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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설 붐은 온다, 주목할 만한 국내 소설가 세 명

2024년 10월 10일, 문학계에 큰 사건이 있었죠. 바로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입니다!

이 기쁜 소식이 국내 문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면서, 현실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담아내 국내 문학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장류진 : 현대 직장인의 애환을 담는 국내 소설가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 그리고 『연수』까지. 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젊은 세대의 희로애락을 잘 그려내기로 유명합니다. ‘판교문학’이란 애칭을 얻었던 『일의 기쁨과 슬픔』은 10만부 넘게, 세 여성 직장인의 코인 성공기 『달까지 가자』는 5만부 이상이 팔렸어요.

장 작가의 소설은 꼭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일 같아요. 소설 속 인물들은 꼭 제 주변 사람처럼 느껴지죠. 실감 난다고 할까요. 세세한 설정들 덕분이에요.

“저는 글을 핍진하게 쓰고 싶어요. 소설이란 당연히 지어낸 얘기고 다 거짓말이지만, 있을 법하게. 실제 있을 것처럼 쓰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인물을 만들 때도 ‘얘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어디서 일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 정해놔요. 설사 소설에서 밝히지 않더라도.”

그래서일까요? 친절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글이 어렵지 않고요. 장 작가가 의도하는 바예요. 특히 앞부분을 쉽고 재미있게, 쏙 빨려갈 수 있게끔 쓰려 하죠.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 예상했던 어려움은 이런 거였다. ‘이걸 왜 나한테 줘?’ 하는 눈빛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만 청첩장을 주기로 했고, 줄까 말까 싶으면 안 주는 쪽으로 하객 명단을 만들었다. ‘왜 나는 안 줘?’ 때문에 곤란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_『일의 기쁨과 슬픔』 중 「잘 살겠습니다」에서


“제 소설이 잘 읽히니까, 쓸 때도 ‘쓱’ 쓴다고 많은 분이 생각해요. 아니에요. 많이 다듬고 노력해요. 특히 첫 부분을 엄청나게 퇴고하죠. 정확한 문장을 쓰려고 하고, 리듬감을 만들려고 합니다. 어렵게 고민해야 쉬운 글이 나와요.”

문장이 쉽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건 아니에요. 장 작가의 글을 읽으면, 한동안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아요.

소설집 『연수』의 「공모」가 그래요. 회사에 경사가 생기면 무조건 회식 자리로 찾는, 술집 ‘천의얼굴’. 그곳의 주인인 천 사장과 상사인 김 상무가 부적절한 관계인 걸, 주인공인 ‘현 차장’이 알게 돼요. 김 상무는 어느 날 현 차장에게, 천 사장의 딸을 낙하산으로 회사에 넣어달라고 부탁해요.

울며 겨자 먹기로 낙하산을 채용한 현 차장. 그런데 천 사장의 딸이 일을 너무 잘하는 거예요. 딜레마 속에서 현 차장은 “나는 낙하산이라서 뽑는 게 아니야. 일을 잘해서 뽑는 거야”라며 되뇌어요. 이 글을 읽고, ‘과연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게 됐죠.

“이야기를 쓸 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쓰지는 않아요.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죠. 다만 이야기를 완성하면 분명 무언가가 남을 것이다, 없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써요. 그렇게 쓰고 나면, 정말로 처음에는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 담겨요.이 확신은 결국엔 제가 기준이에요. 제 소설의 첫 번째 독자는 저이고, 저는 무언가를 남기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 소설 역시 그렇게 느껴질 때까지 고칩니다. 힘들지만, 그때마다 생각해요. ‘예전에도 똑같이 힘들었지만, 결국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써냈잖아.’ 앞서 써낸 작품들이, 저를 덜 두렵게 해줍니다.”

장류진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현대 직장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까요? 그의 작품 세계가 만들어진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김초엽 : 현실을 재활용해 SF 소설을 만드는 국내 소설가


김초엽 작가, 국내 2030 팬덤을 가진 SF 소설가예요. 한국 SF의 미래라 불리고 있죠. 데뷔부터 화려했어요. 2017년 말, SF 신인문학상인 한국과학문학상에서 가작과 대상을 동시 수상*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넷!
*「관내분실」로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수상했다. 

놀라운 건, 그 이후의 행보예요.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을 시작으로, 『방금 떠나온 세계(2021)』, 『파견자들(2023)』 등 대부분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20만 부를 돌파한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2021)』은 영상화가 확정되었죠. 2023년에는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이라 불리는 ‘성운상’과 ‘은하상’을 모두 수상했고요.*
*성운상에서는 번역작품 부문 금상을, 은하상에서는 최고인기 외국작가상을 받았다.

김초엽 작가가 자주 듣는 질문이 있대요. “어쩜 그렇게 상상력이 뛰어나세요?” 정작 그는 이 질문이 당황스럽대요. 살면서 그다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요. 


