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어요. 각 원두의 모자란 부분을 서로 채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그만의 배합 비율을 찾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일본의 학원 선배들에게 몇 번이고 샘플을 보내 품질을 검증받았죠.
보헤미안 믹스로 만들어 낸 건 고소하면서 깔끔한 맛이었어요. 와인 같은 산미도, 초콜릿 같은 달콤함도, 무엇 하나 튀지 않았죠. 비율을 맞췄기에 가능한 맛입니다.
다행히 박 대표의 노력이 통했습니다. 혜화동에서 매장을 운영할 때는 인천에서 혜화동까지 매달 찾아오는 노신사도 있었죠.

그는 15년간 가게 자리를 네 번 옮겼습니다. 서울 혜화동을 거쳐 안암동으로, 강원도 평창 진고개를 거쳐 강릉에 내려왔죠.
19년 전 자리 잡은 본점은 영진해변에 있습니다. 지금은 펜션들이 생겼지만, 처음엔 바다와 언덕뿐이었어요.
본점은 20년이 가깝도록 같은 모습입니다. 누군가는 그의 가게가 너무 소박하다고 말해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겉치장에 힘을 준 카페에서 커피 맛을 깊게 음미할 수 있을까요? 공간은 기본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커피 맛이죠. 굳이 비율로 말하면 커피가 80%, 나머지 20%가 공간과 분위기입니다."
강릉에서 발견한 뜻밖의 기쁨도 있었어요. 강릉의 수돗물이 서울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그는 수돗물을 끓여 커피를 내려요. 정수기 물은 맛이 너무 부드러워서요. 그런데 강릉의 수돗물은 서울보다 거칠고 단맛이 감돈다고 해요. 강릉에서라면 손님들이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싶었죠.
그가 처음 강릉에 온 게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화제였어요. 커피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강릉에 와서 하나둘 카페를 차렸죠.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서른 곳 정도이던 카페는 지금 500곳을 넘었습니다. 보헤미안커피가 강릉 카페거리의 출발이 된 거죠.
이제는 커피의 도시로 유명한 강릉, 그 시작을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에서 더 자세히 읽어보세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서 깊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이전 글도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