“어떤 사람들은 영감이나 상상력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벼락처럼 찾아온다는. 제 생각에 상상력이 백지에서 나온다는 건 환상이에요. 저에게 상상력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업사이클링하는 것과 같아요.”

상상력과 쓰레기 더미라니! 낯선 단어의 조합에 잠깐 멈칫했어요. 김초엽 작가는 그 업사이클링의 예시를 들었어요. 바로 앤솔로지 『시티 픽션』에 수록된 「캐빈 방정식」. 7명의 작가가 도시를 주제로 각기 단편소설을 쓰는 프로젝트였어요.

김초엽 작가는 고향인 울산을 택했어요. 소재를 찾다가 롯데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대관람차 ‘그랜드 휠’에 무작정 올라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무서웠대요. 꼭대기에서는 벌벌 떨며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죠. 

그 순간 얼마 전 남겨뒀던 휴대폰 속 메모가 떠오르더래요. 제목은 ‘시간 감각’. 감각에 관한 책에서 발견한, ‘시간 감각은 주관적’이라는 내용을 정리한 메모였죠. 

관람차에서 느낀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생각과, 이 ‘시간 감각’ 이론이 합쳐졌어요. ‘만약 시간을 서로 다르게 느끼는 두 자매가 있다면 어떨까? 이들이 같은 관람차에 탔다면?’이라는 한 줄이 떠올랐어요. 

“시간 감각에 관한 책을 읽고 메모하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없었겠죠. 관람차를 직접 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처음 아이디어를 수집할 땐, 어떤 형태의 결과물이 나올지 몰라요. 그렇지만 일단 모아 보는 거예요. 여기에 마감이라는 적당한 압력이 더해지면, 어떻게든 머리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와요. 살기 위해서. (웃음)

과학자를 꿈꾸고 포항공대 화학과에 진학했었던 그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요?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정보라 : 현실에 대한 분노를 풀어내는 국내 소설가


정보라 작가 『저주토끼』, 2022년 영국 부커상Booker Prize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었죠.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저주토끼』를 두고 “마술적 사실주의와 호러, SF소설의 경계를 아우른다”고 평가했어요. 그러면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을 사용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매우 현실적인 공포와 잔혹함을 다뤘다”고 했죠.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 장르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작 정보라 작가는 그가 쓰는 글이 SF(공상과학)물이라고 보지 않아요. 사회 비판적인 호러물에 가깝다고 말하죠. 

‘황금 피’를 흘리는 여우를 잔혹하게 이용해 부를 얻은 남자의 가족이 끔찍하게 파괴되고「덫」, 사랑을 갈구하는 머리카락에 닿은 사람들이 모두 녹아버리고「머리카락」, 피임약을 복용하던 여성이 남편 없이 임신해 무정란 같은 핏덩이를 낳는다「몸하다」

기괴하고 음울하지만, 읽다 보면 어쩐지 측은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어요. 정 작가는 “현실이 더 호러이고, 그로테스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신간 『고통에 관하여』도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미국 정부는 1990년대 걸프전 참전용사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쉽게 처방해 줬습니다. 하지만 제약사와 병원의 탐욕으로 중독자가 급증하자, 무작정 규제하기 시작하죠.

정 작가는 이를 2018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SF 행사에 갔다가 알게 됐어요. 문제는 만성통증 환자나,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들이 진통제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는 겁니다. 많은 이가 길거리의 불법 마약으로 내몰렸어요.


“진통제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겠어요? 정말로 마약에 의존하다 중독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거예요. 사회구조적으로 잘못된 진단과 처방 때문에, 마약 중독자가 양산된 기막힌 이야기에 화가 났어요. 고통에 관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죠.”

『고통에 관하여』는 중독성과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진통제 NRTRA-14가 등장해, 고통이 사라진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고통이 사라지자, 신흥 종교단체는 제약회사를 폭탄 테러해요. “고통을 받아야 초월에 다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또 사람을 재우지 않고 계속 달리기를 시키거나, 고의로 몸에 상처를 내 “그 고통에서 인간됨을 찾으라”고 강요하죠.

‘고통이 사라진 세계에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가는 묻고 싶었다고 합니다. 또 고통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했어요.

“한국은 사회안전망이나 복지제도의 여러 부분을, 종교단체에 외주 주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어린이나 노인 돌봄 역할을 교회가 하죠. 정상적인 종교단체가 아닌 경우, 한 놈이라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굉장한 해악을 끼치는 구조예요. 소설에 사이비 종교단체를 등장시킨 것도 이 때문이에요. 고통을 더는 법을, 사회체계와 국가정책이 함께 고민하고 제대로 개선해 나가야죠.”

비현실의 세계를 그리면서 누구보다 현실에 발 붙이고 투쟁하는 그의 작품 이야기를 아래 링크에서 더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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